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우량 빌딩이라더니…고점에 투자해 손실난 곳 수두룩
[부동산 투자손실 눈덩이]②
미국 워싱턴D.C, 새너제이, 맨해튼 빌딩 줄줄이 손실
한국 투자자들끼리 경쟁하며 몸값 올리더니
빌딩값 하락과 공실률 상승에 사실상 디폴트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지영의 기자]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센티넬2스퀘어, 미국 새너제이의 이베이 오피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1551 브로드웨이 프로퍼티…
최근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거나, 자산가격 폭락으로 펀드 청산이 불가능해진 미국 빌딩들이다. 해외 대체투자 열기가 한창 달아올랐던 2010년대 중후반에 한국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한 곳들이다. 당시 한국 투자자들끼리 경쟁해 해외 빌딩 값을 높여놓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입지가 좋은 우량 자산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도심 외곽에 있는 B급과 C급 빌딩으로까지 투자영역을 넓히며 K머니 파워를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엔데믹 시기로 들어서면서는 통화정책 긴축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면서 빌딩 값도 이전 가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국내 투자자 상당수가 고점에 해외 부동산 투자를 단행한 셈이 됐다.
실제 해외 부동산 펀드 수익률은 지난해부터 고꾸라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자산의 현지 입지와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실사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해외 투자 비중을 무리하게 확대해 손실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부동산 펀드 수익률 급전직하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24일까지 해외 부동산형 펀드 수익률을 보면 0.74% 수준이다. 2021년 16.24%에 달했지만 작년 0.55%로 급전직하했고 올들어서도 1%에 못 미치는 수준인 것이다.
최근 국내 IB의 해외 부동산펀드에서 손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손실 확대로 논의 대상이 되는 펀드들의 특징은 지난 2017년 전후 결성된 건들이다. 2017년은 해외부동산펀드 설정액이 처음으로 국내부동산 펀드 규모를 앞섰던 시기였다. 투자 유행에 맞춰서 대거 쇼핑해온 해외 부동산들의 가치가 폭락해 상환연기 및 EOD 상태로 빠지거나 끝내 디폴트(채무불이행) 처리되는 자산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통상 5~6년 안팎인 펀드 약정 기한이 지나면 자산을 매각해 원금을 상환하고 수익을 분배해야 하지만 자산 가격이 투자 시점 대비 크게 하락하면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
가장 최근에 손실구간에 진입한 자산은 한국투자증권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국내 기관 자금 및 해외 대출을 조달해 매입한 미국 워싱턴D.C 소재 오피스빌딩인 센티넬2스퀘어다. 이 빌딩에 투자한 펀드는 평균 30~40% 안팎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매입 당시 기대 수익률이 7% 수준이었지만 현재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매입가가 수천억원에 달해 한투증권과 하나대체운용 측이 국내 기관 자금과 해외 기관 자금을 끌어와 공동 투자에 나섰던 건이다. 건물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에쿼티(지분) 투자에 나섰으나 매입 이후 자산 가치 및 가격 하락이 지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투자자들이 매입하기 직전까지 3년간 공실이었던 해당 빌딩은 매입 이후에도 일정 비율 공실 문제가 지속됐다. 매입 이후 5년이 경과해 대출 및 지분투자 펀드 모두 만기를 맞았지만 빌딩 가치 폭락으로 인해 매각에 실패하고 발이 묶였다.
수년 사이 자산가치 하락으로 국내 기관투자자 및 IB의 발이 묶여 있는 자산은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 여러 국가 중에서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높다. 하나대체운용이 끌어온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이베이 오피스 투자자들은 2년가량 배당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실리콘밸리의 우량자산이라고 마케팅하며 국내에서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매입 이후 자산 가치가 폭락했다. 이밖에 이지스자산운용이 펀드에 담아 국내에 들여온 뉴욕 소재 ‘1551 브로드웨이 프로퍼티(The 1551 Broadway Property)’도 EOD가 발생한 이후 지속적인 손실 구간에 묶여 있다. 자산가격 회복이 쉽지 않아 끝내 손실을 보고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높은 손실률로 인해 펀드 청산이 불가능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시 펀드에 담았던 자산 가격이 폭락한 상태라면 대안은 많지 않다. 자금 재조달을 진행해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자금을 댄 국내 기관 투자자들에게 만기 연장 동의를 받는 정도다. 만기 연장에 실패할 경우 남는 대안은 상환 연기나 크게 손실을 보더라도 공매로 넘기는 수밖에 없다.
대체투자 붐 타고 덩치 키운 IB들...줄손실로 드러나는 실력부족
이처럼 해외 대체투자에서 손실이 나는 것은 제대로된 실사와 검증이 생략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대체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2010년 초중반 무렵, 만성적인 인력·전문성 부족에 시달리는 기관 투자자들은 덩치를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국내 IB들을 믿고 투자한 건이 다수였다.
그러나 해외투자에 정통한 국내 IB는 소수였다. 대부분은 체계적인 준비 없이 급하게 해외투자 전문 인력을 구하고, 조직을 확대한 곳이 많았다는 평가다. 해외 협상력 및 체계적 실사 역량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운용 규모 확대와 딜 주관 수수료, 성과보수 등을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곳이 상당했다. 해외 현지 실사를 가서도 현지 브로커들이 안내하는 말만 믿고 물건을 가져와 국내에서 브로커의 논리대로 마케팅하며 셀다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대형 증권사 대체투자팀 실무자는 “국내에서는 자산이 몇 개 터지면 자주 거래하던 회사들 쪽에 적정 수수료를 얹어주고 넘겨주는 식으로 어느 정도 EOD 직전에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며 “그런데 해외 기관들과는 이런 수준으로 관계 형성하기가 쉽지 않아 여건이 더 척박하다”고 말했다.
잇따르는 손실에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IB의 실사 역량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처 선정 및 계약 과정에서 실사 및 리스크 대응 전략이 크게 미비함을 최근에 와서야 ‘체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실 논의를 진행해야 할 단계에 와서야 구체적으로 제공 받지 못했던 현지 상황을 인지하게 되는 ’날벼락‘ 같은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기관 대체투자팀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대체투자와 부동산 부문을 포함해 실무 직원이 서너 명 뿐인데, 딜 별로 상세하게 검토할 수가 없다”며 “사실상 트렉레코드와 투자제안서(IM) 상에서 크게 문제가 없고 사고를 친 적이 없으면 믿고 갈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투자기관이 다른 대안을 갖고있었겠나”고 반문했다.
또 다른 기관투자자 고위 관계자는 “최근 손실이 난 물건은 (국내 IB가) 기존에 한 번 정도 거래했던 현지 브로커를 통해서 인근 빌딩을 제대로 된 실사 없이 가지고 온 사례였다”며”며 “시장 변동에 따른 손실은 어쩔 수 없지만, 뚜렷한 대안이 손실 처리 밖에 없는 상황에 와서야 현지 실사부족 사실이 드러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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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거나, 자산가격 폭락으로 펀드 청산이 불가능해진 미국 빌딩들이다. 해외 대체투자 열기가 한창 달아올랐던 2010년대 중후반에 한국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한 곳들이다. 당시 한국 투자자들끼리 경쟁해 해외 빌딩 값을 높여놓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입지가 좋은 우량 자산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도심 외곽에 있는 B급과 C급 빌딩으로까지 투자영역을 넓히며 K머니 파워를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엔데믹 시기로 들어서면서는 통화정책 긴축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면서 빌딩 값도 이전 가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국내 투자자 상당수가 고점에 해외 부동산 투자를 단행한 셈이 됐다.
실제 해외 부동산 펀드 수익률은 지난해부터 고꾸라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자산의 현지 입지와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실사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해외 투자 비중을 무리하게 확대해 손실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부동산 펀드 수익률 급전직하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24일까지 해외 부동산형 펀드 수익률을 보면 0.74% 수준이다. 2021년 16.24%에 달했지만 작년 0.55%로 급전직하했고 올들어서도 1%에 못 미치는 수준인 것이다.
최근 국내 IB의 해외 부동산펀드에서 손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손실 확대로 논의 대상이 되는 펀드들의 특징은 지난 2017년 전후 결성된 건들이다. 2017년은 해외부동산펀드 설정액이 처음으로 국내부동산 펀드 규모를 앞섰던 시기였다. 투자 유행에 맞춰서 대거 쇼핑해온 해외 부동산들의 가치가 폭락해 상환연기 및 EOD 상태로 빠지거나 끝내 디폴트(채무불이행) 처리되는 자산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통상 5~6년 안팎인 펀드 약정 기한이 지나면 자산을 매각해 원금을 상환하고 수익을 분배해야 하지만 자산 가격이 투자 시점 대비 크게 하락하면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
가장 최근에 손실구간에 진입한 자산은 한국투자증권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국내 기관 자금 및 해외 대출을 조달해 매입한 미국 워싱턴D.C 소재 오피스빌딩인 센티넬2스퀘어다. 이 빌딩에 투자한 펀드는 평균 30~40% 안팎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매입 당시 기대 수익률이 7% 수준이었지만 현재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매입가가 수천억원에 달해 한투증권과 하나대체운용 측이 국내 기관 자금과 해외 기관 자금을 끌어와 공동 투자에 나섰던 건이다. 건물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에쿼티(지분) 투자에 나섰으나 매입 이후 자산 가치 및 가격 하락이 지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투자자들이 매입하기 직전까지 3년간 공실이었던 해당 빌딩은 매입 이후에도 일정 비율 공실 문제가 지속됐다. 매입 이후 5년이 경과해 대출 및 지분투자 펀드 모두 만기를 맞았지만 빌딩 가치 폭락으로 인해 매각에 실패하고 발이 묶였다.
수년 사이 자산가치 하락으로 국내 기관투자자 및 IB의 발이 묶여 있는 자산은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 여러 국가 중에서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높다. 하나대체운용이 끌어온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이베이 오피스 투자자들은 2년가량 배당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실리콘밸리의 우량자산이라고 마케팅하며 국내에서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매입 이후 자산 가치가 폭락했다. 이밖에 이지스자산운용이 펀드에 담아 국내에 들여온 뉴욕 소재 ‘1551 브로드웨이 프로퍼티(The 1551 Broadway Property)’도 EOD가 발생한 이후 지속적인 손실 구간에 묶여 있다. 자산가격 회복이 쉽지 않아 끝내 손실을 보고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높은 손실률로 인해 펀드 청산이 불가능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시 펀드에 담았던 자산 가격이 폭락한 상태라면 대안은 많지 않다. 자금 재조달을 진행해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자금을 댄 국내 기관 투자자들에게 만기 연장 동의를 받는 정도다. 만기 연장에 실패할 경우 남는 대안은 상환 연기나 크게 손실을 보더라도 공매로 넘기는 수밖에 없다.
대체투자 붐 타고 덩치 키운 IB들...줄손실로 드러나는 실력부족
이처럼 해외 대체투자에서 손실이 나는 것은 제대로된 실사와 검증이 생략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대체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2010년 초중반 무렵, 만성적인 인력·전문성 부족에 시달리는 기관 투자자들은 덩치를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국내 IB들을 믿고 투자한 건이 다수였다.
그러나 해외투자에 정통한 국내 IB는 소수였다. 대부분은 체계적인 준비 없이 급하게 해외투자 전문 인력을 구하고, 조직을 확대한 곳이 많았다는 평가다. 해외 협상력 및 체계적 실사 역량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운용 규모 확대와 딜 주관 수수료, 성과보수 등을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곳이 상당했다. 해외 현지 실사를 가서도 현지 브로커들이 안내하는 말만 믿고 물건을 가져와 국내에서 브로커의 논리대로 마케팅하며 셀다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대형 증권사 대체투자팀 실무자는 “국내에서는 자산이 몇 개 터지면 자주 거래하던 회사들 쪽에 적정 수수료를 얹어주고 넘겨주는 식으로 어느 정도 EOD 직전에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며 “그런데 해외 기관들과는 이런 수준으로 관계 형성하기가 쉽지 않아 여건이 더 척박하다”고 말했다.
잇따르는 손실에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IB의 실사 역량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처 선정 및 계약 과정에서 실사 및 리스크 대응 전략이 크게 미비함을 최근에 와서야 ‘체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실 논의를 진행해야 할 단계에 와서야 구체적으로 제공 받지 못했던 현지 상황을 인지하게 되는 ’날벼락‘ 같은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기관 대체투자팀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대체투자와 부동산 부문을 포함해 실무 직원이 서너 명 뿐인데, 딜 별로 상세하게 검토할 수가 없다”며 “사실상 트렉레코드와 투자제안서(IM) 상에서 크게 문제가 없고 사고를 친 적이 없으면 믿고 갈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투자기관이 다른 대안을 갖고있었겠나”고 반문했다.
또 다른 기관투자자 고위 관계자는 “최근 손실이 난 물건은 (국내 IB가) 기존에 한 번 정도 거래했던 현지 브로커를 통해서 인근 빌딩을 제대로 된 실사 없이 가지고 온 사례였다”며”며 “시장 변동에 따른 손실은 어쩔 수 없지만, 뚜렷한 대안이 손실 처리 밖에 없는 상황에 와서야 현지 실사부족 사실이 드러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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