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차기 대표 후보 사의 표명…계속되는 ‘KT CEO 잔혹사’(종합)
주총은 일단 예정대로…공식 입장은 아직 없어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지난 22일 열린 KT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로 공식 내정된 지 보름만이다. 정부와 정치권 등의 연이은 압박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KT의 CEO 잔혹사가 또다시 재현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식 내정 보름만에 사의 표명한 윤경림 후보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경림 후보는 지난 22일 조찬 간담회에서 “내가 더 버티면 KT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이사진은 윤 후보를 만류를 했지만, 윤 후보는 계속 사의 표명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7일 KT 이사회로부터 차기 CEO 최종 후보로 결정됐으며,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 때 선임 안건을 상정해 찬반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해 KT 측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없다”며 “계속해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윤 후보 사의 표명과 관련해 다수 노조인 KT노조는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서 경영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KT 새노조는 “윤 후보가 주주총회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로써 회사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이번 대혼란은 구현모 사장이 무리한 연임을 추진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민영화 이후 연임 임기 모두 채운 CEO는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
KT는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역사를 반복해 왔다. 2002년 민영화 이후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구현모 등 5명이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모두 채운 CEO는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하다. 이번 구 대표 사퇴와 더불어 윤경림 후보마저 사의를 표명하면서 KT의 CEO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경 전 대표는 연임 도전을 중도 포기했으며, 2005년 취임한 남중수 전 대표는 2008년 재선임됐지만 그해 11월 납품 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연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석채 전 대표 역시 2012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듬해 11월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지자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구현모 대표 역시 최근 연임에 도전했지만 계속되는 국민연금과 여권의 압박으로 인해 스스로 후보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번 윤경림 후보가 사의를 표명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여권은 구현모 현 대표 및 윤 후보를 향해 그동안 강도높은 비난을 해왔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 초기부터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오는 31일 열리는 주총에서 윤 후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검찰은 최근 구 대표와 윤 후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이는 한 시민 단체가 서울중앙지검에 두 사람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속에서 여권의 압박이 거세지자 윤 후보가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기 CEO로 선출된다고 해도 정상적인 회사 경영이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속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윤 후보가 사의를 공식으로 발표하더라도 주총은 예정대로 열릴 예정이다. 다만 대표이사 선임의 건은 의안에서 제외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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