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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기업' 대원강업 품은 현대백화점그룹…지분 평가손 곧 만회할까

과거 백기사 자처해 지분 ‘고가 매입'
이후 주가 하락에 지분가치도 떨어져
5년 만에 1조 매출 돌파에 흑자전환…주가 회복 기대

대원강업 중국 공장 전경. [사진 대원강업]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사돈기업 대원강업(000430)을 인수했지만 아직은 평가손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대원강업과 고려용접봉(現 키스웰)의 지분경쟁 과정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이 백기사로 나서며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인 것이 주된 요인이다. 다만 실적호조로 주가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인 만큼 평가이익으로 돌아설 날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홈쇼핑(057050)과 현대쇼핑, 현대그린푸드(453340) 등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원강업 지분은 31.73%다. 이 지분의 가치는 25일 종가를 기준으로 845억8272만원이다. 해당 지분에 대한 취득원가가 899억4009만원인점을 감안하면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대원강업 주가를 기준으로 53억5737만원의 평가손실을 입은 셈이다.

지난해 말 3000원대 초반에 머물던 대원강업 주가가 최근 4200원대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매입가 대비로는 마이너스인 상태다. 

대원강업은 차량용 스프링과 시트를 생산하는 업체로 현대차그룹의 1차 협력사다. 1946년 설립돼 업력 70년이 넘는 중견기업이지만, 완성차 흐름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전기차 부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너 2세'인 허재철 대원강업 회장이 경영을 총괄해 오다 지난해 현대그린푸드에 지분을 넘겼다. 현대그린푸드가 속해 있는 현대백화점그룹과는 사돈지간이다. 허재철 회장의 장녀인 허승원씨가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결혼했기 떄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09년 대원강업이 적대적 인수합병 대상이 되자 대원강업 지분 7% 이상을 매입해 백기사로 나서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중 대원강업 지분 매입 과정에서 가장 큰 손실을 입은 곳은 현대그린푸드다. 지난해 439억2200만원을 투입해 추가로 매입한 대원강업 지분은 9억4608만원 수준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금강에이앤디시절 매입한 5.54%의 지분에 대해서는 115억2637만원의 손실을 입으면서 현대그린푸드는 총 124억7245만원을 손해봤다. 

이처럼 현대그린푸드가 큰 손실을 입은 것은 과거 대원강업과 고려용접봉의 지분경쟁 과정에서 백기사로 참여한 영향이 크다. 현대그린푸드는 금강에이앤디시절이었던 지난 2012년 평균 매입가 7658원에 대원강업 지분을 매입했다. 

이는 당시 현대홈쇼핑 취득가액의 3.7배로 총 262억원을 투입했다. 특히 2012년은 대원강업의 주가가 최고점이었던 시기로 주당 96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대원강업의 주가는 지분 매입 중단과 실적 악화 여파로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의 손실 규모를 더욱 키웠다. 당시 사돈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가 동원돼 불필요한 손실을 봤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현대쇼핑도 대원강업 지분을 매입하면서 39억6592만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현대쇼핑은 대원강업 지분 2.4%를 매입하는 데 103억6481만원을 사용했는데 현재 가치는 63억9889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 2016년말까지 1.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현대쇼핑은 이후 0.81%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지분율을 2.4%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현대홈쇼핑은 현대백화점 계열사 중 유일하게 대원강업 지분을 매입하면서 손해를 보지 않았다. 현대홈쇼핑이 93억6849만원을 투입해 대원강업 지분 7.67%를 매입하면서 발생한 평가이익은 110억8100만원으로 다른 계열사의 손해를 상당부분 만회했다. 현재 현대홈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대원강업 지분가치는 204억4949만원이다. 현대홈쇼핑은 대원강업 주식을 지난 2009년 12월 주당 2035원에 취득한 이후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을 늘렸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대원강업의 안정적 성장을 바탕으로 평가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대원강업은 지난해 22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1조2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늘었다. 대원강업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존 주요고객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대원강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원강업의 전체 매출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대원강업에도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대원강업은 차량용 스프링 산업분야에서 오랜 업력과 일괄생산 체제, R&D(연구개발) 경쟁력을 갖춘 1위 회사에 대한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가 지난해 11월 허재철 대원강업 회장 등이 보유한 회사 주식 876만1073주 취득해 대주주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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