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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앞장 선 경총…종합경제단체로 변화

[2023 경제5단체 현주소]⓷
경제계 대표해 ‘노란봉투법’ 문제 지적
손경식 회장 역할론, 정부와 노동개혁 한목소리

한국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온 경제 5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가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 회장 직무대행 시대를 맞았고, 양대 경제 단체 중 하나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에 나서며 현 정부와 적극 교감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사실상 양대 경제 단체 구도가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통합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수출 부진 속 한국무역협회(무역협회)의 역할론이 힘을 받고 있다. 네 번 연임에 성공한 김기문 회장의 중소기업기중앙회(중기중앙회)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경제 5단체의 현주소를 짚어본 이유다. [편집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제1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주 52시간 근로제 개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 등 최근 노동 관련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런 쟁점을 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경제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3월 6일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유연화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일주일 단위로 연장근로시간을 관리해 노동자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없도록 했는데, 앞으로는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하고 최대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날 경총은 앞장서 입장문을 내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낡은 법, 제도를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경총은 “그동안 산업현장에서는 주 단위 연장근로 제한 등 획일적·경직적인 근로시간 제도로 업무량 증가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며 “연장근로 관리 단위 변경은 업무집중이 필요한 경우에 주로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또 “극단적 사례를 들어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거나 근로자 건강권을 해친다는 노동계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법 개정안이 지난달 야당 단독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됐을 때도 경총은 경영계를 대표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경총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여러 차례 반대 의견을 밝혔고 경영계가 개정안 심의 중단을 촉구했었다”며 “그럼에도 야당이 다수의 힘을 앞세워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경영계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 탄압을 목적으로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총을 비롯한 경영계는 규정에 어긋나는 파업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해당 법안을 비판해왔다.

경총은 “(노란봉투법이)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기업까지 쟁의대상으로 끌어들인다”며 “결국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노사 갈등이 급증하고 산업 현장에는 ‘파업만능주의’가 만연할 것”이라고도 했다.

3 연임에 성공 손경식 회장, 할 말 하는 기업인 평가

일각에서는 손경식 경총 회장 취임 후 종합경제단체로 거듭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여든이 넘은 원로 기업인이지만, 현 CJ그룹 회장이면서 과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8년간 역임한 경험을 살려 기업과 경제단체가 직접 하기 힘든 지적을 남에게 미루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회장단 추대와 회원사들의 만장일치로 경총 회장 3 연임에 성공한 그는 2024년까지 경총을 이끌 예정이다. 경총 회장은 연임 제한이 없어 앞으로도 손 회장의 역할이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손경식 회장은 경총과 전경련을 통합해 경제단체의 위상을 다시 세우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허창수 전 전경련 회장이 사퇴의 뜻을 밝힌 직후 손 회장은 “전경련 회원사들이 추대하면 (전경련 회장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전경련과 통합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일본경제인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일본경영자단체연맹(닛케이렌)이 통합해 현 게이단렌을 출범했는데, 국내에서도 전경련과 경총의 통합으로 이런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노조법 2·3조 개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손 회장은 2022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단체 통합과 싱크탱크 설립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경제단체가 두 개(전경련‧경총) 있을 필요가 있나. 둘이 힘을 합치면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며 “두 개를 통합하고 헤리티지재단(미국의 보수주의 성향의 싱크탱크)같이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기관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었다.

경총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인 노동개혁에 발맞춰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기업들은 경쟁국보다 여전히 강력한 시장규제와 경직적 노동환경 속에서 글로벌 경쟁에 나서야 한다”며 “시대변화에 맞게 낡은 법·제도를 고치고 신산업 진출과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높은 진입장벽은 허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경쟁력 있는 세제 환경 조성, 노동시장 개혁, 시장의 자율성과 유연성 제고 등을 언급했다. 이는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맥이 닿아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도 손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고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비합리적인 규제를 개혁하고 자유롭고 역동적인 경영환경을 시급하게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안상훈 사회수석 대독)를 통해 “우리 앞에 놓인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대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며 “노동개혁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 구조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정비하고 노사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며 “기업도 미래세대를 위한 노동개혁에 적극 동참하여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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