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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귀환한 ‘패션왕’…사우스케이프로 ‘화려한 부활’ 이끌까

[족쇄 풀린 ‘왕년★’]①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
‘한섬’ 매각 후 ‘절(絶)패션’…겸업 해제로 패션 복귀
“사우스케이프CC와 연관된 골프웨어만 부분 허가”
상반기 백화점 유통망 전개…매출·해외시장 확대 기대

사우스케이프 도산 플래그샵 전경과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 [사진 사우스케이프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미스트 김설아 기자] ‘한섬을 탄생시킨 패션업계 대부’, ‘브랜드 운영의 마술사’.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에게 따라 붙는 수식어다. 정 회장은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하고 니트업체 국동을 공동창업해 운영하다 1987년 패션 전문업체 한섬을 창업했다. 자수성가로 일군 회사를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LG패션(현 LF)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패션계열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견기업으로 키워내면서 업계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2012년 한섬을 현대백화점그룹에 약 4200억원에 매각하면 ‘절(絶)패션’ 계약을 맺고 패션업을 떠났다. 이후 활동 반경이 골프 리조트인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에 한정되는 듯 보였지만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골프웨어 브랜드 사우스케이프를 론칭한 데 이어 주요 백화점 입점까지 앞두면서 전공인 패션 분야로 보폭을 한껏 늘리고 있어서다. 

그의 과거 이력을 장식하는 화려한 타이틀만큼이나 사우스케이프를 통한 패션 성과가 두각을 나타낼지 관심이 모인다. 

10년 족쇄(?) 풀렸다…백화점 본격 입점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이 이끄는 골프의류 사우스케이프가 올 상반기 현대백화점 전국 주요 점포와 롯데백화점 본점 등에 입점하면서 본격적인 유통망 전개를 시작한다. 10여 년 전 현대백화점그룹과의 한섬 양수도 계약서에 적시된 ‘의류업 진출 금지 조항’이 올해부터 사라진 덕분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한섬이 보유한 사우스케이프 지분 14.5%를 450억원에 사들였고 이 과정에서 현대백화점으로부터 겸업금지 해제 동의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상생 차원에서 골프웨어 사업 허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패션업을 영위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통상적인 인수·합병(M&A) 계약에서 매도자의 경업금지 의무를 5~10년 수준으로 설정하는데 정 회장의 경우 평생 의류업 진출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겸업금지가 해제됐지만 패션업계에선 일괄 해제가 아닌 일시적 부분 허용으로 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의류업 금지 조항을 전면 풀어준 게 아니라 사우스케이프CC와 연관된 골프웨어만 허가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사우스케이프CC. [사진 연합뉴스] 
사우스케이프는 정 회장과 그의 아내이자 디자이너인 문미숙 씨의 합작품이다. 부부는 패션업계를 떠난 후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골프웨어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18년부터 서울에 사무실을 꾸리고 본격 골프웨어 사업을 준비해왔다.

그 결과 골프 리조트 사우스케이프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했고, 젊은 골퍼를 겨냥한 현대적인 골프웨어를 탄생시켰다. 프리미엄 골프웨어를 표방하면서 티셔츠 등 상의는 20만~30만원, 바지와 치마 등 하의는 30만원대인 고가 라인으로 자리잡았다. 
 
높은 가격대에도 강남권을 중심으로 사우스케이프 인기가 날로 상승했지만 그동안 겸업 족쇄에 묶여 제한적인 유통만 해왔다. 사우스케이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남구 청담동 도산공원에 있는 대표 매장 1곳과 자체 온라인몰 ‘사우스케이프숍’을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했다. 

광폭 행보 이어갈까…젊은 골퍼 공략이 관건 

겸업 해제와 함께 정 회장이 바라던 유통망 확대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그의 어깨에 점차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패션업계에서도 정 회장 부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사우스케이프가 제한된 판매망과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업계에서 주목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만큼 주요 유통 채널인 백화점 입점이 확대될 경우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매출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사우스케이프의 지난해 3분기까지 패션부문 매출액은 164억원으로 2021년 매출인 162억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론칭 첫해인 2020년 8%에서 2021년 20%, 지난해 3분기 기준 32%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골프리조트 (44%)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패션 부문이 성장하면서 사우스케이프 법인의 영업이익도 늘었다. 2021년 79억원에서 지난해엔 3분기만에 1년치 영업 성과를 뛰어넘는 82억원을 기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고가라인 브랜드인 지포어, PXG 등이 주요 백화점과 아웃렛 등에 대거 입점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우스케이프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여기에 고급 여성복을 만들어온 정 회장 부부의 감각이 반영돼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중국, 일본에서도 사우스케이프를 주목하는 만큼 해외 시장 확대와 골프웨어 외 다른 스포츠 패션 부문으로의 진출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우려의 시각도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올해를 골프웨어의 거품이 빠지는 시기로 보고 있다. 새 브랜드가 우후죽순 난립하기보다는 기존 브랜드 위주로 시장이 정리되면서 냉정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호황을 누리던 골프웨어 시장도 엔데믹 이후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2020년 15%, 2021년 56%, 2022년 34% 신장율을 보이던 골프웨어 매출이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골프웨어 시장의 급성장을 이끈 2030세대의 이탈이 시장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이들을 타깃층으로 하고 있는 사우스케이프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우수한 코스와 경관을 지닌 골프장 후광효과가 더해져 백화점 매장 안착에도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라면서도 “정점을 찍고 안정기에 접어든 골프웨어 시장 상황과 지포어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의 경쟁, 정재봉 대표의 역량 등과 관련해 인지도가 없는 젊은 골퍼들을 어떻게 공략해 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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