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지켜본 이커머스, 배턴 넘겨받을 다음 주자는
[대어 없는 IPO 시장]③
이커머스 상장 잔혹사...남은 주자 11번가, SSG닷컴
유통업황 부진...엔데믹에 쇼핑 추세 '온라인→오프라인'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최근 이커머스 1호 상장 기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새벽배송 이커머스(온라인 상거래) 업체 오아시스가 상장 철회를 결정한 가운데 다음 이커머스 상장 주자가 누구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상장에 도전한 컬리가 지난달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을 포기한 데 이어 오아시스까지 상장 철회를 결정하면서 이커머스 업계를 둘러싼 투자환경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상장 잔혹사가 이어지자 11번가, SSG닷컴 등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눈치싸움이 한층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최근 금리 인상과 국제 경제 악화 등으로 투자심리 위축에 더해 이커머스 업계를 둘러싼 경쟁 심화,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 둔화까지 겹치며 당분간 이들 기업의 기업 상장에는 난항이 예상될거란 분석이 나온다.
남은 주자 11번가, SSG닷컴 "당분간 시장 상황 관망"
11번가의 경우 연내 상장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새마을금고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5년 내 상장을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주관사 선정을 마쳤다.
11번가는 오는 9~10월께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다. 이와 같은 계획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11번가 관계자는 "현재 상장 계획과 관련해 바뀐 것은 없다"며 "이커머스 시장 상황이나 상장 추진 업체의 동향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반토막 난 기업가치다. 11번가는 앞선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투자 과정에서 기업가치 2조7000억원을 인정받았다. 당시 원하는 기업가치는 3조~4조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가치는 현재 1조원 남짓까지 내려앉았다는 평가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실적이다. 11번가는 지난해 3분기 전년 동기보다 43% 늘어난 189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지만, 영업손실은 364억원을 기록해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11번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단계에서 멈춘 상태다.
SSG닷컴은 지난해 상장을 목표로 했다가 돌연 시점을 연기했다. SSG닷컴은 2021년 10월 주관사 선정을 마친 바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상장을 목표로 했던 SSG닷컴이 올해로 시기를 미루며 추진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가 끝나자 시장에서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엔데믹 영향에 쇼핑 추세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엔데믹에 쇼핑 추세 '온라인→오프라인'...상장 계획 '적신호'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연간 매출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증감율은 2020년 3.6%, 2021년 7.5%, 2022년 8.9% 등으로 증가한 반면 온라인의 경우 2020년 18.4%, 2021년 15.7%, 2022년 9.5% 등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SSG닷컴도 급할 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8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 등으로부터 1조원을 투자받으며 2021년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의 목표를 달성하며 투자자 풋옵션 조항을 충족시킨 상태다. 당장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단 시장 상황을 관망하며 적정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상장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1조원의 투자를 받을 당시 SSG닷컴의 기업가치는 3조~4조원대로 인정받았지만 현재 시장에선 이 가치를 인정받기가 불가능한 상태다.
전문가들 역시 당분간 이커머스사들의 상장 움직임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를 기회 삼아 몸집을 키워온 이커머스들이 현상황을 유지하기도 어려워, 올해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업체들의 양극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코로나 시대에 외형이 급격히 커졌지만 현재는 코로나 당시와 매출이 유지만 돼도 다행일 정도"라며 "최근 금리 인상과 국제 경제 악화 등으로 이커머스 업계를 둘러싼 각종 악재가 드리운 가운데 상장보다는 매출 확보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당장의 과제는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생존하는 것이 됐다"며 "상장을 추진한다고 해도 기업이 원하는 적정한 기업가치를 책정 받지못할 것"이라고 관망했다.
업계에서도 얼어붙은 투자 환경 속 시장 전반적으로 IPO 도전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컬리나 오아시스도 머지 않은 시점에 다시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들이 게임체인저가 되긴 어려워보인다"며 "남은 이커머스 주자들 역시 적장한 몸값을 책정받고 증시 입성에 성공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2'1억 3천' 비트코인이 무려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3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
4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5“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
6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7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
8‘서울의 아침’ 여는 자율주행버스...26일부터 운행
9‘제조업 자동화’ 가늠자 ‘로봇 밀도’...세계 1위는 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