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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한마디에 전방위 은행 압박…은행권 ‘진퇴양난’

[경험하지 못한 관치의 탄생] ① 최대 실적 발표한 은행에 尹대통령, ‘돈 잔치’ 지적
당국, 시중은행 과점체계 바꿀 예정…인터넷은행 및 지방은행 부상할 듯
정치권에선 ‘성과급 잔치’ 비판하며 법률 개정 나서
은행권 “코로나 위기서 대출지원·빚투로 대출 늘어난 것”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한 시장 내 식당가 앞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은행권에 새로운 관치가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은행이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고 언급한 후로 은행권을 향한 정치권과 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에선 코로나19 여파가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은행의 고(高)금리가 서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봤다. 은행의 최대 실적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전까지 관치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대손충당금 확대, 배당금 자제 등에 작용해왔다. 지금은 은행의 금리산정 등 영업 행위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구조를 지적하는 데까지 발생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최근의 최대 실적이 정부 정책에 맞춰 이뤄진 대출 확대로 가능했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과점 영업행위 비판…인터넷은행 역할 키울 듯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한 뒤로 정치권, 당국이 은행의 대손충당금과 사회 환원 확대만 아니라 영업 구조에까지 문제를 삼으며 비판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2월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금리로 국민의 고통이 크다”며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5일에도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 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 사업”이라며 고통 분담에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다.

공공재의 의미가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라는 뜻을 담고 도로, 항만, 공원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그런데 대통령이 은행 서비스도 마찬가지라고 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은행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서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식의 영업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당국만 아니라 은행도 같이 고민하자는 측면에서 ‘공공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특히 이 원장은 “‘공공재 발언’ 배경에는 독과점적인 시장 환경이라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으로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을 중심으로 독과점이 형성돼 있어 이를 ‘경쟁 시장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를 위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태스크포스에서는 ▲은행권 경쟁촉진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개선 ▲대손충당금 확대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사회공헌 활성화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등 6개 과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 중심의 대출 시장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온라인 중심의) 인터넷은행이 오프라인에서도 활동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며 “지방은행의 영업권도 현재 수도권이나 지방에 한정되어 있는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은행법에 ‘공공성’ 추가 명시 진행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은행 비판에 나서고 있다. 먼저 법률 개정을 시도하며 은행 공공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은행법 1조에 ‘은행의 공공성’을 추가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번 개정안은 김희곤 의원이 대표발의 했고, 구자근·김성원·김형동·박대수·윤창현·이명수·이인선·전봉민·황보승희 등 9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 의원은 이번 개정법률안의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에서 “은행의 공공성을 현행법의 목적에 명시함으로써 은행의 공익적 활동에 대한 지향성을 분명히 하고,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익적 활동을 확대하도록 하여 통합적인 국민경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이 2021년 1조709억원에서 2022년 1조3823억원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황 의원은 “가파른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국민 대다수가 대출 이자 인상과 가계 부채로 힘겨워하는 와중에 은행들이 성과급으로 ‘역대급 돈잔치’를 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코로나 펜데믹 과정서 대출 폭증해 이익도 증가”

이런 비판과 관련해 은행들은 호실적이 코로나19 과정에서 만들어진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에 저금리 상황에 부동산 가격 급등이 발생해 대출이 더 확대되는 환경이 조성됐고, 이후 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이익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증감액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60조 내외에 그쳤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이 발생한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100조6000억원, 71조8000억원 등으로 역대 최대 증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고금리 상황이 발생하자 가계대출은 반대로 5000억원 감소했고, 2023년엔 1월 한 달에만 4조6000억원이 줄었다. 이는 한은의 관련 통계 속보치가 작성된 2004년 이래 가장 큰 감소 규모다. 금리가 높아진데다 부동산 경기가 식으면서 대출 상환이 이뤄진 영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때 대출 만기연장, 이자유예 등 금융지원을 한 결과 대출 자산이 증가했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익이 발생했는데 이런 설명 없이 지금은 은행이 폭리만 취한 모습”이라며 “미래 손실을 위한 충당금 확대, 이자 감면 등 사회 환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비난부터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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