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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이 입었던 그 등산복”…2세대 아웃도어 ‘노스케이프, 센터폴’ [망했어요]

국내 가두점 패션시장 빅2, 아웃도어 진출
등산복 이어 평상복까지 탈아웃도어' 전략
가격 70~80%까지 낮춰...중가 시장 공략
아웃도어 시장 포화에...콘셉트까지 겹쳐

(왼쪽부터) 센터폴 매장 및 광고모델 배우 원빈, 노스케이프 광고모델 최민수, 노스케이프 패딩. [사진 각사 및 중고거래 사이트 캡처]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노스케이프, 센터폴…' 2000년대 초반 국내 아웃도어 시장 후발주자로 등장한 브랜드. 등산은 물론 캠핑과 여행, 평상복까지 아우르며 한때 4050세대의 패션을 책임져왔지만 이제는 추억 속 브랜드로 전락한지 오래다. 

노스케이프와 센터폴은 토종 패션기업으로 손꼽히는 패션그룹형지와 세정그룹이 2012년 선보인 아웃도어 브랜드다. 당시 각각 남성 브랜드 '인디언'과 여성 브랜드 '크로커다일 레이디'로 국내 가두점 패션시장을 양분하던 두 브랜드들은 유럽의 감성을 콘셉트로 아웃도어를 비롯, 일상부터 스포츠 영역까지 아우르는 제품군으로 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만 해도 기능성을 앞세운 K2, 블랙야크, 노스페이스, 네파 등 1세대 아웃도어 브랜드와 달리, 기능성과 스타일까지 갖춘 '탈(脫)아웃도어' 전략이 통한 것이다. 

형지, 英 노스케이프 라이선스 확보...4년 만 브랜드 철수

형지는 2011년부터 영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케이프' 라이선스권을 확보하고 이듬해 브랜드를 본격 론칭했다. 노스케이프는 고기능성 제품보다는 일상 생활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도심형 캐주얼 아웃도어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의류를 자체 제작으로 가격 역시 70~80%까지 낮추며 중가 시장을 공략했다. 또 론칭 첫해부터 배우 최민수, 하지원을 전속 모델로 기용, 드라마 PPL도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론칭 이듬해인 2013년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고 매장도 100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아웃도어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매장도 70여개로 줄었다. 매출 부진이 계속되자 2016년 배우 박서준과 모델 재계약도 체결하고 산악인 허영호 대장의 히말라야 원정대를 지원하는 등 마케팅을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같은해 말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닫고 사실상 브랜드 철수 수순을 밟게 됐다. 

노스케이프 점퍼. [사진 패션그룹 형지]

세정그룹이 선보인 자체 아웃도어 브랜드 센터폴는 브랜드 론칭 당시, '산'을 중심으로 한 정복과 도전의 개념에서, '길'을 테마로 다양한 자연과 어울려 즐기는 아웃도어를 지향하며 소비자를 공략했다. 실제로 센터폴의 메인 타깃은 '즐기는 아웃도어를 통해 활기찬 삶의 재충전'을 추구하는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으로 설정, 소비자에게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떠나 '아웃도어-스포츠 멀티 브랜드 스토어'를 지향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보다 확대한다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원빈, 박서준까지...2030세대 공략 '센터폴', 5년 만 철수
 
그 결과 브랜드 론칭 두달여 만에 단독 매장 100호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매장 150여개를 구축, 7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당시 아웃도어 후발 브랜드 10여개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이기도 했다. 이후 상품 라인을 키즈라인 등으로 넓혀나가며, 유통망 확대를 통해 아웃도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나갔다. 센터폴의 광고모델은 2013년부터 3년간 배우 원빈에 이어 박해진까지 당시 최고 연예인을 기용하며 2030세대까지 공략해나갔다. 

센터폴 쟈켓 제품. [사진 세정]

하지만 인기는 잠깐이었다. 경기 불황과 아웃도어 시장 포화 상태가 겹쳐지면서 호황을 누리던 선두 브랜드조차 맥을 못추기 시작했고 센터폴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결국 센터폴은 2017년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그도 그럴것이 2010년대 초반에는 비슷한 콘셉트를 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00년대 초반 3000억~4000억원에서 2014년 7조1600억원 규모로 커졌다가 2015년 6조8000억원, 2016년엔 6조원까지 줄어들었다. 

‘라이프 스타일 아웃도어’를 표방하는 브랜드 간 콘셉트가 겹친 것도 문제였다. 아웃도어에서 스포츠 캐주얼로 콘셉트를 변경하면서 브랜드를 유지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정체된 아웃도어 시장과 치열한 스포츠의류 영역에서 경쟁력이 없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기존 아웃도어들 역시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확실하게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브랜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버티기만해도 성공'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였던 당시 시장 상황과 비교하면 결국 치열해진 생존경쟁에서 밀려나게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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