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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韓 수출 위기에 동분서주…존재감 과시

[경제단체 지각변동]④
민·관 수출 소통창구 역할…대내외 불확실성 극복 총력
구자열 회장 취임 후 적극적 행보…정부도 중요성 인지 

한국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온 경제 5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가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 회장 직무대행 시대를 맞았고, 양대 경제 단체 중 하나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에 나서며 현 정부와 적극 교감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사실상 양대 경제 단체 구도가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통합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수출 부진 속 한국무역협회(무역협회)의 역할론이 힘을 받고 있다. 네 번 연임에 성공한 김기문 회장의 중소기업기중앙회(중기중앙회)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경제 5단체의 현주소를 짚어본 이유다. [편집자]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사진 한국무역협회]

[이코노미스트 이건엄 기자]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 강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무역협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5대 경제단체 중 한 곳으로서 흔들리고 있는 한국 수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기업과 정부 사이에서 소통창구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특히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취임한 이후 무협이 정체성을 회복하고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내외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 따르면 무역협회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수출 위기 극복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근본인 수출이 흔들릴 경우 더 큰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경제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월  무역수지는 53억 달러(약 6조900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월별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 이후 12개월째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6839억 달러(약 890조7797억원)의 수출고를 거뒀지만, 수입액도 늘어나면서 472억 달러(약 61조4780억원)의 역대급 적자를 냈다. 글로벌 경제위기 때인 2008년(132억6740만 달러)의 3.5배 수준이다.

이에 무역협회는 수출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정부와 기업 간 창구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통상 현안과 관련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적시에 대응하는 한편 수출 동력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 및 연구 조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무협은 수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5대 사업 전략 및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 5대 사업 전략은 ▲무역현장 애로 발굴 및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지원 ▲신 통상질서 대응 및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디지털 기반 서비스 강화 및 무역 인프라 확충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강화 ▲신성장 수출 산업 육성 및 무역의 부가가치 제고 등이다. 

HMM 컨테이너선. [사진 HMM]

구자열 회장 역할 커

재계에서는 무협이 적극적이고 발 빠른 대응에 나선 데는 구자열 회장의 역할이 크다고 분석한다. 2021년 31대 무협 회장에 취임한 구 회장은 수출기업의 목소리를 정부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무협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공급망 문제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천과 부산 등 물류 중심지를 직접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했다. 이를 바탕으로 운임비 급등과 선박 부족 등 수출 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정부에 전달했다. 

덕분에 무협은 정부로부터 비즈니스 목적 해외 출장이 잦은 기업인을 대상으로 백신 우선 접종, 공급망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안 마련, 물류비 문제 해결 등의 조치를 이끌어 내며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는 무협이 지난 2006년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물러난 이후 관료 출신이 회장직을 맡으며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특히 무협은 구자열 회장 취임 이후 경제단체로서 위상도 높이고 있다. 삼성물산과 넥센타이어, 동화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무협 회장단에 합류하며 외연 확장을 이룬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위치한 트레이드센터 전경. [사진 한국무역협회]


정부와 활발한 소통


구 회장 취임 이후 무협은 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 직후 경제단체 중 무협을 가장 먼저 방문한 점만 보더라도 무협에 대한 정부의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구자열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단 단장 자격으로 2월 25일 약 20명의 사절단과 출국했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세인트루시아, 앤티카 바부다, 세인트키츠 네비스 등 카리브해 인근 5국을 14박 16일 일정으로 방문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절단에는 김윤일 대통령실 미래정책비서관, 무협 회장단, 주트리니다드토바고 대사관 관계자 등이 포함됐다. 구 회장은 방문 중 5개국 총리·외교장관과 면담을 갖고 윤 대통령 친서를 전달한 뒤 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무협이 아프리카 12개국 대사 초청 비즈니스 교류 행사를 개최하고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행사에는 가봉, 시에라리온, 앙골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나이지리아, 가나, 탄자니아,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 르완다, 잠비아 주한 대사관 대표들이 참석했다. 

당시 구 회장은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니켈·코발트 등 희귀광물을 품고 있는 아프리카는 한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의 새 대안이 될 수 있는 지역”이라며 “많은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해 아프리카의 녹색성장, 디지털 전환, 제조업 강화 등에 공헌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한국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적극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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