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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장벽 높이고 日-유럽산 전기차 문턱 낮췄다…머리 싸매는 韓

미국서 반도체 보조금 받으려면 이윤 산출방식까지 공개해야
미·일 협정으로 FTA 안한 일본도 전기차 배터리 수혜 예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21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로이터]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미국이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우리 기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미국이 실시하는 대표적인 보조금 정책에 대한 세부안이 공개될 때마다  우리 수출의 양대 핵심 축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반도체 지원법의 세부안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8일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보조금 신청을 위한 재무 모델에 관한 세부 지침을 공개했다. 지침에 따르면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지으며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은 수익성 지표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단순히 숫자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 정도 수준의 이익이 날 수 있는지 산출 방식을 검증할 수 있는 엑셀 파일을 제출하도록 했다. 생산시설의 웨이퍼 종류별 생산 능력·가동률·웨이퍼 예상 수율·연도별 생산량·판매 가격 증감 등의 수치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보조금의 부적절한 사용을 막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특정 공장에 어떤 생산시설이 들어가는지만 알아도 생산 계획이나 생산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데, 수율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했다. 그는 “보조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정당하게 돈을 벌고 있는 기업에 이런 요구를 하는 게 사실상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소리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앞서 미국은 보조금(1억50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반도체 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이익을 낼 경우 초과 이익의 일부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조항을 발표해 각국 정부와 해당 기업들이 반발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보도를 통해 “초과 이익 공유는 반도체 지원법의 매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조항”이라며 “업계 관계자들도 주목하고 있다”고 했었다.

日 전기차에는 보조금 허들 낮췄다
최근 미국이 일본산 배터리용 핵심 광물에 수출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협정으로 우리 자동차 기업이 미국에서 내세울 수 있었던 경쟁력 우위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해당 협정으로 일본에서 채굴되거나 가공된 핵심 광물을 사용한 일본산 전기차 배터리가 미국 IRA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IRA는 북미지역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IRA는 올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전체 부품 가치 중 50% 이상이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되는 경우에만 3750달러(약 487만원)의 세액공제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 비중을 점차 늘려 오는 2029년까지 100%로 매년 늘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은 자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의 경우 해당국에서 채굴·가공한 전기차 배터리 부품 비중이 40%를 넘어서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장 현지에 전기차 공장이 없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보조금을 받지 못하지만, 한미FTA가 발효 중인 상황이어서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아 일본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 우리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했는데, 이번 미‧일 협력으로 미국의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유럽연합(EU)도 기업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미국과 원자재와 핵심 광물 분야 FTA를 체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도 태양광, 이차전지 등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수혜 업종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도체와 자동차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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