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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기업 파이프라인 ‘통째로’ 도입 CJ바사…마이크로바이옴 도전 본격 시동

[마이크로바이옴의 시간이 온다]②
CJ바사, 4D 파마 파이프라인 모두 인수
MSD와 공동 개발 후보물질도 사들여
성공 가능성 높은 물질 우선 개발할듯

CJ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시험약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CJ제일제당]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2022년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기업에 가혹한 한해였다.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던 기업들이 임상에 실패하거나 연구개발(R&D)을 중단했고, 일부 기업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자산 매각을 추진했다.

기업을 가장 옥죈 건 자금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기업의 대다수는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치료제를 개발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위기로 기업의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생겼고, 중소형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0곳 이상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기업이 사업을 접었다. 대다수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나 제조업체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몇몇 기업은 식품과 화장품 분야의 회사로 탈바꿈했다.

영국의 4D 파마도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어 생존의 위기를 맞은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이다. 이 회사는 한때 미국 머크(MSD)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대표적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4D 파마는 현재 R&D와 관련한 지식재산권(IP)과 파이프라인 등 자산 대부분을 매각했다. 이 회사가 기업 존속의 핵심인 파이프라인을 팔 수밖에 없던 건 자금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대출 자금을 확보해야 했으나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며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당시 4D 파마에 자금을 준 옥스퍼드 파이낸스는 1390만 달러(약 186억원) 규모의 미상환 대출을 회수했고, 4D 파마는 추가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지난해 나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4D 파마가 연구해 온 파이프라인도 자연스럽게 중단 순서를 밟았다.

다만 4D 파마의 선택은 다른 기업에 기회가 됐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던 CJ바이오사이언스는 4D 파마의 물질과 기술을 ‘통째로’ 인수하며 본격적인 도약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2025년까지 파이프라인 10건 확보…‘인수’로 목표 달성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제일제당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자회사다. 출범한 지 1년을 겨우 넘겼지만 뼈대는 튼튼하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기업인 천랩이 모태이기 때문이다.

천랩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지낸 천종식 대표가 2009년 설립한 기업이다.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로 구축한 정밀 분류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전자 분석 서비스와 헬스케어 사업, 신약 개발 등을 추진했다. 이 회사의 기술력을 눈여겨본 CJ제일제당은 2021년 천랩을 인수했다. 이후 기업 내 신약 개발 부문과 합쳐 CJ바이오사이언스로 출범시켰다.

천 대표는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식에서 “2025년까지 10건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2건의 기술 수출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당시 개발 중인 물질 중 뚜렷한 임상 성과를 낸 것은 없어, 이 회사가 어떤 방법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파이프라인을 확대할지 이목이 쏠렸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4D 파마의 파이프라인 모두를 사들이며 시장의 의문을 해소했다. 이 회사가 4D 파마로부터 인수한 후보물질은 9건으로 고형암과 소화기질환, 뇌질환, 면역질환 등이 대상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적으로 3건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후보물질을 더하면 이 회사의 전체 개발 물질의 수는 13건으로 늘어난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투자 시장이 경색되면서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난에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매물로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CJ바이오사이언스가 시장을 주시하며 인수 기회를 잘 잡았다고 본다”고 했다.

또한 “CJ바이오사이언스가 일찍부터 파이프라인 인수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글로벌 인수 시장에 뛰어든 점이 의미가 크다”고 했다.

MSD와 공동 연구한 ‘MRx0518’ 등 인수 물질에 포함

CJ바이오사이언스는 4D 파마로부터 인수한 물질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자사의 R&D 전략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인수 이후 마이크로바이옴 R&D 방향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여러 파이프라인 중 임상 단계가 앞섰거나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질을 중심으로 우선 개발할 공산이 크다.

주목할 만한 파이프라인은 4D 파마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제 후보물질인 ‘MRx0518’이다. 4D 파마는 MRx0518와 키트루다의 병용 요법에서 종양 세포의 성장이 효과적으로 억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임상 단계는 1·2상으로 CJ바이오사이언스의 기존 파이프라인보다 앞서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인수한 물질에는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MRx0029’와 ‘MRx0005’, 천식 치료제 후보물질인 ‘MRx-4DP0004’도 포함돼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4D 파마의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도 함께 사들였다. 4D 파마는 신약 개발 플랫폼 ‘마이크로Rx’와 마이크로바이옴 프로파일링 기반 진단 플랫폼 ‘마이크로Dx’ 등을 보유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독자적으로 구축한 생물정보학(바이오인포매틱스)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이지엠’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이지엠은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와 임상 자료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과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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