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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철강사 상반기 후판 협상 길어지는 이유[이코노Y]

실적 개선 적기 조선사…수익 방어 절실 철강사 
“하반기보다 오름세” vs “하향 안정세” 팽팽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2년 인도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사진 HD한국조선해양]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들이 상반기 후반 가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철강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철광석 등 후판 원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조선사들은 과거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철강 제품 가격을 세 차례에 걸쳐 인상한 이후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는 추세라,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올해부터 수익 실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인 조선사와 대내외 악재로 수익성 악화를 방어해야 하는 철강사가 셈법 차이로 부딪히고 있는 분위기다. 

17일 조선‧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의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이날 현재까지 마무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사와 철강사는 상반기와 하반기 등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코로나19 사태 전에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통상적으로 3~4월 정도에 마무리됐는데, 올해 협상의 경우 5월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안팎에선 “최근 들어 후판 가격 협상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는 지난해 하반기 후판 협상을 12월이 돼서야 타결했다. 하반기 후판 협상의 경우 임직원에 대한 인사가 이뤄지기 전에 마무리한 전례가 많은데, 지난해엔 막판까지 협상을 이어가다 극적으로 가격 인하에 합의한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 입장에선 국내 조선사가 주요 후판 고객사이고, 국내 조선사에는 국내 철강사가 주요 후판 공급사”라며 “장기간에 걸쳐 신뢰를 쌓아온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의 후판 가격 협상은 조기에 타결돼왔는데 최근 들어 협상이 다소 길어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발단은 원자재 가격 폭등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대로 오르면서,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는 2021년과 지난해 상반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후판 가격 인상에 합의했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 협상에서 국내 조선사는 “원자재 가격 하향 안정세”를 주장했고, 국내 철강사는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내세웠다. 지난해 하반기 협상이 가격 인하로 끝이 났지만, 올해 상반기에 또다시 원자재 가격 흐름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흐름을 보면,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의 논리 모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현물 기준)은 지난해 6월 초에도 톤당 14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높았는데, 이후 지속 하락 흐름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1일 톤당 80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철광석 가격이 또다시 상승하면서 올해 2월에 톤당 130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5월 16일 가격은 톤당 108.40달러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다소 안정된 가격이 맞는데, 하반기와 비교하면 가격이 올랐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셈이다.

입장 뒤바뀐 조선‧철강사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가 원자재 가격 흐름을 무기로 가격 협상에 임하고 있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철강사들은 “철강사들이 조선업 불황 당시 대승적 차원에서 후판 가격 협상에서 양보를 거듭한 만큼, 조선사들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철강사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반면 조선사들은 “본격적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시기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또다시 후판 가격 부담에 휘둘릴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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