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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불황에도 글로벌 1위의 힘…삼성전자 “투자 축소‧인위적 감산 없다”

경계현 사장, 임직원 설명회서 의지 재확인
파운드리 사업이 관건, “TSMC 성능·수율 따라가 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 등과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 든 가운데서도 반도체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장은 1일 DS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업계 전반적으로 투자 축소 움직임이 있지만, 삼성전자는 미래를 위해 투자 축소를 하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메모리 사업 분야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분에서 2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년 전보다 97%가량 줄어든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투자와 생산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공언한 것은 경쟁사들과 비슷하게 움직여서는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D램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40.6%, SK하이닉스는 29.9%, 마이크론은 24.8% 수준이다. 1위인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점유율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15.3%포인트였는데 불과 3개월 만에 10.7%포인트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을 통해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결론적으로 올해 시설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투자가 계획대로 이어질 경우 경쟁사들과의 차이를 벌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2년 총 54조원의 설비투자 예상 전망치를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DS 부문의 투자 금액만 47조7000억 원이었다. 그런데 감산 계획 없이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혀 올해도 이와 같은 수준의 투자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19조원)보다 50%가량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단순 계산으로 올해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가 SK하이닉스의 5배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투자 유지를 자신 있게 언급할 수 있는 것은 곳간에 쌓아둔 자산이 그만큼 충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분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28조원에 달한다. 2021년 말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이 120조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증가했다. 가전을 비롯한 스마트폰 사업 등 반도체 부진을 메울 수 있는 다른 사업들이 건재하다는 것도 삼성전자의 힘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파운드리 부문에서 얼마나 성장세를 유지하며 TSMC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운드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TSMC는 201억6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56.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55억8000만 달러의 매출액으로 시장 점유율 15.5%를 차지했다. 경계현 사장은 “파운드리에서 TSMC의 성능과 수율을 따라가 보자”며 “2024년 3나노를 해야 하는데 TSMC와 유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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