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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성과 희비 엇갈린 삼성·LG

[4대그룹 미래사업 보고서] ① 
삼성, 하만 인수 이후 관련 투자 미미
LG, 전사적 전장 체질 개선…기반 확보
전장 사업 실적에도 최근 분위기 반영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본사 소재지인 인천사업장 내 자동차 부품 생산라인에서 산업용 로봇이 전기차의 주행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삼성과 LG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장 분야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10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하만을 인수했지만 이렇다 할 시너지(상승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반면 LG는 동력계통(파워트레인)-인포테인먼트(IVI)-조명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완성하며 기반을 마련했다. 여전히 실적 규모에서 삼성이 앞서고 있는 가운데 LG가 이를 뛰어넘어 국내 최대 전장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 시장에서 삼성과 LG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7년 하만을 인수한 삼성이 앞서가는 듯했으나 최근 LG가 전장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며 새로운 강자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특히 LG의 경우 그룹 계열사들을 통해 전동화에 기반한 자율주행차를 직접 제조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경쟁력을 갖춘 상태다. 

교착상태 하만, 상승가도 LG전자

이는 삼성과 LG의 전장 사업 중심에 있는 LG전자와 하만의 실적에서도 잘 나타난다. 실제 LG전자에서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본부는 지난해 2분기 7년만의 흑자 기록 이후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며 새로운 축으로 거듭났다. VS사업본부는 지난해 2분기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이어 3분기 961억원, 4분기 302억원을 기록했다. 인포테인먼트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시스템 등 모든 사업 영역의 원가 구조를 개선해 흑자를 유지한 것이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540억원, 매출 2조386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향후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수주 잔고 역시 2021년 말 60조원에서 지난해 말 80조원까지 폭발적으로 늘었다. 

시장에서는 LG전자 VS사업본부의 수주잔고가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LG에게 전장이 더 이상 미래를 위한 투자 대상이 아닌 그룹의 핵심축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만도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주력 사업인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디지털화된 자동차 조종 공간)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데다 실적 개선 역시 삼성과의 직접적인 시너지 보다는 조직 효율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디지털 콕핏은 차량 내에 설치된 첨단 계기판,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디지털 멀티디스플레이를 통칭한다.

실제 하만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300억원으로 전년 동기(1000억원) 대비 30% 증가했다. 매출은 3조1700억원으로 같은 기간(2조6700억원) 대비 18.7% 늘었다. 반면 하만의 글로벌 디지털 콕핏 점유율은 지난 2020년 1분기 30%를 기록한 이후 ▲2021년 1분기 25% 2022년 1분기 24.7% ▲2023년 1분기 23.1%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하만과 함께 개발한 스마트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을 장착한 데모카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시장에서는 삼성과 LG가 최근 전장 분야에서 온도 차를 보이는 이유로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의 유무를 꼽고 있다. 삼성이 하만 인수 이후 전장 관련 투자에 머뭇거리는 사이 LG가 전사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며 기반을 다진 것이다. 

실제 LG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배터리, 조명 등 핵심 부품들을 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상태다.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LG전자의 경우 VS사업본부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하고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와 합작 설립한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통해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제작한다. LG전자가 지난 2018년 인수한 ZKW를 통해서는 전조등을 비롯한 차량용 조명 모듈을 공급할 수 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와 관련 부품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 LG이노텍 등 계열사로부터 자체 수급이 가능하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상반기 점유율 14.4%로 2위를 차지하는 등 경쟁력을 입증했다. LG이노텍은 5세대 이동통신(5G) 기반 자동차용 통신모듈, BMS(배터리제어시스템) 등 고부가 전장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용 제품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 반도체로 반격 나선다

반면 삼성의 경우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전장 관련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하만 자체적으로 증강현실(AR) HUD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아포스테라(Apostera)'를 인수하는 등 경쟁력 제고에 나섰지만 모기업 삼성의 후광은 거의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영향으로 경쟁사들의 추격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 불확실성 여파에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며 영향력 축소로 이어졌다. 

다만 삼성이 최근 반도체 경쟁력을 앞세워 디지털 콕핏 전용 프로세서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관측도 나온다. 디지털 콕핏 전용 프로세서를 통해 자체 전장 사업 역량을 강화함은 물론 하만과의 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부터 현대자동차 차량에 들어가는 인포테인먼트 구동에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 ‘엑시노스 V920’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지부진했던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활력을 불어 넣고 디지털 콕핏 전용 프로세서를 비롯한 전장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7’을 LG전자 VS사업본부에서 제작한 폭스바겐의 ICAS 3.1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공급한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 모두 전장이 미래먹거리로 낙점했지만 LG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반 확보에 나서며 성과를 내고 있다”며 “삼성 역시 반도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만과의 시너지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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