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1억짜리 바나나’ 먹어치운 서울대생, 리움미술관이 용서한 까닭 [이코노Y]

서울대 대학생, 카텔란 바나나 작품 먹은 뒤 껍질 붙여놔
“작품을 훼손한 것도 작품이 될 수 있을지 재미로…” 해명
리움미술관 새 바나나로 교체, “손해배상 청구는 안할 것”

바나나를 먹은 서울대 미학과 노모씨.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설아 기자] “사실 먹으라고 붙여놓은 것 아닌가요?” 

한 서울대 재학생이 리움미술관에 전시된 1억5000만원 상당의 미술작품 속 바나나를 먹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작품은 조각이나 모형이 아닌 실제 바나나를 박스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은 형태다.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27일 낮 12시 반. 서울대 미학과에 재학 중인 노모씨는 리움미술관에서 진행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 ‘위’(WE)에 전시된 작품 ‘코미디언’에 붙어 있던 바나나를 떼어내 먹은 뒤 껍질을 다시 벽에 붙였다. 함께 동행한 친구는 이 장면을 휴대 전화카메라에 담았다. 바나나 대신 껍질이 붙은 작품은 30여분간 전시장에 붙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가 먹은 바나나는 1억5000만원짜리 상당의 작품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미술관 관계자들이 노씨에게 바나나 먹은 이유에 대해 묻자 “아침을 안 먹고 와서 배고파서 먹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노씨는 한 방송국과 전화 인터뷰에선 “어떻게 보면 카텔란의 작품이 어떤 권위에 대한 반항 아니겠냐”면서 “작품을 훼손한 것도 어떻게 보면 작품이 될 수 있을지 이런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리움미술관 측은 노씨에게 별다른 손해배상 등은 취하지 않고 새 바나나를 다시 붙여놓았다. 전시된 생 바나나 작품은 원래 2~3일에 한 번씩 신선한 바나나로 교체하는 과정을 거친다. 

노씨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내에선 노씨를 비난하는 글들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서울대 자유게시판에서 학생 A씨는 “먹으라고 갖다둔 게 작품의 의도냐”고 꼬집었고, 또 다른 학생 B씨도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 포트폴리오 채우려는 작위적 연출로밖에 안보인다”라고 비난했다. 

4년 전에도 떼어 먹힌 바나나…과도한 몸값 논란도

사실 이 작품이 떼어 먹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세계 최대 미술장터인 ‘아트 바젤’에 해당 작품이 처음 공개될 당시 행위 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에게 먹히기도 했다. 당시 아트 바젤 측도 새 바나나로 교체한 뒤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는 않았다. 

다투나의 행위 만큼 화제가 된 건 공개된 바나나의 몸값이다. 당시 아트바젤에선 딱 3개의 바나나를 에디션으로 판매했는데 놀랍게도 12만달러(한화 약 1억5000만원)에 판매됐다. 세 번째 에디션은 유명세가 더해지면서 무려 15만달러(한화 약 1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일각에선 작품과 상품 사이 과도한 몸값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보존이 불가능한 바나나가 작품이 되고, 심지어 1억원이 넘을 수 있는 지 일반인들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면서 “해당 작품은 바나나 자체를 준다기 보다 카텔란이 서명한 증서와 설치 매뉴얼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이탈리아 출신 아티스트로 조각과 설치미술, 때로는 박제를 이용한 작품활동을 해 온 인물이다. 정식 예술 교육을 받지 않고 스스로 정립한 작품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에는 유머와 풍자가 담겨있다. 그만큼 화제와 논란을 함께 불러일으키는 인물로, 미술계 악동으로 통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비윤' 김도읍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

2“지금 일본 여행가지 마세요”…日, 최장 10일 쉬는 ‘골든위크’ 뭐길래

3의협 차기 회장 “증원 백지화 안하면 어떤 협상도 안할 것”

4내일부터 비염·소화불량·허리 디스크 한방 첩약도 건보 적용

5'더는 못 갚아요' 임계점 온 '연체율 폭탄' 터지나

6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채 상병 사건, 법과 원칙따라 수사"

7 경남 합천 동북동쪽 11㎞ 지점 규모 2.2 지진

8증권사, 1분기 실적 선방…2분기 이후 먹구름 전망

9마음속 깊은 ‘알맹이’를 비춰보다

실시간 뉴스

1 '비윤' 김도읍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

2“지금 일본 여행가지 마세요”…日, 최장 10일 쉬는 ‘골든위크’ 뭐길래

3의협 차기 회장 “증원 백지화 안하면 어떤 협상도 안할 것”

4내일부터 비염·소화불량·허리 디스크 한방 첩약도 건보 적용

5'더는 못 갚아요' 임계점 온 '연체율 폭탄' 터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