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따상만 5개...중소형주 훈풍 불었다
[하반기 IPO 진짜 ‘대어’는] ①
올해 상반기 IPO 시장 “중소형주 훈풍”
높은 경쟁률, 조단위 증거금에 따상 행진도
몸값 논란 극복 등 ‘옥석 가리기’ 심화 예상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금리 인상 경제 침체 여파 등으로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에선 올해 상반기 중소형 공모주의 흥행으로 훈풍이 불었다. 신규 상장사들 중 상당수가 청약 과정에서 높은 경쟁률로 대규모 증거금을 끌어 모았다. 상장 후 일명 '따상'(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을 기록하거나 공모가 대비 플러스(+) 수익률 나타낸 곳도 상당수였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2일 기준 올해 신규로 상장한 종목은 총 23개((리츠, SPAC 제외)로 나타났다. 이들 중 +수익률을 기록한 상위 15개 신규 종목의 공모가 대비 평균 주가 상승률은 109.09%에 달한다.
가장 큰 상승률을 주도한 종목은 미래반도체였다. 미래반도체는 공모가 6000원에서 2일 종가 2만8000원을 기록하며 366.6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유통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미래반도체는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 전문가들이 설립했다. 지난 1월 27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미래 반도체는 이러한 점들이 부각되며 올해 첫 따상주가 됐다.
미래반도체에 대한 관심은 IPO 때부터 뜨거웠다. 지난 1월 10~11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1576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같은 달 16~17일 일반투자자 청약도 93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 증거금 2조5333억원이 몰렸다.
미래반도체에 이어 꿈비가 공모가 5000원에서 1만6900원으로 뛰며 238% 올랐고, 제이오(151.53%), 오브젠(124.16%), 나노팀(108.07%)이 10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제이오, 오브젠, 나노팀 등 중소형 주의 활약에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도 기대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유망 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경쟁력 확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의 적절하게 IPO를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그 결과 당사가 주관한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한 마녀공장 역시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마녀공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일반 청약 결과 1265.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으로 5조613억원이 모였다.
올해 상반기 IPO 최대어 기가비스의 활약도 빛났다. 지난달 반도체 기판 검사업체인 기가비스가 9조8215억원의 청약 증거금을 끌어 모았다. 올해 신규 IPO 중 최대치다. 기가비스는 올해 IPO 종목 중 상장 전 공모가 기준 몸값(5451억원)이 유일하게 5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코스닥에 상장한 뒤에는 1조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을 나타내고 있다.
상장 후 ‘뒷심’ 기업도…“옥석가리기 심화될 듯”
기가비스는 지난달 9~10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670 대 1, 15~16일 일반 청약에서 82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가비스 덕에 상장 주관사인 상성증권은 올 상반기 IPO 주관사의 공모총액 순위 1위(1514억원)를 거머줬다. 삼성증권의 경우 주관 건수는 3건이지만, 공모총액이 1500억원을 넘어서는데 기가비스가 한몫했다.
다만 기가비스는 상장 첫날 강세를 보였으나 따상에는 실패했다. 새내기주에 대한 기관과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따상 여부는 관전 포인트다. 올해 상반기 중소형주 중 따상에 성공한 기업은 5개(미래반도체, 스튜디오미르, 꿈비, 오브젠, 이노진)에 달한다.
IPO 강세에 신규 상장사를 편출·편입하는 ‘KRX 포스트 IPO 지수’도 올 들어 지난 2일까지 57.05% 치솟았다. 해당 지수는 유가증권·코스닥 신규상장 종목 중 상장일로부터 15 영업일이 경과한 종목은 편입하고, 140 영업일 경과 시 편출한다.
다만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하거나 이후 강세를 보였던 기업들은 대부분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경쟁률에서 흥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청약 때는 부진했지만 상장 후 뒷심을 발휘하는 기업들도 있어서다.
테크(마케팅+기술) 기업 오브젠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선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상장 첫날 공모가(1만8000원)의 2배인 3만6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후 상한가인 4만6800원에 마감해 따상을 기록했다. 오브젠은 앞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98.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참여 기관의 절반가량이 공모가 희망범위(1만8000~2만4000원) 하단인 1만8000원 미만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도 5.97대 1로 부진한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업체 티이엠씨도 상장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티이엠씨는 일반청약에서 0.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올해 신규 상장주(스팩, 리츠 제외) 중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공모가(2만8000원)을 꾸준히 상회했고, 지난 2일 종가(5만600원) 기준 80% 넘게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중소형주 위주로 상반기 IPO시장 열기가 더해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가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 진영은 상장 첫 날 공모가 5000원보다 73.6% 높은 868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진영은 지난달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595.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면서 공모 밴드 상단을 초과한 5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일반 청약에도 경쟁률 1452.49대 1을 기록하면서 증거금 3조8582억원이 모였다.
반면 같은 날 청약을 진행했던 와인 유통업체 나라셀라는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부진에 이어 코스닥 상장 첫날에도 약세를 보였다. 나라셀라와 상장주관사인 신영증권은 그간 부적절한 비교기업을 기반으로 공모가액을 과도하게 책정했다는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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