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바닥 찍었나…‘강남 아닌데도’ 서울 신고가 ‘속속’
[집값 바닥론] ② 거래 말랐던 목동서도, ‘억 단위’ 상승거래 나와
서울 대기수요 여전한데 집주인은 호가 유지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전국 주택시장 침체 이후 강남권과 용산구 일부 초고가 주택에 한해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신고가 기록이 점차 서울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자치구마다 전반적으로 증가했을 뿐 아니라 거래 사례 면면을 뜯어보면 곳곳에서 이전 최고가를 경신한 단지가 나오고 있다.
신고가를 쓰는 곳은 주거 선호도가 높은 새 아파트부터 투자수요가 집중되는 재건축 아파트까지 다양하다. 가격대 역시 중저가부터 20억원 이상 초고가까지 폭 넓게 분포돼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금 시점에서 과감하게 주택 매매를 결정하는 주체가 일부 부유층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유지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에 대한 대기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2억원↑, ‘학군의 상징’ 목동 인기 여전
3월 28일 양천구 소재 ‘목동신시가지5단지(목동5단지)’ 전용면적 122㎡가 24억1000만원에 손바뀜 됐다. 2020년 6월 22억원을 기록한 이후 무려 3년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기존 최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타입은 목동5단지 내에서도 총 60가구로 가구 수가 적다. 2021년 4월 14개에 달하는 목동신시가지 단지들이 압구정과 여의도 아파트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해당 타입 외에도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대부분이 ‘거래 가뭄’을 겪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타입별로 한두 건씩 거래가 살아나며 신고가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목동은 재건축 호재로 인한 투자수요와 함께 학군에 따른 실거주 수요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우수한 학군을 찾는 서남권 실수요가 목동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돼 매수인의 실거주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일어난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용면적 122㎡는 방이 4개인 대형 타입인데 학군지인 목동에선 방이 많은 대형 평형이 자녀가 2명 이상인 실수요층에게 인기가 많다. 전용면적 122㎡와 마찬가지로 방 4개, 화장실 2개 구조인 전용면적 115㎡ 타입도 지난 2월 23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소형 타입 인기도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데다 가구마다 자녀 수 역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상승거래가가 발생한 목동신시가지아파트 대부분이 중소형에 속했다. 목동에서 교통, 생활인프라가 가장 우수한 목동7단지 전용면적 66㎡는 16억7500만원에 매매돼 지난해 최고가 19억2500만원보다 낮은 실거래가를 보였지만 13억원~14억원 대였던 직전 거래보다는 반등한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목동4단지 47㎡는 11억2000만원, 12단지 71㎡ 또한 13억3000만원에 상승거래됐다.
전국 매수문의 지속, 심리 안 꺾였나
목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목동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젊은 부부들이 자녀 학령기를 앞두고 목동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 가격이 비싸 거래가 눈에 띄게 늘지는 못하는 상태”라면서 “그럼에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쉽사리 낮추지 않아 가끔 거래되는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동뿐 아니라 서울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마포구에선 지난달 ‘염리삼성래미안’ 전용면적 114㎡가 18억원 신고가를 기록했다. 염리동은 공덕동, 아현동과 인접한 일명 ‘직주근접’ 지역으로 유명하다. 구로구 ‘대장아파트’로 통하는 ‘신도림 e편한세상 4차’ 161㎡은 지난달 28일 21억7500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기존 최고가는 2021년 5월 20억 5000만원이었다.
한때 서울에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영끌족’부터 ‘갭투자자’들의 주요 타깃이었던 노원구와 강서구 주택거래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노원구 공릉동 소재 ‘화랑해링턴플레이스’(옛 공릉동 효성아파트) 126㎡는 최근 7억9000만원으로 최고가에 거래됐다. 이보다 저렴한 인근 태릉태강아파트 전용면적 49㎡는 서울 부동산이 폭등하던 2021년 당시보다 가격은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 거래가 부쩍 살아나고 있다.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강서힐스테이트 152㎡은 17억8000만원, 염창동 현대1차 84㎡ C타입은 7억2800만원으로 신고가를 썼다. 현대1차아파트에선 같은 면적 D타입 역시 지난달 7억7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2020년 실거래된 최고가 7억97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각에선 수도권 실수요뿐 아니라 전국 투자자들의 주택수요가 집중되는 덕분에 서울 아파트가 시장 하락기에도 건재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과 비슷하게 전국구 투자가 모이는 부산광역시, 세종시에서도 최근 부동산 반등 기미가 보이고 있다. 부산에선 해운대 아이파크와 마린시티 자이 등 해운대 해안가 유명 단지들이 상승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상승기와 비교하면 거래는 줄었지만 주택이나 건물 등 서울 아파트에 대한 지방 투자자들의 관심이나 문의는 지속되고 있다”면서 “2세에게 증여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장기투자 관점에서 초기 재건축을 매수하거나 갭투자를 하려는 사례가 여전히 있다”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 투자자들은 자금 여력이 충분한 경우 강남 재건축을 특히 선호하지만 현금이 부족하면 다른 지역 아파트도 적극 매수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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