중국, 한국 게임 7종 판호 발급…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는?
2021년 6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외자판호 발급
중국 정부가 2021년 6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대거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던 IP를 보유한 게임사들은 중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게임의 수준이 높아진 지금, 과거처럼 중국 시장을 일방적으로 한국 게임이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게임 7종을 포함한 총 44종의 외산 게임 수입을 지난 10일자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빗장’ 이제는 풀릴까
이번에 외자판호를 발급받은 한국 게임은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의 ‘샵 타이탄’,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이다. 다만 이들 게임의 배급·운영은 중국 소재 기업이 맡는 것으로 공시됐다.
중국은 지난 2017년 3월 이후 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거부해 왔다. 국산 게임 판호 불허와 관련해 중국은 그동안 공식적인 이유를 밝힌 적이 없다. 다만 게임 업계는 2016년 벌어진 한중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사드 갈등 이후 판호 발급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국산 게임이 판호를 다시 발급 받은 것은 2020년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가 판호를 획득하면서부터다. 2017년 3월 이후 근 4년 만에 판호를 받게 된 것이다. 이후 2021년 6월 핸드메이드게임즈가 개발한 ‘룸즈: 불가능한 퍼즐’과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판호를 획득했다.
2022년 7월에는 넵튠의 자회사 님블뉴런이 개발한 ‘이터널 리턴’의 모바일 버전 ‘이너털리턴: 인피니트’가 11월에는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IP를 활용한 ‘신석기시대’가 추가로 판호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게임들은 중국 게임사가 IP 라이선스를 받아 게임을 직접 제작, 중국 정부가 자국 게임에 부여하는 ‘내자판호’를 발급받은 사례다.
한국 게임이 ‘외자판호’를 대거 발급받은 것은 2017년 이후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최신 게임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사실상 한한령을 해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하정 디올투자증권 게임 담당 연구원은 “중국의 규제 완화 기조가 명확해졌다”며 “특히 확률형 BM이 강한 한국형 모바일 MMORPG까지 판호를 받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이어 “3개 게임의 외자판호를 받은 넷마블과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IP 중 하나인 ‘미르 IP’를 보유한 위메이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위메이드 관계자는 “현재 ‘미르4’와 ‘미르M’의 중국 진출을 위한 파트너사 계약을 협상 중”이라며 “판호 발급을 위한 준비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이제는 게임 기술력 높아…“막연한 기대는 버려야”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산 게임들이 중국 시장을 사실상 잠식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위메이드의 ‘미르’ 시리즈,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이 중국에서 ‘국민’ 게임 대접을 받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국산 게임들은 중국에서 ‘국민’ 게임 대접을 받고 있다”며 “중국 고위 관료들은 한국 게임이 자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 대해 상당히 자존심 상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 판호 발급 거부도 이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기존에 판호를 발급했던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 대해 지난 2020년 중국 출시를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서비스 정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표면적인 이유는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지만, 일각에서는 던전앤파이터의 영향력을 두려워한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속에서 이번 판호 대거 발급과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자국 게임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게임은 중국 게임과 비교해 기술적으로나 게임성으로나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역전됐다. 더이상 국산 게임이 중국 게임보다 낫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판호가 대량으로 풀려 국내 인기 모바일게임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도 과거처럼 큰 성공을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국내 게임 시장에서도 중국 게임들은 국산 게임들을 제치고 높은 매출을 거두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에 출시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은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내며, 펄어비스의 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IP 다양성 측면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산 모바일게임이 RPG 장르에 편중된 것과 비교해 중국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골고루 개발되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이 신규 IP 개발에 소홀한 것과 달리 중국은 일본, 미국 등 IP 강국들의 인기 IP를 비싼 가격에 들여와 이를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다.
한 대형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게임사가 출시한 신작 IP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게임이 몇 개나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지금도 모바일 매출 상위 게임들은 죄다 10년 전, 20년 전 출시된 IP를 활용한 게임들이다. 이미 기술력에서뿐만 아니라 IP 파워에서도 중국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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