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따라잡기③ 강남 모방vs차별화, 신도시들의 선택은? [김현아의 시티라이브]
강남 모방한 2기 신도시·강북 뉴타운, 수요자 선호따라 ‘명품 아파트촌’ 지향
콘텐츠 축적한 강북, 도시재생 시작으로 ‘차별화’ 어젠다 부상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 각종 개발사업에서 ‘강남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도시, 학원가, 명품쇼핑가, FIRE업종(금융·보험·부동산)이 채운 오피스빌딩 등 강남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한두 개 잡아 모방하는 방식이다. 이런 모방은 일단의 건물개발에서부터 신도시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적용되는데 종종 이런 네이밍이 마케팅 전략으로 먹히기도 한다.
강남 외형 모방하는 ‘강남급 신도시’
‘강남급’이라는 표현은 판교개발의 방향을 논의하면서 시작되었지만 점차 판교를 포함한 수도권 2기 신도시 개발계획 전반에 ‘명품신도시’, ‘자족형신도시’를 포괄하는 대표 수식어로 자리잡게 된다. 그 이유는 2기 신도시 개발부터는 주택의 양적 부족이 아니라 질적 부족, 즉 주택과 거주지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가 선명해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강남’이 갖는 상징성은 이 같은 주거 선호를 유발하는 기준으로 시장에서 통하게 됐다.
2기 신도시 개발 논의가 시작되던 2000년대 초에는 강남에 재건축 붐이 시작되면서 서울 집값이 불안해졌다. 이때부터 1기 신도시에 정착한 사람들이 서울 재건축 붐을 타고 다시 서울로 유턴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과거 1기 신도시 개발이 서울 전체의 주택수요를 분산시키려는 필요에서 이루어졌다면 2기 신도시는 이처럼 ‘강남으로 쏠리는 수요 집중’을 해소하려는 목적에서 개발됐다. 정치적, 정책적으로 강남을 의식했기에 입지(주로 수도권 남부), 계획기준(녹지비율 등), 첨단 업무기능과 중대형 아파트 배치 등 주거시설 고급화가 2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강조됐다.
신도시가 강남에서 가장 손쉽게 모방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아파트의 명품화다. 특히 2000년대 초는 1998년 폐지된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아파트의 고급화와 브랜드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시기여서 주택 소비자들도 ‘명품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정부도 모든 계획기준을 1기 신도시보다 ‘더 좋게, 더 쾌적하게’로 세웠다. 2기 신도시에는 1기 신도시보다 더 많은 녹지비율을 적용하고, 산업용지 등 자족기능을 늘리는 대신 상가비율은 축소했다. 아파트 층수는 2기 신도시가 훨씬 고층이지만 전체 용적률로 보면 2기 신도시가 1기 신도시와 비슷하고 인구밀도는 오히려 1기 신도시보다 낮다. 건폐율을 낮추면서 개방성을 높인 결과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입지였다. 강남이 갖는 여러 상징성 중 가장 큰 것은 사통팔달의 교통허브라는 것이었다. ‘강남급’이라는 의미에서 강남으로의 접근성을 빼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2기 신도시는 판교, 위례를 제외하고는 1기 신도시보다 강남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으며 자족기능을 확보해 성공한 사례 역시 판교와 광교 정도다.
신도시는 무수히 강남을 모방했지만 결국 ‘강남’이 아닌 ‘강남급’에 머물러야 했다. 외형만 따라했을 뿐 강남개발을 완성으로 이끌었던 기능이전과 도시경쟁력은 이식이 불가능했다.
강북의 강남 따라잡기, 뉴타운 사업
강남모방은 서울 내부에서도 이루어진다. 2기 신도시가 서울 외곽에서 강남을 모방하는 신개발 수단이었다면 뉴타운 사업은 서울 강북을 강남처럼 탈바꿈 시키려 했던 시도였다.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사업은 MB정부의 정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 시작은 참여정부 당시 서울 강남북 균형개발차원에서 검토됐다. 강남이 중심이 되었던 재건축 사업을 억제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북 지역에 재개발 사업을 계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었다.
당시 강북 재개발 사업은 학교나 공원 등 각종 인프라 시설의 설치를 회피하기 위해 법정 세대기준을 밑도는 소규모 개발이 난립하던 시기였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설립기준이 300세대 이상이었다면 재개발 사업주체들은 299세대로 사업지구를 쪼개어서 개발했다. 그 결과 연접지구를 포함하면 총 1000세대가 넘는 주택단지들이 들어서는데 학교는 한 개도 세워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정말 난개발이었다. 이들 사업지구를 연합하고 각종 기반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주기 위해 사업단위를 대규모로 확대한 것이 바로 뉴타운 사업이었다.
강북 재개발은 뉴타운 사업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은평뉴타운 등에 저층고밀단지가 개발됐고 강남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 아파트가 강북에서도 공급되는 등 뉴타운 사업은 전반적인 아파트 단지 고급화에 기여했다. 정부가 뉴타운 지구 지정을 너무 남발하면서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추후에는 지구지정을 취소하는 등의 부작용을 겪기도 했지만, 강북 재개발 사업에서 뉴타운 사업은 대대적인 ‘강남 따라잡기’의 일환이었고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박원순 전 서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등극하면서 서울의 도시정책은 강남 따라잡기에서 강남과의 차별화로 노선을 달리하게 된다. ‘도시재생’이 바로 그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며 쇠퇴하는 지방도시를 살리기 위한 수단이었던 도시재생이 박 전 시장 임기동안 서울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데 그 배경에는 박 전 시장의 개발억제 및 재생중심 도시정책의 힘이 컸다.
도시재생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비판이 있지만 서울의 도시재생은 기존의 강남을 모방하려던 강북의 지역개발 콘셉트를 ‘차별화’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재생은 단순히 건물을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공간과 시간을 통해 축적된 컨텐츠를 다시 살려내고 회복시키는 것이다.
강남 따라하기에서 멈춘 신도시와는 달리 강북은 이제 강남과 차별화 노선을 걷고 있다. 비록 도시재생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오명을 남겼고, 여전히 강남을 모방하는 재개발 재건축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강북에는 강남에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 모방과 실패의 시행착오가 강북의 매력을 만들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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