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문제 해법은?…“전세보증금 예치하게 해야”
[죽음의 전세사기] ③ “임대차 신탁제 도입하거나 전세금 DSR에 포함해야”
“공인중개사 확인설명 의무와 직업윤리 강화 필요”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전세사기를 예방하고 피해를 받은 임차인을 구제하기 위해 제도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가 부동산 시장 흐름과 정보의 비대칭, 임대차 제도 등 다방면으로 연관이 있는 만큼 금융제도, 공인중개사 관련 제도 등 종합적인 관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세사기는 결국 정보 비대칭에서 기인한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전세사기 방지 대책도 이 같은 점을 반영해 마련됐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안심전세 앱(App)’을 통해 집주인의 과거 보증사고 이력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가입 금지 여부, 악성임대인 등록 여부와 임대인의 체납이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공인중개사도 임대인의 세금·이자체납 등 신용정보와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전입세대 열람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임차인이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증금 상환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한 예치 제도도 제안됐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임대인이 보증금 전체를 사적으로 이용해 임차인에게 반환하지 못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보증금의 일정 부분을 예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탁 기관을 통해 임대차 계약을 관리하도록 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로 인한 전세보증금미반환 리스크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박 연구위원은 “금융권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갭투자의 난립을 예방할 수 있다”며 “전세보증금을 DSR에 포함하면 자기 비용을 최소화하고 대부분 전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집을 산 갭투자자는 보증금만큼의 대출이 잡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갭투자는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차익거래이지만, 주택 거래 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유재이자 공공재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서 “저소득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전세사기를 당했다면 선진국처럼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인중개사의 의무, 직업윤리 강화해야
전월세 거래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 의무와 직업윤리,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도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김성용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교수가 올해 2월 공인중개사와 부동산전문가 1600명을 대상으로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 내용의 확대와 강화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중개사들은 ‘공인중개사의 직업윤리 의식을 상향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 중요도에 대한 설문에는 부동산 전문가들과 공인중개사 모두 ‘매우 중요하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공인중개사의 역할과 기능 면에서 제도 문제와 윤리의식, 전문성,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에 대한 시장 모니터링 체계가 미흡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현재 공인중개사법에는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 의무와 직업윤리에 대한 내용이 있지만 주변 시세 정보나 임차인에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내용 등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있지 않다.
김 교수는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 의무와 직업윤리,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중개업 관리 체계를 구축해 전세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인중개사협회 내 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상벌 기준을 부여하는 등 구체적인 실무지침을 만들어 윤리의식을 제고하고, 현장 중심의 실무 교육을 통해 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공인중개사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할 수 있도록 협회에 단체 지위를 부여하는 것도 제시됐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부동산 매수 희망자의 거래 사고 예방에 초점을 둔 확인설명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중개업자와 매수자에 대한 성실한 확인설명 의무와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공인중개사협회에서는 자체 정보 체계를 마련하고 안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중개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경매 넘어간 임차인 보호하는 방안 마련해야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방안도 중요하지만 현재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으로 정부가 경매로 넘어간 주택을 선매입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은 “현재 전세사기 피해를 입고 하루하루가 힘든 피해자들을 위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국가가 선매입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매에 넘어간 주택을 선매입한 후 공공주택으로 전환하면, 전세사기 피해자가 공공주택의 입주자가 되면서 일정 기간 동안은 퇴거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권리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종완 원장은 “현재 공공임대주택의 보급률이 8% 수준인데 OECD 선진국 수준인 15%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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