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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불안한 SK 바이오·배터리

[4대그룹 미래사업 보고서]②
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 新동력 되나
배터리 업계 후발 주자 SK온…10.7조원 자금조달 효과는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SK그룹이 미래사업의 청사진으로 내놓은 바이오와 배터리 사업의 영업손실 규모가 1분기 3600억원을 넘어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배터리(Battery)·바이오(Bio)·반도체(Chip), 이른바 ‘BBC 사업’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적자의 늪에 빠진 SK바이오팜과 SK온이 올해는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전년동기(371억원) 대비 38.9% 감소한 22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60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11억원) 대비 47.7% 늘었다. 매출 성장으로 적자 폭을 줄였지만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회사 측은 핵심 품목의 글로벌 기술수출 관련 수익 감소로 영업 실적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 후발 주자인 SK온의 수익성 개선도 SK의 해결 과제로 꼽힌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1분기 매출 3조3053억원, 영업손실 344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 영업손실은 각각 688억원, 1조727억원을 기록했다. SK는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해왔지만 SK온은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적자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지난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신설법인으로 출범한 SK온은 해외 공장 증설, 초기 가동 공장의 고정비 부담, 연구개발비 등으로 인해 영업손실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경쟁사 대비 시장 진출이 늦었고, 수익성 강화의 핵심인 수율(완성품 중 합격품 비율) 개선이 어려워지면서 적자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이오팜 사옥. [사진 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 한우물 SK바이오팜…흑자 전환 기대감↑


SK바이오팜의 1분기 적자폭은 100억원 가량 축소됐다. 주요인으로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Cenobamate)의 지속적 성장이 꼽힌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해 2019년 미국 FDA로부터 성인 부분 발작(partial-onset seizures in adults)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경구용 뇌전증 치료제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서 엑스코프리(Xcopri), 유럽에서는 온투즈리(ONTOZRY)라는 브랜드명으로 판매 중이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엑스코프리의 매출은 미국 시장에서 12분기 연속으로 성장했다. 2023년 1분기 미국 매출은 5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증가하며 매출 성장세를 견고하게 유지 중이다. 미국 내 총 처방 수(TRx)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1분기 총 처방 수는 약 5만5000건으로 직전분기 대비 약 10%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올 4분기 SK바이오팜의 흑자 전환을 전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엑스코프리의 매출이 전년 대비 75.2% 늘어난 289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엑스코프리 미국 매출 증가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로 2023년 4분기부터 실적 기준 흑자 전환이 예상돼서다. 자체개발신약 엑스코프리의 원가율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자체 제품 판매를 통한 연간 실적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개발중인 카리스바메이트(Carisbamate)의 상업화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단 분석이다. 카리스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개발 중인 레녹스 가스토 증후군(난치성 소아 뇌전증) 치료제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2025년 카리스바메이트의 FDA 품목 허가 신청과 2026년 글로벌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SK바이오팜은 국가대표 신약 개발 업체로 Best-In-Class(계열 내 최고의 약) 약물을 실제 물질 발굴부터 미국 시장 출시까지 성공한 유일한 기업”이라며 “엑스코프리 매출 역시 기대만큼 꾸준히 성장 중”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선 현재 미국에 구축해둔 마케팅 채널을 효율화할 수 있는 추가 약품 도입이나 현재 개발중인 카리스바메이트의 신속한 상업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사진 SK온]


10조원 자금 등에 업은 SK온…실적 개선 전망은

SK온은 1년 사이 10조원 규모의 투자금 수혈에 성공하면서 실적 개선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자금 조달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SK온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온이 최근 1년간 조달한 자금은 약 10조77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지난 8일엔 싱가포르계 신규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4억 달러(약5300억원)를 투자받게 됐다. 지난달엔 MBK컨소시엄과 SNB캐피탈로부터 1조2400억원을 확보했고, 같은 달 9억 달러(약1조2000억원) 규모의 유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SK온은 지난해 12월에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을 확보했고, 한투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조달하는 등 꾸준히 대규모의 자금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대규모 투자금을 마련한 SK온은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생산거점에서 2025년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220기가와트시(GWh)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보조금 수혜 효과도 예상된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SK온이 미국으로부터 받을 IRA 세액공제(AMPC) 규모는 총 3~4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대규모 보조금이 실적에 반영되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미국 1공장과 헝가리 2공장 양산도 본격화되면서 올해 실적 개선에 힘을 줄 전망이다. SK온은 현재 헝가리 공장 수율 90% 이상, 미국 공장 수율 80% 이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고질적 문제로 여겨진 수율이 개선되면서 고객사로부터 원활한 배터리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IRA 인센티브 반영과 수율 개선으로 SK온의 흑자 전환을 점치고 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3월부터 전 지역 공장들의 수율이 개선되고 있으며 1분기 미반영된 IRA 인센티브가 2분기에 소급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엔 충분히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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