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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밀약 넘나드는 밀양과의 밀애 [ E-트래블]

영화 밀양·암살로 유명해진 도시…다양한 독립운동 발자취 찾아볼 수 있어

신라 시대 때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저수지인 위양지. [사진 김선권 여행작가]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그들은 외쳤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시인 김춘수보다 훨씬 앞서, ‘꽃처럼 좀 봐 달라’고 그리 외쳤다. 

하지만 밀양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였다. 밀양은 태양처럼 열정을 담아냈지만, 비밀스러운 무언가에 발목이 잡혔다. 이후에도 밀양아리랑의 구애는 멈추지 않았다. 그 부름에 끝내 화답한 것은 영화였다. 수심 가득한 전도연은 2007년 영화 ‘밀양’을 통해 ‘칸의 여제’가 됐지만, 물음표 가득하던 밀양을 난수표로 만들었다. 

2015년 영화 ‘암살’은 반전이었다.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라 말한 조승우는, 금기와도 같은 ‘의열단’을 밀양에 아로새겼다. 사실 밀양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다수 배출한 항일의 산실이다.

미스터리 비극 ‘아랑’이 시집갈 수 없는 현실에 목놓아 울었지만, 끝내 아리랑 고개 넘으며 해피엔딩이 됐듯…. 영화 ‘암살’은, 영화 ‘밀양’의 침잠함을 넘어 ‘의열기념관’ 등 새로운 콘텐츠를 밀양에 입식했다.

동북아 3국에 오롯한 아우라를 각인한 영남루와, 사명대사의 호국정신을 땀방울로 드러내는 표충사비, 봄볕 내리 쬐도 얼음 고드름이 당당한 얼음골 등, 알수록 신비한 밀양이더라. 앞으로 벌일 밀양과의 밀당은 얼마나 자극적일까. 밀양과 손가락 걸며 나눈 밀약은 얼마나 짜릿할까. 밀양과 귀엣말로 속삭인 밀애는 얼마나 애절할까. 곳곳에 숨어있는 밀양의 비밀스러운 공간을 찾아 나섰다. 

조선 후기 대표적 목조건물 영남루

고려 공민왕 때(1365) 밀양 부사가 규모를 키워 중수했으며, 1844년 현재의 형태로 중건됐다. 진주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다. 더불어 중국(명나라) 여행서 ‘삼재도회’에는 조선의 누각으로 상운정(지금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영남루를 ‘콕’ 집어 소개하고 있다. 영남루는 보물 제147호다. 국보와 보물로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했지만, 밀양시는 다시 국보로 복귀하길 염원하고 있다. 밀양강 변 절벽 위에 있어 밀양강과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국의 3대 누각 중 하나로 꼽히는 영남루 [사진 밀양시청]



밀양 시내 조망 뷰포인트 밀양읍성

경남 밀양시 내일동의 석축 읍성으로 1479년에 축조됐다. 성벽의 길이 1㎞로, 높이는 1.8m 규모다. 대부분의 읍성이 임진왜란 직전인 1590년쯤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세워진 것과 달리, 밀양읍성은 이보다 100년 앞서 완성됐다. 밀양읍성을 따라 산책로가 새롭게 조성돼 밀양강과 밀양 시내를 조망하는 뷰포인트로 사랑받고 있다.

연리지·연리목 만날 수 있는 위양지

신라 시대 때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저수지로 백성들을 위한다는 의미에서 위양지라고 이름 지었다. 저수지 가운데에 5개의 작은 섬과 완재정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운치를 즐길 수 있어 밀양의 대표하는 사진 촬영 명소로 손꼽힌다. 이팝나무꽃이 만발할 때면 사람들의 발길이 꼬리를 문다. 산책을 하다 보면 연리지(連理枝)와 연리목(連理木)을 만날 수도 있다. 두 나무가 따로 자라다가 가지가 하나로 합쳐진 것을 연리지라 하고, 줄기가 합쳐진 것을 연리목이라고 한다. 

예림서원…사림의 영수 김종직 기리는 서원

예림서원(밀양향교)은 이 고향 출신으로 성리학적 정치 질서를 확립한 사림의 영수 정필재 김종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서원이다. 그의 말년은 안 좋아, 세조가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것을 초나라 항우가 의제의 왕위를 찬탈한 것에 빗대 적은 조의제문으로 연산군 때 부관참시를 당했다. 이 가슴 아픈 사연은 밀양 사람들의 마음에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다. 오늘날 이를 한으로 승화시켜 예림서원에서는 ‘선비풍류’란 이름으로 문화 공연이 곧잘 열린다. 새터가을굿놀이와 밀양 백중놀이 중 하나인 ‘양반춤’, 여성 예술인 고운 자태로 벌이는 밀양검무, 정필재아리랑과 아리랑동동 등이 그것이다.

의열단 김원봉 만나는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  

안동과 함께 독립운동의 성지이자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항일의 고장이다. 영화 ‘암살’ 이후 찾는 사람이 늘었고, 이를 특화 콘텐츠로 설정해 항일정신을 상징하는 거리인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를 만들었다. 앞서 금기어와 같았던 ‘의열단’과 ‘김원봉’이란 이름이 밀양의 곳곳에 내걸린 것도 영화 ‘암살’ 이후다. 밀양의 항일독립투쟁사를 소개하는 의열기념관과 체험형 공간인 의열체험관도 있다. 밀양의 독립운동가들이 이 마을에 몰려 산 것도 테마거리로 조성된 이유다. 독립운동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며 밀양만의 사진 촬영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밀양은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항일의 고장이다. 영화 ‘암살’ 이후 찾는 사람이 늘었고, 이를 특화 콘텐츠로 설정해 항일정신을 상징하는 거리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를 만들었다. [사진 강석봉 기자]


외계 생명 콘텐츠로 특화한 밀양아리랑 우주천문대

외계 행성과 외계 생명에 대한 콘텐츠로 특화된 천문대다. 세계 최초 음성인식제어시스템이 설치된 70㎝ 반사망원경 등 관측 장비가 설치돼 있다. 천체투영관, 전시체험실이 준비되어 있다. 담당 해설자가 맛깔스러운 입담을 자랑해, 천문에 대한 이해가 단번에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우주에 흥미 있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에서부터 성인을 위한 강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세계 최초 음성인식제어시스템이 설치된 70㎝ 반사망원경 등 관측 장비가 설치돼 있는 밀양아리랑 우주천문대.[사진 밀양시청]

현존 국내 최장 얼음골 케이블카

영남 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는 현존 국내 최장 거리 왕복식 케이블카로 선로 길이가 1.8㎞에 달하고 상부 역사 해발고도 1020m 고지까지 1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케이블카 탑승 인원은 최대 50명이다. 정상부에는 데크 길 트레킹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고, 밀양을 조망할 수 있는 뷰 포인트도 있어, 가슴까지 확 뚫리는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다. 밀양온천은 시내의 아리나호텔에서 즐길 수 있다. 지하 1198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가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얼음골 케이블카는 현존 국내 최장 거리 왕복식 케이블카로 선로 길이가 1.8㎞에 달한다.[사진 밀양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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