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 KT&G 주총에 쏠린 눈…‘행동주의 펀드’를 둘러싼 세 가지 의문 [이코노Y]
오는 28일 KT&G, 정기주주총회 열려
행동주의 펀드 안건에 자문사 반대 권고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오는 28일 KT&G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이하 FCP)와 안다자산운용이 제시한 안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안건은 크게 두 가지. 현금배당 건과 사외이사 추천 내용이다.
하지만 관련 내용에 대해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 의사를 잇따라 표하고 있다. 앞서 기존의 다른 펀드와 달리 ‘착한 행동주의’를 표방한다고 주장하는 FCP, 안다자산운용 안건에 왜 반대표가 쏠리는 걸까.
의문 1. 주당 1만원 배당, 자사주 매입 요구 적절한가
먼저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꼽을 수 있다. KT&G는 28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2022회계년도 배당액을 주당 5000원으로 안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2021년 보다 200원 증액한 수치다. 반면 행동주의 펀드들은 이번 KT&G의 배당정책을 반대하고 안다자산운용은 주당 7867원을, FCP측은 주당 1만원을 제안했다.
이중 FCP측은 현금배당과 함께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요구했다. 만약 FCP 제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KT&G는 주주환원을 위해 대규모 차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FCP가 제안한 배당액과 자사주 매입자금을 합치면 총 2조4000억원인데, KT&G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676억원으로 2조4000억원에 비해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도한 행동주의 펀드 제안에 의결권 자문사는 KT&G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 21일 대신경제연구소는 KT&G 이사회가 제안한 현금배당 주당 5000원에 찬성함을 밝혔다. 대신경제연구소 측은 “주주환원 규모, 투자계획에 따른 현금소요에 대한 우려, 주주제안 관련 분석 내용을 고려하면 이사회가 제안한 현금배당(주당 5000원) 안건은 주주가치 훼손의 우려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자기주식 취득건에 대해서는 ‘주주환원 지속성 침해 우려’와 ‘자기주식 취득으로 인한 기업의 자율적 자금활용 침해 우려’로 반대를 권고했다.
의문 2. 황우진·차석용, 사외이사 추천 적합한가
사외이사 추천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FCP의 첫 번째 추천 사외이사인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는 과거 ADT캡스 사외이사로, 소수주주인 FCP 이익만을 대변할 수 있다는 우려다. FCP는 ADT캡스 매각 당시 칼라일 한국 대표였던 이상현 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사다.
또 다른 후보인 차석용 씨 또한 M&A전문가일 뿐, KT&G에서 영위하는 주요 사업인 홍삼과 같은 건기식 분야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석용 사외이사가 통과되면 M&A를 통한 기업 몸집 불리기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리한 M&A는 회사의 장기 성장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ESG기준원 역시 차석용 후보와 관련해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의문 3. 1% 지분, 전체 주주 대변할 수 있나
이들이 가진 소수주주권이 전체 주주를 과연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FCP와 같은 행동주의 펀드는 보통 기업 유통 주식의 1% 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고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간섭에 나선다.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 활동 대상이 된 국내기업 47곳, 올 3월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서 주주제안한 기업은 14곳 이상이다. 물론 이들의 활동이 주는 순기능도 있다. 중소기업이나 오너기업의 경우 오너일가의 전횡을 막거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다만 KT&G와 같이 오너나 특정 대주주가 없는 지배구조가 투명한 회사에서는 다른 의도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차익 실현 후 엑시트를 목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2의 ‘칼 아이칸’ 재현 가능성도 흘러 나온다.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칼 아이칸은 2006년 KT&G 지분 인수로 경영권을 위협하며 인삼공사 분할과 사외이사 추천 등을 제안했다. 주주제안으로 이사회에 입성했지만 사외이사 임기 1년을 남기고 돌연 사퇴했다. 당시 챙긴 시세차익은 15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 역시 행동주의 펀드 행보가 단기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닌지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행동주의 펀드는 주로 자사주 매입, 배당 등 주식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성과만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 등 장기적 성장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가 단기 이익을 위해 기업을 공격하거나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행동주의 펀드 측이 주장한 KGC인삼공사 인적분할 안건은 오는 28일 주주총회에 상정하지 않는다. 대전지방법원이 인삼공사 분할 안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는 안다자산운용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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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련 내용에 대해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 의사를 잇따라 표하고 있다. 앞서 기존의 다른 펀드와 달리 ‘착한 행동주의’를 표방한다고 주장하는 FCP, 안다자산운용 안건에 왜 반대표가 쏠리는 걸까.
의문 1. 주당 1만원 배당, 자사주 매입 요구 적절한가
먼저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꼽을 수 있다. KT&G는 28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2022회계년도 배당액을 주당 5000원으로 안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2021년 보다 200원 증액한 수치다. 반면 행동주의 펀드들은 이번 KT&G의 배당정책을 반대하고 안다자산운용은 주당 7867원을, FCP측은 주당 1만원을 제안했다.
이중 FCP측은 현금배당과 함께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요구했다. 만약 FCP 제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KT&G는 주주환원을 위해 대규모 차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FCP가 제안한 배당액과 자사주 매입자금을 합치면 총 2조4000억원인데, KT&G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676억원으로 2조4000억원에 비해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도한 행동주의 펀드 제안에 의결권 자문사는 KT&G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 21일 대신경제연구소는 KT&G 이사회가 제안한 현금배당 주당 5000원에 찬성함을 밝혔다. 대신경제연구소 측은 “주주환원 규모, 투자계획에 따른 현금소요에 대한 우려, 주주제안 관련 분석 내용을 고려하면 이사회가 제안한 현금배당(주당 5000원) 안건은 주주가치 훼손의 우려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자기주식 취득건에 대해서는 ‘주주환원 지속성 침해 우려’와 ‘자기주식 취득으로 인한 기업의 자율적 자금활용 침해 우려’로 반대를 권고했다.
의문 2. 황우진·차석용, 사외이사 추천 적합한가
사외이사 추천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FCP의 첫 번째 추천 사외이사인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는 과거 ADT캡스 사외이사로, 소수주주인 FCP 이익만을 대변할 수 있다는 우려다. FCP는 ADT캡스 매각 당시 칼라일 한국 대표였던 이상현 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사다.
또 다른 후보인 차석용 씨 또한 M&A전문가일 뿐, KT&G에서 영위하는 주요 사업인 홍삼과 같은 건기식 분야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석용 사외이사가 통과되면 M&A를 통한 기업 몸집 불리기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리한 M&A는 회사의 장기 성장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ESG기준원 역시 차석용 후보와 관련해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의문 3. 1% 지분, 전체 주주 대변할 수 있나
이들이 가진 소수주주권이 전체 주주를 과연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FCP와 같은 행동주의 펀드는 보통 기업 유통 주식의 1% 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고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간섭에 나선다.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 활동 대상이 된 국내기업 47곳, 올 3월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서 주주제안한 기업은 14곳 이상이다. 물론 이들의 활동이 주는 순기능도 있다. 중소기업이나 오너기업의 경우 오너일가의 전횡을 막거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다만 KT&G와 같이 오너나 특정 대주주가 없는 지배구조가 투명한 회사에서는 다른 의도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차익 실현 후 엑시트를 목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2의 ‘칼 아이칸’ 재현 가능성도 흘러 나온다.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칼 아이칸은 2006년 KT&G 지분 인수로 경영권을 위협하며 인삼공사 분할과 사외이사 추천 등을 제안했다. 주주제안으로 이사회에 입성했지만 사외이사 임기 1년을 남기고 돌연 사퇴했다. 당시 챙긴 시세차익은 15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 역시 행동주의 펀드 행보가 단기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닌지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행동주의 펀드는 주로 자사주 매입, 배당 등 주식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성과만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 등 장기적 성장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가 단기 이익을 위해 기업을 공격하거나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행동주의 펀드 측이 주장한 KGC인삼공사 인적분할 안건은 오는 28일 주주총회에 상정하지 않는다. 대전지방법원이 인삼공사 분할 안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는 안다자산운용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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