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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예요] 버거·피자 ‘패스트푸드’까지 비건 열풍…고기 없는데 오히려 비싸다?

자체 개발 대체육, 코코넛 오일 치즈 등 다양한 식물성 재료 투입
“값싼 재료로 원가 절감” vs “공정 비용으로 오히려 손해” 갑론을박

햄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 시장에서도 비건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은 왼쪽에서부터 파파존스‘그린잇 식물성 피자’, 롯데리아 리아 미라클버거Ⅱ’, 신세계 푸드 ‘베러 번’. [사진 각 사]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최근 비건 열풍으로 식물성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패스트푸드인 피자·햄버거에까지 식물성 메뉴가 본격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아직 비건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정 기술, 재료 개발 등이 충분히 상용화돼있지 않은 시점에서 이 같은 식물성 메뉴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안착해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제품의 가격을 비롯한 주요 제품들의 특징을 살펴봤다.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는 지난 20일부터 전 메뉴에 사용되는 번(버거용 빵)을 100% 식물성 재료로 개발한 ‘베러 번’으로 전환했다. 버터와 계란 등 동물성 재료를 대신해 밀과 대두, 식물성 유지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낸 것이 특징이다. 

또 저탄소 건강 메뉴군 ‘베러 초이스’를 신설해 오는 5월부터 대안육 베러미트 패티, 식물성 치즈와 소스 등 버거 전체를 식물성 재료로 만든 ‘베러 버거’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푸드가 자체 개발한 대체육과 오트, 캐슈너트를 주재료로 사용한 대체 치즈, 식물성 소스 등을 사용하며 동물성 재료는 배제한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식물성 재료가 들어가는 베러 버거의 원재료값은 오리지널 버거보다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도 “소비자가 제품을 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베러 버거의 가격대는 기존 노브랜드 버거의 가격대와 유사하게 설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리아는 지난 1월 100% 식물성 패티로 만든 버거‘리아 미라클버거Ⅱ’를 선보였다. 앞서 출시했던 리아 미라클 버거의 리뉴얼한 제품으로, 단품, 세트 가격은 각각 5200원, 7300원이다. 더블 리아 미라클 버거의 경우 6700원, 8600원이다. [사진 롯데리아]

롯데리아 역시 지난 1월 콩단백을 활용한 100% 식물성 패티로 만든 버거 ‘리아 미라클버거Ⅱ’를 선보였다. 앞선 지난 2020년 출시했던 리아 미라클 버거를 리뉴얼한 제품이다. 리아 미라클 버거의 단품, 세트 가격은 각각 5200원, 7300원이다. 패티가 두장 들어간 더블 리아 미라클 버거의 가격은 6700원, 8600원이다.

 이는 롯데리아의 대표 버거인 불고기버거(4700원)와 비교했을 때 500원 비싸다. 다만 불고기버거의 가격이 비교적 최근인 지난 2월 4500원에서 200원 인상됐고, 리아 미라클 버거Ⅱ의 중량이 불고기버거보다 7g 적다는 점에서 소비자 체감 가격 차이는 더 크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앞서 출시됐던 리아 미라클 버거보다 패티가 한 장 줄어들어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나, 포만감이 적다는 점이 아쉽다는 후기가 잇따랐다. 

한국파파존스가 지난 2월 한국 진출 2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그린잇 식물성 피자’. 가격은 29500원이다.

피자업계 역시 비건 열풍에 뛰어들었다. 한국파파존스는 지난 2월 한국 진출 20주년을 기념해 ‘그린잇 식물성 피자’를 출시했다. 파파존스에서 선보인 식물성 피자는 영국 비건협회(비건 소사이어티)에서 인증한 33년 전통의 sheese사 비건치즈와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했으며 동물성 재료를 일절 첨가하지 않았다. 

그린잇 피자의 가격은 29500원으로 일반 가든스페셜(토핑이 채소만 들어간 피자, 26500원)보다 가격이 3000원 높다. 해당 피자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원재료로 우유 대신 코코넛 오일을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원가 절감이 아닌 식물성 기름으로의 대체가 제품 개발의 목적이라는 사실에 방점을 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건 피자’는 시장에 통했다. 그린잇 피자는 출시 10여 일 만에 준비된 치즈가 완전 소진되며 조기 품절됐다. 파파존스 식물성 피자의 구매 고객을 분석한 결과 자사 온라인 주문채널(PC, 모바일, 앱)을 통한 신규 유입 고객이 약 20%를 차지하며 비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높아진 관심도를 입증했다.

이 같은 비건 제품 열풍과 관련해 업계에서 계란, 우유, 버터 등 동물성 재료의 가격이 크게 뛴 상황에서 마가린과 같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리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대체육 등의 재료가 시중에 상용화돼있지 않은 시점에서 이를 직접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또 기존에 대량 생산하던 제품이 아닌 새로운 메뉴를 만든다는 점에서 단위 가격 측면에서의 손해도 감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식물성 재료의 확대가 식품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배양육을 제외한 미생물, 식물성 단백질 등의 재료는 기본적으로 값이 더 싸기 때문에 장기적 측면에서 재료값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환경, 동물 복지와 같은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식물성 재료를 늘리는 방향성은 적절하나, 영양학적으로는 식물성 재료의 베일을 더 벗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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