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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제2의 반도체 되려면? “파격적 세제 지원 필요”

국가전략기술 ‘백신’ 포함…“바이오의약품으로 범위 확대해야”
수탁 기관 세제 지원·최저한세 완화 등 실질적 지원책 부족해

전문가들은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만들기 위해선 실질적인 세제 지원을 통해 산업 성장을 촉진하고,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기 위해 제약 바이오 분야의 기업들에 파격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바이오의약품 전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의약품 개발뿐 아니라 실제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수탁 기관으로도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기용 국립인천대 교수(경영학)는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산업 국가경쟁력 확보 정책토론회’에서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나 현재 제도 지원이 ‘백신’ 분야에 한정돼 있다”며 “이를 바이오의약품으로 확대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R&D나 사업 확장을 추진할 때 세제 지원을 최대로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정부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성장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관련 기업들이 시설 투자를 할 때 세액 공제를 더 받을 수 있게 하는 ‘K-칩스법’을 발표했다. 그러나 제약 바이오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낮다고 알려진 백신만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됐다. 항체치료제와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첨단바이오 분야의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세제 지원을 받지 못해 산업계를 중심으로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여한 김경숙 코아스템켐온 상임고문도 “첨단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중소형 바이오 기술 기업들이 주로 첨단바이오 분야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들 대대수는 후기 임상으로 접어들며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지원 프로그램은 임상 2상까지 대상이라 임상 3상부터는 국가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다”며 “미국은 희귀질환의 경우 생산시설 구축과 세액공제, 임상 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자체 R&D만 세제 지원? 수탁 기관도 혜택 봐야

홍 교수는 국내외 기업들의 임상 연구를 직접 수행하고 있는 수탁 기관들에도 세제 지원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바이오산업은 다른 영역과 달리 수탁 기관들이 연구와 개발 등 여러 분야를 수탁받아 수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제도적으로 수탁 연구는 R&D에 포함되지 않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OECD 국가 중 11개 국가에선 수탁 기관들에도 세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신규 펀드를 조성해 바이오 분야 내 다양한 기업들에 폭넓은 자금 지원을 제공하고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제약 바이오산업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이미 파격적인 세제 지원으로 현지 기업을 육성하고 유망한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유럽 지역의 대표적인 제약 바이오 클러스터인 스위스 바젤이 대표적이다. 바젤투자청에 따르면 이 지역의 법인세는 13% 수준으로 낮고 R&D 과정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면 11% 정도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일랜드에선 기업의 R&D 비용에 38% 수준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며 싱가포르는 첨단기술선도기업에 선정된 회사에 최대 15년 동안 면세 혜택을 준다.

홍 교수는 “한국은 제약 바이오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 법인세가 높은 편”이라며 “OECD 38개 국가의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22% 수준이며 한국은 이보다 높은 25%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한국경제연구원 등이 발표한 자료를 종합하면 이 시기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1%이며 영국은 19%, 싱가포르는 17%를 기록했다. 머크(Merck)와 베링거인겔하임 등 세계적인 제약 바이오 기업을 보유한 독일의 법인세 최고세율도 16%로 낮은 수준이며 아일랜드는 13% 정도다.

“최저한세 완화하고 세액 공제 기간 없애야”

홍 교수는 세제 지원의 분야를 확대하고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가) 다양한 지원 제도로 세제 혜택을 준다지만, 토지나 건축물에 대해선 세금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토지, 건물 없이 기계만으로 사업을 할 수 없는 만큼, 많은 기업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에 뛰어드는 상황을 (정책 마련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최저한세는 17%로, 다른 국가와 비교해 매우 높다”며 “사실상 온전한 세액 공제가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제 기간도 국내에서는 통상 10년이라 수익을 내기 어려운 바이오 기업의 경우 공제 혜택을 못 받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국내 제약 바이오산업이 비용 투입 단계에서 벗어나 산업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패널 토론에서 “그동안 바이오 기술(Bio-technology) 분야에 많은 금액이 투입됐으나, 실물경제에선 뚜렷한 성장 동력이 아닌 상황”이라며 “20조원 수준인 바이오산업 내 생산 규모를 자동차, 반도체처럼 100조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산업 생태계를 잘 조성해야 한다”며 “과학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정책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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