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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 올해 신년사 키워드는 '내실과 변화' [신년사로 본 재계 기상도③]

스페셜리포트 '신년사로 본 재계 전망도'
5대 금융그룹 회장, 올해 "불확실성 대두" 예상
매년 위기 언급에도 최고 성과...'내실경영'으로 극복 다짐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신년사 중 올해 전망 관련 발언.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 “‘R(Recession·경기후퇴)의 공포‘ 크다.”

5대 금융그룹 수장들이 올해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쉽지 않은 한해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실경영과 변화, 혁신 등의 키워드를 제시하며 성장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회장들은 금융지주사들이 위기 속에서도 매년 성장을 이뤄내고 있어 위기를 ‘진짜 위기’로 보지 않는 자세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확실성 대두 속 회장들 “올해 정말 위기”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은 올 초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 국내 경제 회복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올해 더욱 험난한 상황이 이어질것이라는 우려다. 지난 3일 열린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올해는 긴장되고 불확실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원자재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등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경기도 실질 구매력 저하와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글로벌 위기 후폭풍이 거세고, 3고 현상이 불러온 저성장 앞에 우리 사회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 더욱 험난한 환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인플레이션의 심화와 경기침체 전망에서 파생된 건전성과 유동성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며 “우리가 당면한 위기가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3고 현상이 완화되며 희망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글로벌 최고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한 목소리로 걱정하는 ‘R의 공포‘가 왠지 더 크게 느껴진다”고 강조하며 올해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희망보다 공포 분위기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세계적인 저출산과 고령화는 경제와 금융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히며 올해 지속가능경영으로 위기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간 금융지주 회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위기’를 강조해왔지만 이를 비웃듯 연말에 최고 성과를 내왔다. 5대 금융지주의 2019년 총 당기순이익은 약 12조7000억원에서 2021년 약 16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금융지주사들은 안정적 실적을 거둬온 셈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집계된 순익은 약 15조7000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로 금융지주사들의 지난해 총 순익은 17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함 회장은 신년사에서 매년 최고 성과를 내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이 위기를 실제로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그는 “매번 심각한 위기를 말하지만, 하나금융그룹은 지속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며 “이같은 인지부조화로 우리는 애써 눈앞의 위기를 간과하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조 회장도 신년사에서 ‘성공 속에 쇠망의 씨앗이 있다’라는 로마의 멸망이 남긴 교훈을 언급하며 “변즉생 정즉사(變卽生 停卽死), 즉 변화하면 살아 남고 안주하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극복’ 체력 강조…“빙하기 견디자”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신년사에서 전략 키워드로 지속가능, 내실, 변화와 혁신 등을 강조했다.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면서도 변화 및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윤 회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작금의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빙하기가 왔을 때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도 신한의 전략 키워드 ‘리부트(RE:Boot) 신한’을 강조하며 “수익과 규모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기준은 신한과 동행하는 이해관계자 모두의 가치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며 “원칙과 기본을 지키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손 회장도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그는 “올 한해, ‘불확실성 대응 리스크관리 강화‘ 및 ‘내부통제 체계 정교화’는 우리를 비롯한 모든 금융권에서 기본 중의 기본 전략일 것”이라며 “자산 건전성, 자본비율, 유동성 관리에 집중해 체력을 비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 회장은 약점을 보완해 성장하는 한 해가 되자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금융 14개 자회사 중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될까”라고 자문한 뒤 “기업금융(IB), 외국환, 자산관리, 캐피탈, 신탁 등 우리가 잘하는 것을 전면에 내세워 강점을 극대화하자”고 말했다. 이어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올해 과감한 기업 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생각,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개인,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하겠다”며 “틀을 깨고 비상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직원도 주목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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