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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활발한 M&A…국내 CRO 시장 돌파구 될까

[위기의 CRO 시장 진단]②
해외 대형 CRO 간 M&A 활발…조 단위 빅딜 잇따라
국내 기업 규모 작고 인수 회의적인 게 문제로 지적

해외에서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특히 2021년에는 해외 CRO 시장에서 굵직한 M&A가 여러 건 성사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인수합병(M&A)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사업 외연을 확장하는 방법이다. 북미와 유럽 등 제약 산업이 성장한 지역에서는 이미 기업 간 M&A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기업도 변화하는 임상시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M&A를 검토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M&A에 회의적이고 규모가 작은 기업도 많고, 임상 경험이 풍부한 곳도 적다는 어려움이 있다. M&A에 적극적인 곳은 다국적 CRO와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대형 CRO가 대부분이다. 

국내 1세대 CRO로 꼽히는 LSK 글로벌 PS는 현재 해외 CRO와 M&A 추진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해외로 활동 무대를 확장하기 위해 피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M&A 상대는 다국적 CRO다. 이영작 LSK 글로벌 PS 대표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만나 “현재 논의 중인 M&A의 목적은 해외 진출”이라며 “다만 결정된 것은 없으며 M&A이 성사돼도 회사 운영에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LSK 글로벌 PS가 예고 없이 M&A 시장에 뛰어든 건 아니다. 이 회사는 2000년 설립된 뒤 성과를 내면서 여러 차례 M&A 제의를 받았다. 이 대표가 지금 M&A를 검토하는 이유는 다국가 임상시험이 활발해지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기업의 규모가 작고 자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다국가 임상시험 수요를 타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임상시험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해외에 CRO를 직접 설립하거나 작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약사의 다국가 임상시험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다국가 임상시험은 기업이 의약품을 개발한 뒤 여러 국가에서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추진한 제약사들의 다국가 임상시험은 2018년 282건에서 2022년 348건으로 23% 늘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물론 신약 개발이 활발했던 2021년에는 국내 승인된 다국가 임상시험 건수가 411건으로 급증했다.

다국가 임상시험이 늘어난 건 신약 개발에 뛰어든 국내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신약 개발 기업 대표는 “제네릭(복제약)과 달리 신약은 해외 시장이 목표라 현지 임상시험 경험이 있는 해외 CRO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해외 제약사가 임상시험 환경이 우수한 한국을 찾는 영향도 있다. 국내 CRO 대표는 “한국은 많은 의료진이 선진국에서 훈련해 신약 임상시험에 익숙하고 의료 현장 관계자들의 교육 수준도 높은 편”이라며 “규제기관의 사전 평가와 승인 제도가 있는 데다 임상 기관에 평가·관리 기구도 설치돼 있어 한국을 임상 지역으로 점찍은 다국적 제약사가 많다”고 했다.

해외선 M&A 활발…국내는 아직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기업이 M&A를 통해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고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한 2021년 해외 CRO 시장에서 여러 굵직한 M&A가 성사됐다.

아일랜드의 CRO인 아이콘이 미국의 CRO PRA 헬스 사이언스(PRA Health Science, PRA)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아이콘은 2021년 PRA를 120억 달러(약 16조원)에 인수해 주요 CRO로 성장했다. 같은 해 4월에는 미국의 의료장비 제조업체인 써모 피셔가 174억 달러(약 23조원)에 피피디(PPD)를 인수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스웨덴의 투자사 EQT파트너스와 미국의 CRO인 파렉셀(PAREXEL)을 인수한 것도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두 회사는 당시 파렉셀을 인수하는 데 85억 달러(약 11조원)를 썼다.

대표적인 CRO인 아이큐비아(IQVIA)도 CRO 업체였던 퀸타일즈(Quintiles)와 빅데이터 기업인 IMS헬스케어가 2016년 합병하며 탄생했다. 퀸타일즈는 IMS헬스케어의 빅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임상시험을 의뢰한 기업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IMS헬스케어는 CRO 시장에서 주요 기업이던 퀸타일즈를 통해 임상시험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다. 두 기업은 임상시험은 물론 시장 분석 및 전망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현재까지 세계 1위 CRO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M&A를 통해 기업 규모를 키운 것은 물론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다양화한 결과다. 아이큐비아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도 작은 기업들을 인수하며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M&A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 기업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투자평가기관인 오브젝티브의 데이비드 크레앙 수석 고문은 클리니컬 트라이얼스 아레나와 인터뷰를 통해 “CRO 시장의 M&A는 대부분 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진행된다”며 “M&A를 통해 다른 지역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임상시험 방식을 도입해 이들을 찾는 신약 개발 기업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은 인수합병(M&A)을 꺼리는 분위기다. M&A를 추진할 만한 기업도 많지 않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해외와 달리 국내 CRO 시장에서 M&A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망한 국내 CRO였던 드림씨아이에스가 2015년 중국의 타이거메드에 인수됐고, 해외 CRO인 피피씨(PPC)의 국내 법인인 피피씨코리아가 국내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주성분, 함량 등이 동일한 두 제제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임상시험) CRO인 바이오썬텍을 2021년 합병한 정도다. 드림씨아이에스는 인수 이후 빠르게 수주를 확대하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드림씨아이에스는 타이거메드에 인수될 때까지만 해도 적자를 기록했으나, 2018년 흑자 전환한 이후 지속해서 영업이익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61% 성장한 58억원이다. 피피씨코리아와 바이오썬텍은 각각 후기 임상시험과 생동성시험 분석 및 초기 임상시험 역량을 바탕으로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최근 집중하고 있다.

해외 CRO가 국내 CRO를 인수하는 데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CRO 업계 관계자는 “국내 CRO가 해외 시장에 진출해 임상시험 데이터와 경험을 축적해 해외 CRO 대비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국내 CRO 시장에서 축적된 임상 데이터가 연구개발 경험이 해외로 유출돼 국가적으로 신약 개발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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