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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에 ‘관치’ 포화…차기 회장 나와도 논란 우려

임추위, 이틀 간 후보 심층면접 후 3일 회장 최종 후보 낼 예정
당국, 정치권까지 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임에 문제 제기
회장 선임 후에도 외부 출신엔 ‘노조’ 반발…내부엔 ‘당국’ 절차상 문제제기 가능성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본점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반대하는 노조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용우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을 둔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내부와 외부 출신의 역량을 점검해야 하는 민간 금융사의 이사회에 관치의 힘이 작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부에서 연일 우리금융을 향한 압박 발언을 내놓으며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눈치보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다. 

임추위 차기 회장 선임 두고 쏟아지는 권력자들의 발언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차기 회장 후보 선출을 위해 후보 4명에 대한 심층 면접을 시작했다. 심층 면접은 오는 2일까지 진행하고 3일에 최종 후보를 내놓을 예정이다. 후보는 내부 출신으로 이원덕 우리은행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2명이 선정됐고, 외부 출신으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이 올라왔다.

우리금융 임추위 사외이사 7명은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프라이빗에쿼티 추천)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키움증권 추천)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한국투자증권 추천) ▶윤인섭 전 한국기업평가 대표(푸본현대생명보험 추천) ▶신요환 전 신영증권 대표(유진프라이빗에쿼티 추천) ▶노성태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한화생명 추천)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우리금융 선임) 등이다. 

(왼쪽부터)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금융업계에선 차기 우리금융 회장에 두 인물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사진 우리은행, 금융위원회]
최근까지 금융권과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에 선임되며 조직 안정화와 경영 연속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당국과의 관계’ ‘지주 회장 경력’ 등을 이유로 외부 인사에 긍정적인 반응도 확인된다. 

이런 이유로 임추위도 4명의 후보군을 추린 2차 후보군(숏리스트)을 결정하며 “후보자들의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도덕성, 업무경험, 디지털 역량 등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임을 겨냥한 대통령과 정치권 및 당국 수장들의 발언이 나오며 우리금융 임추위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불투명해지고 있다. 

대통령 업무보고에 초대받지 못한 우리금융 회장·행장

논란이 커진 것은 1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금융위원회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주인이 없는,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과거에는 공공재, 공익에 기여하는 기업들이었기에 정부가 일일이 경영에 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며 “은행 등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이 투명한 거버넌스(지배구조)를 만들고 거기서 만들어진 지배구조로 경영진이 경영 활동을 하면, 기업과 사회 비용 및 수익을 서로 일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특히 윤 대통령은 “스튜어드십은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 구성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며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재차 강조했다. 스튜어드십은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참여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는 지침을 뜻한다.

이날 업무보고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등 4명의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업무보고에 참석한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이번 업무보고에 초대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의 중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금융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회장 선임 후에도 논란 계속될 수도

우리금융지주 본점 앞에 지주와 은행 깃발이 바람이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자들도 우리금융 임추위에 영향을 주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앞두고 “최고경영자를 어떻게 선임하는 게 맞는지 질문할 수 있다”며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냐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우리금융 임추위와 관련해 절차와 일정에 의문을 제기한 이후 나왔다. 

금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에는 정치권까지 우리금융 차기 후보에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1월 31일 입장문을 내고 “금융 실정 장본인의 우리금융 회장 도전은 부적절하다”며 임 전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우리은행 노조는 임 전 위원장이 차기 회장이 되면 ‘영업중단’ 등 회장 선임 반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당국과 우리금융 내부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어, 향후 외부 출신이나 내부 출신 중 누가 회장에 선임돼도 우리금융 안팎으로 논란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 때 민영화로 새 출발을 했던 우리금융이지만 지금은 정부와 당국, 정치권, 노조 등의 힘겨루기를 하는 곳이 됐다”며 “당국이 나서서 논란을 부추기게 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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