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보다 ‘의대생’ 간판…수능 정시 ‘N수생’ 천하 [임성호의 입시지계]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95학번 재수생 비율 38.9%…올해는 33% 내외 추정
정시 비중 확대·재수생 증가로…의대 열풍도 여전
115문항 중 5개 내외 틀려야 전국 의대 합격 가능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95학번이 대학에 들어가는 수능에서 재수생 비율은 38.9%였다. 수능이 도입된 94학번부터 현재까지 전체에서 가장 높은 재수생 비율이다. 다시말해 역대 최대치로 재수생과 경합이 치열한 학번이 바로 95학번이다.
이후 96학번이 37.3%, 97학번이 33.9%, 98학번이 30.7%, 그리고 99학번부터 07학번까지는 20% 후반대, 08학번부터 16학번까지는 20% 초중반대, 17학번부터 19학번까지는 20% 중반대, 20학번부터 20% 후반대를 기록하다, 23학번 지난해 수능부터 30%를 다시 넘어가기 시작했다.
올해 수능에서는 재수생 비율이 33% 내외로 추정된다. 27년 만에 가장 높은 재수생 비율이 될 전망이다.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재수생 비율
95학번이 38.9%로 재수생 비율이 높았던 것은 수능이 94학번부터 도입돼 첫 해 수능이 두 번 치러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수능이 처음으로 도입돼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수험생들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대학입시에선 수시라는 제도가 들어와 학교 내신 위주 전형으로 전환됐다. 내신이 나쁜 학생들은 수능을 통한 정시 전형의 합격 문호가 급격히 좁아졌고, 재수생 비율은 20% 초반대를 형성했다.
2010년 중반대까지 정시보다 수시 비중이 월등히 높았고, 서울대·고려대 등에서는 학교 내신 위주로 선발하는 수시 전형이 90%에 달했다. 내신 관리를 잘못한 학생들은 역전의 기회가 사라졌고, 수시 전형에서 특히 절대적 선발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공정성 시비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문제로 최근에는 다시 주요 대학이 정시 비중을 40%대까지 확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몇년간 재수생이 다시 증가하는 것은 정시 비중이 확대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여기에 대학 취업난 등 외부적상황이 겹치면서 대학 입학생도 재수를 통한 재도전으로 상위권 대학에 재진입하고자 하는 열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재수생의 수험 환경은 다시 30여년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1년에 재수생이 수능 접수자 기준으로 약 15만명이고, 전체 수능 응시생은 40만명대 정도다. 재수생 15만명 중 대학 합격 후 다시 재도전하는 학생들이 약 8만명대로 추정된다. 3월에 대학 합격후 30명으로 알고 있던 학과에 막상 합격해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10명도 남지않는 학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주요 10개 대학에서 1년에 대학을 다니다가 빠져나가는 학생이 6300명 정도다. 종합대학 1개 대학의 모집정원이 3000명 정도라면 상위권 주요 10개 대학에서만 약 2개 대학의 신입생 전체 모집인원의 학생이 빠져나가는 양상이다.
또한 최근 2022학년도부터 통합수능이 들어오면서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국어 시험을 2가지 유형으로 나눠 시험을 보고, 채점 방식은 2가지 유형의 시험에서 공통 문항이 통합으로 계산된다. 선택유형 중 각기 따로 출제되는 문항은 각각 따로 계산하는 등 복잡한 방식이 적용된다.
때문에 두 과목 간 점수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점수 산출이 이뤄진다.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두 가지 유형의 시험 중 어느 과목을 선택하고, 또 그해 어느 과목의 집단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려 있느냐 등에 따라 같은 원점수를 받고도 다른 점수결과(표준점수)가 나오는 방식이다.
수학도 동일한 방식의 3가지 유형으로 시험을 보고 주로 문과 학생들은 확률과 통계, 이과 학생들은 미적분, 기하를 선택한다. 국어와 동일하게 그해 수능 응시생이 어떤 과목에 더 몰려 있느냐에 따라 같은 점수를 맞고도 다른 결과를 받게 되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에서 1문제도 안 틀릴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이 134점, 수학에서 1문제도 안 틀릴 경우 145점이 나와 국어에서 만점을 맞은 학생이더라도 수학을 못 봤을 경우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사실상 지난해 수능은 영어가 절대평가인 상황에서 수학 1과목으로 평가를 받았다는 인식을 수험생 입장에서는 할 수 있다.
의대 정시 합격생 74%가 ‘재수생’
올해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재수생 비율은 19.0%로 2011학년도 이후 평가원 접수자 통계수치를 공식 발표한 데이터 기준으로 재수생 비율이 가장 높다. 대학에 다니다 중간에 재수하는 반수생들은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대학 일정 등으로 시험을 보지 않고, 11월 본수능에 가서야 수능 시험에 응시하게 된다. 이 인원이 약 8만명 이상으로 실제 본수능에서 재수생 비율은 지난해 31.1%보다 높은 33%대까지 추정된다.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가 될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영어에서 90점 이상을 맞아 1등급을 확보하고 국어 45문항, 수학 30문항, 탐구 2과목 40문항(각 20문항), 전체 115문항 중 5개 정도를 틀려야 지방권을 포함한 전국 의대에 정시로 합격할 수 있는 수능 점수가 된다.
서울이든 지방이든 현재 의대 열풍이 매우 강도가 높다. 이러한 의대 정시에 합격한 학생들 중 74.0%가 재수생들이다. 구체적으로 재수생은 43.6%, 삼수생은 17.8%, 4수생은 11.2%, 5수생은 1.3%이다.
현재 재수생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처럼 보여질 수 있지만, 실은 30년전에도 이보다 높은 상황이었다. 학력고사 시절에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학력고사 시절에는 현재보다 대학수도 적고, 사실상 4년제대 진학하는 것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학교 내신을 고등학교 3년 내내 여러 가지 사연으로 잘못 관리한 학생들에게 역전의 기회를 준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취업 재수를 해서라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자 하는 노력, 어려운 국가시험에 합격하고자 하는 도전 처럼 재수는 가고자 하는 대학에 반드시 입학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 막기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누가보더라도 괜찮은 직장에서 10년 정도 근무한 30대 후반의 수험생이 직장을 그만두고 2024학년도 의학계열을 목표로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장에서 공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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