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대신 현금 택한 DB하이텍…미래경쟁력 불투명 [이코노 리포트]
지난해 단기금융상품 226.4% 급증
매출서 R&D 비중 매년 하락 추세
반도체사업 특성상 경쟁력 난항 우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DB하이텍(000990)이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등 사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금융상품 투자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업계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모험’ 대신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설확충과 기술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투자 적기를 놓칠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DB하이텍이 보유하고 있는 단기금융상품은 6040억원 규모로 회사 전체 유동자산(1조3277억원)의 45.5%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226.4% 늘어난 수치다.
단기금융상품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예금 등 만기가 재무상태표일로부터 1년 이내 끝나는 상품을 뜻한다. DB하이텍은 지난해 3분기 중 302억원 규모의 DB저축은행 예금상품을 취득한 바 있다.
기타금융자산 역시 전년 1037억 대비 95.9% 증가한 2031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DB금융투자와 거래한 366억원이 포함돼 있다. DB하이텍이 금융상품 투자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DB하이텍이 금융상품에 대규모로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늘어난 파운드리 수요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전체 파운드리 시장 성장이 둔화되는 와중에도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선방하며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7687억원의 영업이익과 1조675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3%, 38% 증가한 수치다. 같은기간 영업이익률도 33%에서 46%로 13%p 상승했다.
이처럼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DB하이텍이지만 반도체 기업의 숙명과도 같은 시설투자와 R&D에는 다소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 사업의 경우 지속적인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첨단공정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되고 결국 큰 손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DB하이텍이 지난해 R&D와 유형자산취득에 사용한 돈은 780억원, 17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 3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중 R&D비용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6.6% ▲2021년 5.6% ▲2022년 4.8% 등 하락 추세다. 즉 DB하이텍이 벌어들인 돈을 R&D에 적극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국내 행동주의 펀드 KCGI는 캐로피홀딩스 PEF를 통해 DB하이텍 주식 312만8300주를 매수해 지분율 7.05%를 확보했다. KCGI는 DB하이텍이 미래 성장성과 우수한 시장지위에 기반한 경쟁력에 비해 기업가치가 극도로 저평가돼있다며 매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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