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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라이프 사이클’로 분석한 ‘배민’…해결해야 할 과제는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빠른 혁신 보여준 스타트업의 공통점 ‘뛰어난 동적역량’
배민, 플랫폼 라이프 사이클 3단계 들어서…리더십 유지 여부 관심

서울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에 배달용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국내 대표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마침내 흑자전환 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운영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경영에 성공한 쿠팡과 함께 국내 플랫폼 사업자의 또 다른 성공 사례이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오랜 기간 손실을 감수했던 국내 스타트업들이 업계를 이끄는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며 이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연달아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3조원, 영업이익은 4241억원이었다. 배민의 흑자 전환은 지난해부터 예견되었다. 배민은 2021년 7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김봉진 의장의 주식증여비용 1000억원이 반영된 숫자였다. 사업 부문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300억원대의 영업이익이 가능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배달 앱 1등 플랫폼 사업자의 저력에 코로나 사태로 거리두기 환경의 수혜를 받으며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배민의 올해 실적을 ‘어닝 서프라이즈’로 간주하지만, ‘동적역량’(dynamic capability)과 ‘플랫폼 라이프 사이클’(platform life cycle)의 관점을 대입해 보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동적역량은 내부와 외부의 자원을 결합, 생성, 재분배하는 조직의 능력을 지칭한다. 시장의 도전과 기회에 미래지향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 기업이 가진 다른 보통의 역량(ordinary capability)과 다르다. 혁신기술로 무장해 미래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스타트업들은 공통으로로 뛰어난 동적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동적역량의 효용성 정도가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플랫폼 단계 ‘동적역량’이 결정

혁신 관련 연구의 석학으로 꼽히는 UC버클리대 데이비드 J. 티스(David J. Teece) 교수는 비즈니스 생태계(business ecosystem)의 4단계 모델을 차용해 플랫폼 사업자의 라이프 사이클을 탄생(birth)→확장(expansion)→리더십(leadership)→자기 재생(self-renewal)으로 분류한다. 해당 모델의 단계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동적역량이다. 

모델의 첫 단계인 탄생 단계에서 플랫폼 사업자는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사업 모델을 정립한 후, 확장단계에서 경쟁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탄생 단계에서 확보한 동적 역량은 확장단계에서 만개하고,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은 급격히 커진다. 이 시기에 플랫폼 사업자들은 단기적인 매출 상승보다 성장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집중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톡이다. 2010년 출시 후 1년 만에 1000만, 2년 만에 5000만 사용자에 도달하며 명실상부한 국민 메신저가 되며 첫 흑자실적을 이뤘다. 이는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의 창업 6년 만이다. 플랫폼 사업자의 탄생과 확장의 빠른 속도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이다.   

리더십 단계에서 플랫폼 사업자는 이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시기의 기업은 동적 역량을 수동적으로 활용하고 위협에 대응하는 작은 변화(minor transformation)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배달앱 시장의 리더로 발돋움한 배민은 소비자들의 성향을 반영한 맞춤형 배달 서비스의 다변화에 집중하며 고객의 충성도를 높였다. 그렇다고 배민의 변화가 혁신을 향한 동적역량을 발휘한 모습이라고 말할 순 없다. 

새로운 경쟁자를 항상 경계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미래 시장에 선제적으로 들어가 진입장벽을 높이려는 모습도 발견된다.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과 구글의 모습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아마존은 2015년 아마존 에코(Amazon Echo)를, 구글은 2016년 구글 홈(Google Home)을 출시하며 인공지능 비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미래 성장 시장에서 경쟁자를 견제하는 동시에 그들의 리더십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플랫폼 라이프 사이클의 마지막인 자기 재생 단계에서 사업자는 큰 변화(major transformation)를 추구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여기서 핵심 동적역량은 기존의 사업 영역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미래 기회를 찾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이 경기도 수원 광교 아이파크에 도입한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딜리드라이브’가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민 ‘자기 재생’ 단계 접어들 수 있을까

전자상거래 회사였던 아마존은 자사의 데이터 센터와 운영 인프라를 활용해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사업에서 크게 성공했다. 쿠팡이 커머스 소비자들에 쿠팡플레이를 출시해 이용 연계를 한 사례는 이들이 자기 재생의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플랫폼 라이프 사이클 속에서 현재 배민은 어디쯤 있을까? 여러 숫자는 배민이 리더십 단계에 진입한 것을 암시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변화하며, 배달앱 사용자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 프렌차이즈 배달과 공공배달앱 등 시장에 경쟁자는 포화 상태다. 

그런데도 배민의 월활성사용자(MAU)는 2022년 4월 2082만명에서 8월 2067만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업계 리더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리더십 단계를 보여주는 주요한 역량은 시장내 위협을 감지하면 작은 변화(minor transformation)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점에서 배민은 탁월하다. 

한 번의 주문에 한 집만 배달하는 한집배달 서비스인 ‘배민1’의 출시와 프로모션을 병행해 업주와 고객수를 모두 증가시켰다. 출시 처음에는 ‘주문마다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평가받았으나, 결과적으로는 고객·업주·라이더의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만들고 전체 주문량의 15%를 차지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변모되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배달비의 가파른 상승에 대한 방안으로 동선에 따라 묶음 배달이 가능한 ‘알뜰배달’을 출시했다. 큰 혁신을 추구하는 동적 역량보다는 내부적으로 축적한 역량을 적극 활용해 연달아 작은 변화를 만들어 업계 내 리더십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리더십 단계에 도달한 배민은 앞으로도 한동안 안정적인 운영지표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배민이 현재의 리더 위치에 만족하며 수동적 태도를 견지한다면 새로운 동적역량을 찾아 혁신을 도모하는 자기 재생 단계의 진입이 늦어질 수도, 진입할 수도 없게 된다. 

유기체처럼 진화하는 오늘날의 시장 환경 속에서 배민이 리더십 단계에 안주하고 리더십을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자기 재생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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