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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혹한기’에 네이버·카카오 문턱 넘은 스타트업, 시장서도 주목

안목 입증한 네이버·카카오, 시장 위축에도 스타트업 발굴
거품 꺼진 시장서 옥석 나와…투자 유치=경쟁력 인식 확산

 
 
세계 경제 불황으로 투자 시장도 위축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라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투자 혹한기다. 세계 경제 불황에 투자 시장 역시 얼어붙었고, 스타트업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시장 상황이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거품이 빠진 만큼 알짜 스타트업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단 견해에서다.
 
국내 대표적 기술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와 비슷한 접근을 하고 있다. 위축된 투자 기조에서도 경쟁력을 뽐낸 스타트업이 양사의 선택을 받았다. 네이버·카카오로부터 최근 투자를 끌어낸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혁신성’으로 압축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투자 위축 기조에 따라 자금난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굵직한 벤처·중견 업체의 기업공개(IPO) 일정 연기는 물론 숱한 스타트업에서 사업·임직원 축소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한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6개월 사이 투자 위축 기조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심해졌고, 우리도 대외 홍보 업무를 줄이고 신규 사업 진출 일정 연기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투자 활황 뒤 찾아온 ‘혹한기’

이 같은 시장 분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1조25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줄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벤처투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4.3% 증가한 약 4조원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던 터라 현재 ‘투자 혹한기’의 영향이 더욱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조사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읽힌다. 창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82%가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투자 시장 위축이 이뤄졌다고 응답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을 되레 성장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단 견해도 나온다. 최근 6개월 사이 투자를 끌어낸 스타트업은 유치 자체를 경쟁력을 입증한 트랙레코드로 삼을 수 있어 향후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단 분석이다.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위축 기조에 영향을 안 받을 순 없어 조금 더 기업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추세”라면서도 “투자에는 늘 적기가 있다는 점을 VC·액셀러레이터도 잘 알고 있어, 경쟁력을 입증한 기업이라면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자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왼쪽)와 카카오 로고. [사진 각 사]
이 때문에 네이버·카카오가 최근 투자를 단행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분위기다.  IT·디지털·인공지능(AI) 등의 영역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한 두 기업이 설정한 투자의 ‘좁은 문’을 통과했다는 점만으로도 경쟁력을 입증한 이력이 될 수 있어서다.
 
네이버는 필요한 경우 각 사업부에서 직접 투자를 단행하기도 하지만, 전략적 투자 전담 조직 D2SF(D2 Startup Factory)를 통해 스타트업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카카오는 후속 투자 위주의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액셀러레이터 성격의 카카오벤처스를 운영 중이다.
 
오는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최대 IT 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3’에는 양사가 투자한 다수의 스타트업이 참여해 기술을 뽐낸다. 네이버 D2SF가 투자한 스타트업 8곳과 카카오벤처스가 자금을 댄 업체 3곳은 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이 중 증강현실(AR) 안경 개발 기업 레티널은 네이버·카카오 모두로부터 투자받은 기업으로, 이번 CES 2023에선 2년 연속 혁신상이란 성과를 냈다.
 
증강현실(AR) 안경 개발 기업 레티널의 제품 이미지. [사진 네이버]

네이버·카카오 투자 받은 가지랩 주목 받아 

투자 위축이 두드러진 최근 6개월 사이 네이버와 카카오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시장의 집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가지랩이 꼽힌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6월 해당 기업의 시드 투자를 리드했다. 이어 네이버 D2SF도 지난 8월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가지랩은 개인 맞춤형 웰니스(wellness·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 큐레이션 플랫폼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이다. 설문을 통해 개인의 문제를 파악해 맞춤형으로 영양·운동·수면·휴식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현재 일부 기능을 갖춘 ‘나를 알아 가지(GAZI)’를 무료 베타 서비스로 내놨다. 회사는 지난 11월 13억원 규모의 브릿지 투자도 마치며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D2SF는 이 밖에도 최근 ▶빅크(크리에이터 테크·후속) ▶NFT뱅크(자산 관리 플랫폼·신규) ▶프리딕티브(유전체 분석·신규) ▶아이티앤베이직(HR 테크·신규) ▶가우디오랩(오디오 솔루션·추가) ▶스퀴즈비츠(AI 모델 경량화·신규) 등에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벤처스의 경우 ▶마이쉽단(건강 식단 추천 배송·시리즈A) ▶위플로(비행체 안전진단·시드) ▶액트노바(AI 임상·비임상 행동 분석·시드) ▶코넥티브(의료 AI 로봇·시드) ▶노틸러스(지식교양 웹툰 플랫폼·프리시리즈A) 등에 투자를 집행했다.
 
가지랩의 웰니스 큐레이션 플랫폼 무료 베타 서비스 이미지. [사진 가지랩]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약 13건의 투자를 집행하며 다양한 스타트업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SW)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물론 테크·디지털 헬스케어·게임 분야에서 ‘필요한 미래를 앞당기는 극초기 기업’에 투자, 스타트업의 든든한 지원군(코파일럿·copilot)으로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D2SF도 스타트업과의 상생을 강조했다. 회사는 지난해 31건의 투자를 집행하며 177억원을 썼다. 올해에는 투자 건수가 26건으로 줄었지만, 금액은 167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 올해는 투자뿐 아니라 ‘D2SF @분당’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스타트업이 네이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원 하고 있다. 제도도 특정 기간에 투자 대상 기업을 모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상시 지원으로 바꿨다.
 
네이버 D2SF 관계자는 자사 투자 원칙으로 ‘인라이어’와 ‘아웃라이어’를 꼽았다. 그는 “네이버와 당장 시너지가 기대되거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인라이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전략과, 당장은 네이버와 어떤 시너지를 그릴지 알 수 없지만 기술적 가치가 높은 아웃라이어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며 “연간 투자액 기준 약 50% 이상을 아웃라이어에 집행하고 있다. 투자 후 아웃라이어 스타트업과 접점을 찾기 위한 긴밀한 교류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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