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떠난 시인, 자작나무 숲으로 돌아오다…이제, ‘인제’다 [E-트래블]
문학관·글램핑·액티비티로 재단장한 인제…여행객 손짓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한 때 고립을 피하지 못해 시들어 가던 인제, 이제 우리는 작별해야 한다. ‘원통해 못 살겠다’던 과거의 인제는, 방울소리 울리며 파향 끊고 달려온 목마가 이제 환향의 고개로 넘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는 자작나무 수풀의 탄성 어린 이야기 뒤 안에 묻혔다.
밭뙈기, 논이랑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기댈 곳은 산비탈뿐이다. 하지만 인제 사람들은 나무를 심고 박물관·문학관·도서관을 세우며 하늘의 별을 따와 동네를 별천지로 만들고 있다. 이제 인제다.
힐난의 공간에 힐링의 바람이 불고, 필링의 시간이 시작됐다.
자작나무 숲이 품은 하얀 그리움…그들이 온다
자작나무 숲은 솔잎혹파리가 망쳐놓은 ‘인제의 산을 살려놓겠다’라는 동네 사람들의 노심초사가 일궈낸 역사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 비탈을 올라 자그마치 70만 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었다.
자작나무숲에는 8개 탐방 코스와 원대임도(아랫길), 원정임도(윗길)까지 더해 총 10개 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코스 선택은 안내소 곳곳에서 약도와 숲 해설사가 배치되어 있어 참고하면 된다. 최단 거리는 원정임도를 거쳐 자작나무숲까지 돌아오는 왕복 6.4㎞ 코스다. 여유롭게 걷고자 하면 원대임도(2.7㎞), 달맞이숲 코스(2.3㎞), 치유 코스(0.4㎞), 자작나무 코스(0.9㎞)를 거쳐 자작나무숲을 돌아보고 원정임도(3.2㎞)로 돌아오는 코스도 있다. 총 9.0㎞, 4시간가량 걸린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제대로 보려면 난코스를 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후가 되면 입산이 통제되니, 미리 확인하고 일찍 서두를 필요가 있다.
다만 일행 중 산행에 문제가 있는 분이 있다면 그곳에서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오면 뿌듯할 수 있다. 자작나무 숲 안에 펜션이 있다. 그 집에서 곰취 떡갈비와 산나물 비빔밥을 한다. 차로 갈 수 있고 예약은 필수다. 이곳에 예약하면 자작나무 숲길을 차로 이동할 수 있다. 걷기에 취약한 일행이 있으면 최고의 선택이다.
목마와 떠난 시인의 시대…문학이 살리고 인생이 열리고 사랑마저
시인 박인환(1926~1956)도, 목마처럼 인제를 떠났다. 그가 남긴 시 ‘목마와 숙녀’처럼 살 곳이 못 된 인제를 떠나간다. 그렇다 해도 그의 시 ‘세월이 가면’처럼 그리움마저 앗을 수는 없는 일이다. 시인은 1956년 나애심의 ‘세월이 가면’으로 하염없이 깊은 그리움에 우리를 가뒀고, 그 뒤를 이어 가수 박인희·조용필·최백호의 목소리에 그 애달픔을 아로새겼다.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인제를 그를 잊지 않고, 기념관을 세웠다. 요절 시인 박인환은 인제에 오롯하다. 인제는 말한다.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박인환은 살아있다. 그의 눈동자 입술은 우리들 가슴에 있다. 인제는 시인 박인환이 인생을 놔버렸지만 그의 문학을 꽉 쥐었다. 그가 토해낸 시구들은 하늘에 박힌 별들처럼 생명을 넘어 영원을 향해 달린다.
시가 인제의 별에 생명을 채웠듯, 고단한 인간사가 박제된 인제는 살아있는 박물관 도시로 꿈틀댄다. 인제 시내에 박인환문학관이며, 산촌민속박물관, 기적의 도서관이 서로 모여서 어깨동무하며 인제의 변화를 이끄는 삼두마차가 됐다.
산촌민속박물관은 세월이 흐르며 사라지는 민속 문화를 차곡차곡 쌓았다. 계절과 세시풍속의 변화에 따른 인제 산촌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도 탔던 번지점프…세월은 가고 오는 것, 인제 왔다
인제를 찾은 청춘들은 자신의 몸을 던지고, 하늘을 향해 쏘고, 자신에 달린 멍에를 끊어내며 도전을 마무리한다.
인제 합정강에서는 번지점프와 슬링샷 등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의 번지점프는 63m의 아찔한 높이로 방탄소년단도 체험한 것으로 유명하다. 번지점프장 인근에는 사람이 탄 채로 하늘로 새총 쏘듯 쏴지는 슬링샷도 있다. 번지점프와 달리 공포보다는 재밌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시내에는 줄없이 뛰어내리는 번지점프장도 마련되어 있다. 다만 미리 운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하늘이 내린 인제에 그나마 숨통을 트이게 만든 내린천은 여름이 다가오면서 래프팅은 물론 리버버깅(급류 이용한 1인승 수상 레포츠) 등 젊은이의 벅찬 숨소리와 환호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제 인제는 과거의 인제가 아니다.
별이 쏟아지고, 음악은 흐르고…인제 글램핑
하늘이 내린 인제에 별도 함께 내린다. 별 바라기 글램핑 여행지로 ‘엄지척’인 이유다. 별이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인제의 오늘은 추억이 된다.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숲 가는 길 인근에, 깊은 자연이 품은 마을 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글램핑 캠핑장 ‘햇살글램핑’이 있다. 이용요금은 성수기 20만 원, 비수기 15만 원이다.
인제군에서 매입해 새롭게 조성한 곳이어서 깔끔하다. 캠핑의 백미인 바비큐 장비도 잘 갖춰져 있다. 햇살글램핑 바로 앞에는 계곡에서 내려온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이 있어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마을과 동떨어져 있어, 친구들과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른다 해도 주변의 시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인근에는 막국수로 유명한 원대막국수도 있다. 주말엔 줄서기를 각오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김천 묘광 연화지, 침수 해결하고 야경 명소로 새단장
2"겨울왕국이 현실로?" 영양 자작나무숲이 보내는 순백의 초대
3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4'1억 4천만원' 비트코인이 무려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5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
6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7“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
8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9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