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호수_1668호(20230109)[18] 생존 위기 스타트업, 2023년 살아남기 위한 키워드는 ‘비즈니스 모델’
['집단고사 위기' 스타트업 생태계 ①]
‘초호황기’ 누리다 맞이한 투자 혹한기에 ‘생존 걱정’
‘간판급’ 스타트업도 몰락…수익성 입증이 유일한 살길
모태펀드 예산 줄인 정부, 더 추워진 스타트업계 ‘울상’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 신선한 회를 먹고 싶다. 단순·명료한 서비스로 소비자 심리를 파고든 오늘회 플랫폼엔 현재 회가 없다. 정육·국수·냄비만 올라와 있다. 산지 직송·당일 배송이란 ‘특별한 서비스’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그것으로 전락했다. 2016년 12월 설립한 오늘식탁은 오늘회 서비스로 ‘간판급’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서비스 시작 후 5년도 안 돼 누적 회원 수는 75만명을 돌파했다. 뭉칫돈을 든 투자사도 줄을 섰다. 22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모았고, 2018년 5명이던 직원은 80명으로 늘었다. 매출액 700억원 달성도 눈앞에 들어왔다. ‘잘 나가던’ 오늘식탁은 경제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시장 위축으로 투자 예측에 실패했다. 줄을 섰던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자 사업은 빠르게 고꾸라졌다. 투자금이 막히자 냉동 유통망·현지 인프라 운영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협력사 결제 대금은 밀려갔다. 전사 권고사직·서비스 중단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몰락 위기를 마주했다. 2022년 하반기 들이닥친 ‘투자 혹한기’ 여파다. 경제 위축의 칼바람은 2023년 더욱 매서워질 전망이다.
스타트업 특유의 다양성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투자사들도 2023년부턴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스타트업을 들여다보겠다고 입을 모았다. 돈이 되는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만 가려내는 기조가 갈수록 심화한다는 뜻이다.
김학윤 가이아벤처파트너스 대표이사는 올해 주요 투자 집행 기준에 대해 “대주주가 현재 투자 시장 상황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고,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을 가정하고 회사를 어떻게 경영할지에 대한 계획을 갖춰야 한다”며 “확장성보다는 내실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훈풍 뒤 찾아온 칼바람, 그래서 더 매서워
잘 나가던 스타트업 생태계의 위기를 만든 투자 위축 기조는 ‘역대급 호황기’ 직후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을 타파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유동성을 증가시켰다. 투자 시장은 이에 따라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활황을 보였다. 스타트업에 뭉칫돈이 몰렸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발표한 조사 자료를 보면 2021년 국내 연간 벤처투자 규모는 7조6802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대비 무려 78.4%가 증가했다. 이 같은 기조는 2022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2022년 1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2조21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7% 상승했다. 2022년 2분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1조9111억원을 기록했다. 투자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난 시점은 2022년 3분기부터다. 이 기간 투자 규모는 1조2525억원으로 2021년 3분기 대비 40.1% 감소했다.
경제 불황은 2023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최근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이례적으로 1.6%로 잡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선 경제성장률이 1.16%(전체 응답 결과의 가중평균값)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느끼는 경제 위기의 정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6개월 동안 버텼던 스타트업 입장에선 ‘산 넘어 산’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스타트업 창업자·재직자 등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68.5%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변화했다고 응답했다. 2023년에 현재 불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응답한 이는 40.5%이고, 더 악화한다고 전망한 이들은 37%나 됐다.
혹한기 6개월에 무너진 유니콘급 스타트업
투자 호황기에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던 스타트업은 사업 외연을 빠르게 확장했다. 투자금은 보통 인력 충원·인프라 확장 등에 투입됐고, 이는 서비스·상품 확대로 이어졌다. 시장 안착까지 시간이 걸리는 스타트업의 특성 탓에 수익 발생 전까지 드는 비용 대부분은 투자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최근 주목받은 스타트업일수록 투자 위축에 따른 ‘자금 고갈’ 정도가 심화하고 있다. 확장한 사업 외연만큼 지속해서 투입될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굵직한 스타트업에서 이 같은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MCN·권고사직) ▶메쉬코리아(배달대행·법정관리 신청) ▶오늘식탁(수산물 배송·대부분 서비스 중단 및 권고사직) ▶왓챠(OTT·매각추진) ▶탈잉(재능공유·권고사직) ▶두핸즈(물류서비스·권고사직) ▶정육각(신선 식품 배송·긴급대출) 등 ‘스타급’ 스타트업도 예상했던 투자금 유치 실패로 급전 마련에 나서는 동시에 인력·사업 축소를 진행했다.
한 투자사 심사역은 “간판급 스타트업은 언론에서도 다루며 그 심각성이 외부에 노출됐지만, 더 영세한 곳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확실한 수익 모델이 없으면 자금모집 자체가 진행되기 어려워 경영난을 겪는 곳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사업이 무너져 올해에는 헐값에 기업을 매각하는 사례도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는 ‘혁신성’이다. ‘세상에 없는 것’이나 ‘세상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는 시도는 스타트업의 고유 영역으로 받아들였졌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그래서 국가 신성장 동력의 주요 축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 산업처럼 경제 대들보 역할은 맡지 못하더라도, 고용 창출·신규 시장 마련 영역에서 긍정적 효과를 창출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자 위축으로 스타트업의 가치 평가 기준이 가능성보단 ‘수익성’으로 집중되고 있다.
스타트업의 시선은 정부로 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마땅한 대안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태펀드 예산이 2022년도 5200억원에서 올해 3135억원으로 40% 감소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제 위축 극복 방안으로 내놓은 ‘신성장 4.0 전략’도 스타트업계를 외면했다.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계획의 일환으로 ‘바이오 스타트업 특화 지원’만 명시됐을 뿐 특별한 육성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현장에서 느끼는 투자 혹한기는 매일 생존을 걱정하게 할 만큼 매섭다. 당장 직원들의 월급을 챙겨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 지원 축소는 그래서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국가 신성장 동력 마련이란 스타트업의 긍정적 가치를 고려해 정부가 ‘비빌 언덕’을 마련해주길 간청드린다”고 토로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에 필요한 요소로 ‘벤처기업 투자재원 확대’를 꼽았다. 그는 “모태펀드·성장금융 등을 확장할 필요가 있고, 민간 모태펀드 설립 추진도 이뤄졌으면 한다”며 “이와 함께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 활성화와 더불어 VC·공공 기관 간의 연구개발(R&D) 협력도 이뤄져야 건강한 생태계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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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몰락 위기를 마주했다. 2022년 하반기 들이닥친 ‘투자 혹한기’ 여파다. 경제 위축의 칼바람은 2023년 더욱 매서워질 전망이다.
스타트업 특유의 다양성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투자사들도 2023년부턴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스타트업을 들여다보겠다고 입을 모았다. 돈이 되는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만 가려내는 기조가 갈수록 심화한다는 뜻이다.
김학윤 가이아벤처파트너스 대표이사는 올해 주요 투자 집행 기준에 대해 “대주주가 현재 투자 시장 상황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고,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을 가정하고 회사를 어떻게 경영할지에 대한 계획을 갖춰야 한다”며 “확장성보다는 내실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훈풍 뒤 찾아온 칼바람, 그래서 더 매서워
잘 나가던 스타트업 생태계의 위기를 만든 투자 위축 기조는 ‘역대급 호황기’ 직후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을 타파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유동성을 증가시켰다. 투자 시장은 이에 따라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활황을 보였다. 스타트업에 뭉칫돈이 몰렸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발표한 조사 자료를 보면 2021년 국내 연간 벤처투자 규모는 7조6802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대비 무려 78.4%가 증가했다. 이 같은 기조는 2022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2022년 1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2조21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7% 상승했다. 2022년 2분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1조9111억원을 기록했다. 투자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난 시점은 2022년 3분기부터다. 이 기간 투자 규모는 1조2525억원으로 2021년 3분기 대비 40.1% 감소했다.
경제 불황은 2023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최근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이례적으로 1.6%로 잡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선 경제성장률이 1.16%(전체 응답 결과의 가중평균값)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느끼는 경제 위기의 정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6개월 동안 버텼던 스타트업 입장에선 ‘산 넘어 산’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스타트업 창업자·재직자 등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68.5%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변화했다고 응답했다. 2023년에 현재 불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응답한 이는 40.5%이고, 더 악화한다고 전망한 이들은 37%나 됐다.
혹한기 6개월에 무너진 유니콘급 스타트업
투자 호황기에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던 스타트업은 사업 외연을 빠르게 확장했다. 투자금은 보통 인력 충원·인프라 확장 등에 투입됐고, 이는 서비스·상품 확대로 이어졌다. 시장 안착까지 시간이 걸리는 스타트업의 특성 탓에 수익 발생 전까지 드는 비용 대부분은 투자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최근 주목받은 스타트업일수록 투자 위축에 따른 ‘자금 고갈’ 정도가 심화하고 있다. 확장한 사업 외연만큼 지속해서 투입될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굵직한 스타트업에서 이 같은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MCN·권고사직) ▶메쉬코리아(배달대행·법정관리 신청) ▶오늘식탁(수산물 배송·대부분 서비스 중단 및 권고사직) ▶왓챠(OTT·매각추진) ▶탈잉(재능공유·권고사직) ▶두핸즈(물류서비스·권고사직) ▶정육각(신선 식품 배송·긴급대출) 등 ‘스타급’ 스타트업도 예상했던 투자금 유치 실패로 급전 마련에 나서는 동시에 인력·사업 축소를 진행했다.
한 투자사 심사역은 “간판급 스타트업은 언론에서도 다루며 그 심각성이 외부에 노출됐지만, 더 영세한 곳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확실한 수익 모델이 없으면 자금모집 자체가 진행되기 어려워 경영난을 겪는 곳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사업이 무너져 올해에는 헐값에 기업을 매각하는 사례도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는 ‘혁신성’이다. ‘세상에 없는 것’이나 ‘세상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는 시도는 스타트업의 고유 영역으로 받아들였졌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그래서 국가 신성장 동력의 주요 축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 산업처럼 경제 대들보 역할은 맡지 못하더라도, 고용 창출·신규 시장 마련 영역에서 긍정적 효과를 창출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자 위축으로 스타트업의 가치 평가 기준이 가능성보단 ‘수익성’으로 집중되고 있다.
스타트업의 시선은 정부로 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마땅한 대안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태펀드 예산이 2022년도 5200억원에서 올해 3135억원으로 40% 감소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제 위축 극복 방안으로 내놓은 ‘신성장 4.0 전략’도 스타트업계를 외면했다.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계획의 일환으로 ‘바이오 스타트업 특화 지원’만 명시됐을 뿐 특별한 육성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현장에서 느끼는 투자 혹한기는 매일 생존을 걱정하게 할 만큼 매섭다. 당장 직원들의 월급을 챙겨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 지원 축소는 그래서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국가 신성장 동력 마련이란 스타트업의 긍정적 가치를 고려해 정부가 ‘비빌 언덕’을 마련해주길 간청드린다”고 토로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에 필요한 요소로 ‘벤처기업 투자재원 확대’를 꼽았다. 그는 “모태펀드·성장금융 등을 확장할 필요가 있고, 민간 모태펀드 설립 추진도 이뤄졌으면 한다”며 “이와 함께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 활성화와 더불어 VC·공공 기관 간의 연구개발(R&D) 협력도 이뤄져야 건강한 생태계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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