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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좀 다른 ‘날렵한’ 거북선…18세기 바다 누빈 모습 복원, 신빙성은?

채연석 전 항우연 원장 연구 결과 발표
1795년 당시 사용된 ‘통제영 거북선’ 복원
“1592년 발발 임진왜란 거북선도 유사할 듯”

1795년 왕명으로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에 담긴 거북선 설계 자료 ‘귀선도설’에 근거해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복원한 통제영 거북선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모습. [제공 유클리드소프트]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실체 모습을 두고 의견이 왕왕했던 거북선의 신빙성 있는 모습이 공개됐다. 그간 다양한 사료를 통해 어느 정도 정형화된 거북선의 모습이 영화·드라마는 물론 실제로도 제작된 바 있다. 그러나 그간 대중들에 익히 알려진 ‘갑판 전체에 지붕을 둥글게 씌우고 철갑을 올린’ 형태론 기동성 확보와 포 발사가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이 같은 거북선 모습이 ‘비과학적인 반쪽’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19일 건조에 사용했던 설계 자료를 통해 실제 모습에 가까운 거북선 모습을 컴퓨터 모델을 통해 복원했다고 밝혔다. 1795년 문헌으로 기록된 내용 일부가 실제 거북선 축조에 사용됐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18세기 왜구의 침략을 종횡무진 지켜낸 거북선의 모습을 복원해냈다. 또 실제 거북선을 65분의 1로 축소한 모형도 함께 선보였다. 그가 공개한 거북선의 모습은 익히 알고 있던 모습에 비해 날렵하고 철갑도 일부만 씌워져 있는 형태다.

채 위원장이 복원의 근거로 삼은 자료는 1795년 왕명으로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에 담긴 거북선 설계 자료 ‘귀선도설’이다. 귀선도설에는 1795년 당시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 2종류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채 위원장은 이 중에서 통제영 거북선의 모습을 복원했다.

그간 귀선도설 내용이 실제 거북선 설계도로 쓰였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 복원자에 따라 거북선의 모습이 전체적 유사성만 지니고 세부적 내용은 매번 달랐던 이유다.
1795년 편찬된 ‘이충무공전서’ 내 ‘귀선도설’ 내용. [제공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

채 위원장은 귀신도설이 실제 거북선 설계에 이용됐다는 문헌을 찾아냈다. 그는 해당 자료가 1793∼1794년 삼도수군통제사를 지냈던 신대현이 순조 9년(1809년) 4월에 기록한 ‘비변사등록’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비변사등록을 보면 신대현이 1809년 4월 “최근 각 수영의 거북선이 이름만 거북선이지 다른 배와 다름이 없다”며 거북선을 귀선도설에 맞춰 건조하도록 하고 이를 어긴 게 드러나면 문책해달라고 상소를 올렸다는 내용이 나온다.

채 위원장이 귀선도설이 거북선 설계도에 해당하는 자료라고 본 이유다. 그는 “실질적으로 1809년 이후에는 귀선도설을 바탕으로 거북선을 건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 당시 사용된 거북선의 모습과 이번에 채 위원장이 복원한 거북선이 같은 형태인지는 확인이 어렵다. 채 위원장이 복원한 모습이 1795년 통제영 거북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거북선은 임진왜란 이후에도 여러 수군에서 주요 전략 자원으로 도입했다.

채 위원장은 다만 “판옥선이나 거북선 구조를 바꾸려면 왕에게 승인받아야 하는 만큼 비율 등은 전통적으로 이어 오는 규정대로 만들었을 것으로 본다”며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에서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저는 본다”고 말했다.

그가 복원한 통제영 거북선은 갑판 길이 26.6m(85척), 폭 10m(32척)의 규격을 바탕으로 한다. 거북선의 형태는 귀선도설의 내용을 토대로 ‘판옥선 위에 챙모자를 씌운 구조’라고 봤다. 갑판 위 뚜껑을 22개 판자를 대서 만들었다는 자료와 함께 실린 그림을 분석, 5장은 갑판 부분을 씌웠고 3장은 벽에, 그리고 나머지 3장은 지붕 역할을 한다는 해석이다.

다만 귀선도설에 거북선 1층 밑바닥의 크기와 높이, 2층의 높이, 3층 지붕의 구조 등의 내용이 나오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 이 때문에 채 위원장은 조선시대 각 관아에서 모았던 문서집인 ‘각사등록’의 ‘통제영계록’에서 관련 자료를 모아 각 층을 배치했다. 또 1894년 ‘통제영 해유문서’ 등을 3층 좌우에 24대, 선두에 2대, 선미에 1대 등 총 31개 함포가 실렸으리라고 봤다. 이와 함께 거북선에 장교 6명과 사부 18명, 화포장 10명, 포수 24명, 타공 4명, 격군 120명 등 총 182명의 인원이 탑승하리라고 분석했다.

채 위원장의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해군사관학교 해양연구소가 발행한 ‘충무공 이순신과 한국해양’ 제9호에 실렸다. 채 위원장은 전통 화포·무기체계 전문가로, 1979년 한국 전통 화약 무기 복원 연구를 해 약 30종의 화약 무기를 복원한 바 있다. 1993년에는 세종 때 개발된 ‘신기전’을 복원하고 발사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채 위원장은 향후 임진왜란 당시 사용된 거북선의 모습도 복원하기 위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1795년 왕명으로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에 담긴 거북선 설계 자료 ‘귀선도설’에 근거해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복원한 통제영 거북선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모습. [제공 유클리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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