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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효과? 글쎄요”…숨죽이고 있는 1기 신도시

[닻 오른 1기 신도시 재정비] ③ 전세가 하락에 갭투자자 발등에 ‘불’
재건축엔 호재되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2월 1기 신도시 지자체장을 만나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 국토교통부]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통상 재건축 등 정비사업 이슈는 해당 지역 부동산을 들썩이게 한다. 정부가 대대적인 개발계획 발표에 신중한 이유다. 지난 2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의 윤곽이 나온 이후 일각에선 지난해부터 침체됐던 수도권 1기 신도시 부동산이 개발호재로 달아오르리란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 취재 결과, 이들 지역에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소폭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대하던 가격반등 현상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데다, 지역별 선도단지도 선정되지 못한 상태라 소위 상승의 ‘재료’가 부족하다는 말도 나온다. 

아파트 급매 나오며 거래량은 소폭 반등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과 3월 분당, 일산, 평촌 등 수도권 대표 1기 신도시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금리인상 여파가 극심했던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상당 부분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소폭 늘었다.  

분당신도시가 속한 성남 분당구 거래 건수는 지난해 2월 86건이었으나 올해 동월에는 293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올 3월 거래는 175건으로 줄었다. 지난해 3월에는 239건으로 오히려 거래가 증가했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동별로 보면 서현동, 이매동, 정자동 등 직접적인 재건축 호재가 있는 지역 거래량 증가세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한창 부동산이 상승세를 타던 2020년, 2021년 당시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가격 역시 지난해 최고점에서 2억원 이상 내려앉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분당 서현동 소재 시범 우성아파트 전용면적 84㎡A 타입은 지난해 5월 16억5000만원에 실거래됐으나 현재 호가는 13억원에서 14억원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한 분당 부동산 관계자는 “특별법 호재로 문의가 증가하긴 했으나 결국은 급매물만 거래가 돼 실제 계약이 크게 늘거나 가격이 오르지는 않고 있다”면서 “1~2월에는 새학기 수요가 다소 느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현상은 일산과 평촌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3월까지 213건이던 고양시 일산동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올해 같은 기간 동안 241건으로 28건 늘었다. 안양 동안구도 지난해 2월과 3월 총 194건 아파트 매매 계약이 성사됐고 올해 두 달 동안엔 347건이 거래되며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부동산 호황기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올해 2월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율 역시 일산서구와 일산동구, 안양시 동안구에서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세가 떨어지며 투자수요 메말라

재건축 호재에 대한 기대감 자체보다 실수요를 중심으로 저렴한 매물만 거래되고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택은 낡았지만 생활인프라나 교육환경 측면에서 1기 신도시를 선호하는 수요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금리인상 여파로 전세가격도 동반 하락하며 투자수요는 아직 위축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분당에선 리모델링 이주 수요 등으로 적체된 매물이 상당 부분 해소된 상황이지만 입주물량이 많은 일산과 평촌에선 당분간 역전세난이 심화할 전망이다.

일산서구 후곡동 소재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이 많이 떨어져 투자하기에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전세가격이 변수”라면서 “재작년에 일산에 갭투자가 많이 들어왔는데 최근 전세가 하락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집주인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건축 활성화 정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데 그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1기 신도시 현장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여러 단지가 연합해 동일 브랜드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통합재건축’ 논의를 시작했지만 이에 대한 반대여론도 상당해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주민들 각자의 이해관계가 걸린 탓에 도시정비사업 자체가 조합원 간 갈등으로 지연되는 사례가 많은 탓이다. 정부가 애초에 통합재건축조합을 설립해야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정책방향을 설정할 경우 통합재건축이 무산되면 ‘1기 신도시 재건축’이라는 대형 계획이 전체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최우식 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 회장은 “현 정부나 국토부 장관의 임기는 정해져 있는 반면 1기 신도시 주민들은 그 이후에도 재건축정비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라며 “각 신도시 아파트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거나 중앙정부 예산이 확정되는 등 지금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실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 같은 방안이 마련돼야 경기침체로 얼어붙은 신도시 부동산 시장이 조금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분위기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우려 없이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영희 일산신도시재건축연합 회장은 “아직 관련 법안이 통과되거나 도시기본계획에 재건축 관련 내용이 적용되지 않아 지자체가 각 아파트 단지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추진하는 통합 재건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아파트 매매와 전세 시세가 모두 하락하고 있어 정부 입장에선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이주 대책 우려 없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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