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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삼양라면’ …‘불닭볶음면’으로 제2 부흥기

[‘중꺾마’로 위기극복…장신(長新) 기업을 찾아서] ⑦-삼양식품
1963년 국내서 첫 라면 제조·판매…올해로 62년째 운영
한국식 라면 스프 개발하고 60년대부터 해외 시장 개척
2010년대 들어서는 불닭볶음면으로 제2의 부흥기 맞아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Data Lab)은 지난 2월 '111클럽' 기획을 발표한 바 있다. 데이터랩의 두 번째 기획은 국내 매출 상위 2000대 상장사 중 올해 기준으로 60년 전통을 가진 기업 177곳 중 (2021년 기준) 연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상위 10%의 기업을 선정하는 것이다. 총 46곳의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은 한국경제의 주역들이다.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은 이 기업을 '장수(長壽) 기업' 대신 '장신(長新)' 기업이라 이름 붙였다. [편집자]

1963년 삼양식품이 내놓은 최초의 라면. [사진 삼양식품]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은 농심이 아니다. 1963년 탄생한 1호 라면은 삼양식품이 선보인 ‘삼양라면’이다. 창업주인 고 전중윤 명예회장이 한국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발한 라면사업은 어느새 온 국민의 먹거리로 자리매김하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2조원이 넘는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물론, 오늘날 세계 각국에 수출되며 K-푸드 확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삼양식품이 있다. 삼양라면은 환갑을 넘긴 국내 대표 장수 식품일 뿐 아니라 ‘불닭볶음면’이란 히트 상품으로 전 세계 85개국에 수출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랜 역사뿐 아니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장신(長新)기업. 라면의 원조 삼양식품이 그려온 발자취는 어떤 모습일까. 

1960년대 삼양라면 광고 지면. [사진 삼양식품]

삼양식품은 1961년 세워진 기업으로 62년 역사를 자랑한다. 라면사업을 본격화 한 것은 1963년이다. 고 전중윤 명예회장이 당시 일본 묘조식품으로부터 기계와 기술을 도입해 국내에서 최초로 라면을 출시했다. 출시 이후 1965년 정부가 국가적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혼분식(쌀 이외 여러 잡곡을 섞어 먹는 것) 장려 정책을 펼쳤고 삼양라면의 판매율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라면은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대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식품으로 자리잡으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삼양라면은 당시 판매율에 만족하지 않고, 일본에서 전수받은 라면 맛이 아닌 한국 사람 입맛에 맞춘 한국식 라면을 새로 개발하기 위해 1966년 삼양식품 실험실을 발족한다. 이 실험실은 연구실로 확장하며 한국식 라면 스프 개발이 시작됐다. 

1970년대 삼양식품 라면 제품의 광고. [사진 삼양식품]
라면 맛이 한국식으로 자리잡히면서 삼양라면은 1966년 11월 240만 봉지 팔리던 것이 1969년 에는 월 1500만 봉지가 판매되며 매출이 급등했다. 60년대 삼양라면 매출 신장률 추이를 살펴보면, 해마다 최저 36%에서 최고 254%까지 폭발적인 증가율을 나타냈다. 

한국식 라면 스프가 첫 번째 삼양식품의 혁신이라면 두 번째 혁신으로는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삼양식품은 1969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베트남에 라면 150만불 어치를 수출했다. 이후 60여개 나라에 라면을 수출했고, 1972년에는 동남아 지역 등 수출액 250만불을 돌파했다. 이때 기록을 보면 삼양라면 매출액은 141억원으로 국내 재계순위 23위를 차지했는데, 당시 소비자가격이 22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약 7억 봉지가 팔린 셈이다. 

해외까지 사로잡은 불닭볶음면...제2의 전성기 맞아 

삼양식품의 붉닭시리즈 제품들. [사진 삼양식품]
세번째 혁신으로는 국물 라면에서 벗어나, 새로운 라면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개발한 것이다. 삼양식품은 전국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탐방하고 세계 여러 국가의 고추를 연구하며 한국식의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몰두해 지난 2012년 4월에 지금의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제품 개발에만 약 1년이 소요됐고, 이 기간 동안 매운소스 2톤, 닭 1200마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불닭볶음면은 출시 초기 국내 매출은 월 7억~8억원 정도로 시작했지만,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3달 만에 매출이 배로 증가했다. 인기는 계속돼, 출시 1년 만에 월 3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삼양식품의 주요 제품으로 떠올랐다. 

이후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에 이은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 불닭시리즈 제품을 지속해서 출시하며 볶음면 제품의 인기를 확장했다. 

라면의 한 카테고리로 확장한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의 해외매출을 책임지는 글로벌 제품으로 꼽힌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중 80% 이상이 불닭브랜드에서 발생할 정도로 해외시장에서 인기가 많다. 불닭볶음면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삼양식품은 매년 창립 이래 사상 최대의 실적을 갱신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사진 삼양식품]
새로운 삼양식품 부흥기를 세운 주역으로는 김정수 부회장의 결단력도 한몫했다. 김 부회장은 불닭볶음면을 개발한 주역이자 내수 의존적이었던 삼양식품을 수출기업으로 변화시키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 받는다. 김 부회장은 2016년 불닭볶음면이 유튜브를 통해 해외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불닭볶음면의 해외 시장 개척을 결정하고 불과 2년만에 80여개국에 판로를 뚫었다. 또 김 부회장은 해외시장을 겨냥해 라면 제품의 할랄 인증 획득에 앞장서고, 수출 성장세가 본격화된 이후 코로나 이전까지 일년에 평균 100~120일 가량의 출장 일정을 소화하며 해외사업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삼양식품 해외 매출은 2015년 300억원에서 2021년 3886억원으로 6년만에 13배 증가했다. 2022년도 3분기까지 누적 해외 매출액은 4500억원으로,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전체 해외 매출액이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외 생산공장 없이 수출 물량 전부를 국내 공장에서 제조하는 삼양식품은 이 같은 해외 판매 호조로 2017년 1억불, 2018년 2억불, 2021년 3억불, 2022년 4억불 수출을 달성했고, 현재 한국 라면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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