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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 멀다”…1개월 단위 단발 계약에 오락가락 정책 ‘과제 산적’

[불붙은 ‘짬밥’ 경쟁] ③ 최저가 낙찰의 덫
군납 경쟁 입찰 전환...수의계약 비율 70% 유지
'최저가 입찰제' 품질 저하..."제도적 보완 필수"

군 장병이 부대에서 식사 중인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최근 인구 감소에 따라 급식 시장이 정체되면서 식자재 기업에 군 부대 급식 시장이 놓칠 수 없는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단체급식업체를 통한 민간위탁이 100% 추진되면 그때 진입하가기엔 이미 늦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아직까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업계에선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최저가 경쟁 입찰인데다 조리병 투입, 시설 설비 개선 등 까다로운 정부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 기준 역시 오락가락 바뀌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민간에 개방된 군 급식 식자재 사업이 제살깎아먹기 경쟁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가 발표한 품질 개선의 일환으로 군 급식이 기존 농·축·수협 군납조합과 수의계약에서 경쟁 입찰 체제로 전환됐지만, 최저가 낙찰제라는 덫에 걸려 품질보단 최저가격을 써내야 수주가 가능한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최저가 입찰제’는 조달 입찰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1개 업체가 일감을 얻는 방식이다. 문제는 최저가 입찰로 저가의 농·축·수산물이 군부대 급식 식자재로 납품될 경우 상품의 질적인 측면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각 지역조합의 농·축·수산물 판로 확보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공군 부대원들이 자율배식으로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는 모습. [사진 국방부]

‘제살깎아먹기’ 경쟁 우려

기업들 역시 저렴한 가격에 뛰어들다 보면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 오히려 최저가 입찰에 매달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저가로 수주 및 납품을 할 경우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투자의 동력마저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가를 적어내야 납품할 수 있는 구조다 보니 업체들끼리 치킨게임이 반복되고, 결국 질적인 개선 없이 손해를 보면서도 수주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되풀이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를 따내면 매출은 늘 수 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며 “저수익 구조가 고착화되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저가 식자재를 조달하게 되고 그 여파는 다시 농·축·수산업계에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부분 품목의 입찰 기간이 6개월 내로 짧다는 점도 문제다. 부대 별로 입찰기간이 상이하지만 군 식자재 납품 계약의 경우 대부분 1~2개월 단위로 계약이 이뤄진다. 조건도 까다롭다. 식자재만 납품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군납을 위한 주방 시설투자, 조리병 투입 등이 동반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최저가 입찰에 까다로운 기준…문제는 무엇

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방식을 쓰면서도 설비투자나 조리사 투입 등 조건은 까다로운 편”이라면서 “수주에 성공해 설비투자 등 조건에 부합하는 요소를 갖췄다고 해도 단기 입찰 특성상 1개월 만에 다른 업체로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계약이 바뀌면 식자재 기업에 재료를 공급하던 협력사도 일시에 물량이 줄어든다. 사전에 확보한 많은 물량을 계약 변경과 동시에 재고로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적잖은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품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주도권 확보 측면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 정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당초 정부는 2025년 완전 경쟁입찰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농민과 지자체의 반발에 군 급식 식자재의 계획생산 비중을 2024년까지 70% 유지하기로 변경했다. 당장 농·축·수산물 군납 방식이 전량 경쟁체제로 바뀌는 것은 막았지만, 2024년 이후부터는 수의계약비율이 언제 어떻게 계획생산비중이 바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일각에선 기업과 농민들이 서로 상생하고 적절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상품을 납품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질적인 대안으로는 ‘직영 급식’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급식을 민간의 손에 맡기는 게 아니라 군 차원에서 직접 채용하고 관리하자는 의견이다. 이는 민간 조리사와 조리원을 직접 채용해 식당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일부 부대에서 이미 운영 중이기도 하다.

직영 급식 방식은 장병의 1일 급식비를 온전하게 재료비로 사용할 수 있어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인데다 인건비가 따로 책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급식의 질도 높일 수 있다. 민간 위탁의 경우 장병 1일 급식비로 재료비와 인건비 및 기타 경비를 충당해야한다. 

부대 인근 농민과 자치단체에선 ‘지역상생형 직거래 방식’을 구축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군부대 접경지역에서 생산한 농·축·수산물을 직접 생산자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군부대 납품 식자재 가격 결정의 과정(국방부 중심)과 발주(부대 중심), 공급(유통업체 중심)의 모든 과정에서 생산자가 배제돼 있다. 실제 2011년 제정된 특별법 제25조 3항을 보면 ‘국가는 접경지역 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을 우선적으로 군부대에 납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돼 있다.

권종탁 전국먹거리연대 위원장은 “국방부가 장병들의 밥상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을 한다면 지역 생산자들과 직거래를 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며 “지역 협동조합, 산지 품목 의무 구매 비중을 반영하고, 경쟁입찰 시 지역 산업을 기반으로 한 업체 또는 접경지역의 상품에 대해서는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많은 돈을 투입하고 경쟁계약을 해 단순히 급식의 양을 늘리고 시각적으로만 풍부한 급식으로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라며 “장병 건강을 위해 좋은 식자재를 납품하고,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군 급식이 돼야 함은 물론 올바른 분석을 통해 목적과 취지에 맞는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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