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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無)감산’ 삼성전자 저격?…“죄수의 딜레마” 꺼낸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SK하이닉스 “특정 기업 언급한 것 아냐”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29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메모리 반도체 무(無)감산 기조를 잇고 있는 삼성전자가 배신자일까.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29일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7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언급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이론을 소개할 때 자주 활용되는 사례다. 두 사람이 협력하면 둘 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한 사람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등을 돌리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 두 사람 모두 협력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자 대다수 기업이 감산‧투자 축소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인위적 감산은 없다”며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배경이 삼성전자를 ‘죄수의 딜레마’로 끌고 들어왔다는 해석이다.

박 부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문제에 대해 “한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다 해도 다른 업체가 남아 있는 한 쉽지 않다”고 했다. 삼성전자를 죄수의 딜레마에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의 행동으로 본 것이라는 풀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업황 부진에도 무 감산 기조를 유지하며 사실상 치킨게임의 신호탄을 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임직원들에게 “왜 감산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많지만 지금 우리가 손 놓고 다른 회사와 같이 가면 좁혀진 경쟁력 격차를 (다시) 벌릴 수 없다”며 “지금이 경쟁력 확보의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또 “메모리 점유율 40%에 만족하면 안 된다. 예전 인텔 CPU처럼 90% 점유율이 왜 안 되겠느냐”라고도 했다.

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감산과 투자 축소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박정호 부회장이 언급한 ‘죄수의 딜레마’가 이런 삼성전자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다만 반도체 업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박정호 부회장의 답답한 심정이 죄수의 딜레마라는 용어로 표현됐을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박정호 부회장이)누군가를 저격하려고 이런 말을 했다기보다는 지금의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설명하려다 나온 말로 보인다”고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주총장에서 나온 질문에 (박정호 부회장이)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특정 기업에 대해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도 “1년에 20조원 넘는 투자를 하고, 6개월 동안 600개가 넘는 공정이 투입돼 나온 제품이 센트(cent)에 팔리고 있다”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저도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누가 승자 될까

이번 불황에서 어떤 기업이 위기를 딛고 일어설지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그동안 불황과 호황 사이클이 반복됐는데, 이 과정에서 벌어진 가격 경쟁 치킨게임으로 주요 기업들이 사업을 접었기 때문이다.

D램을 처음 선보였던 인텔은 도시바·후지쓰 등 일본 기업과의 경쟁 뒤 1986년 메모리 사업에서 철수했다. 2009년에는 D램 가격 급락기에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면서 세계 2위 독일 키몬다가 파산했다. 이듬해에는 3위 기업인 일본 엘피다가 미국 마이크론에 흡수됐다.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생산라인 증설 등 투자 확대로 1993년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부문에서 3조~4조원 수준의 영업 손실을 냈을 것으로 예상한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였던 2021년에는 삼성전자의 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1조6338억원을 기록했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2조4103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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