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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못 털어내는 은행권, 불안 가중[부채도사]

매년 30~40조원 늘던 기업대출, 코로나 팬데믹 후 100조씩↑
이자보상비율 0% 미만인 ‘좀비기업’ 전체의 25.7%
은행에선 대출 만기에 상환 요구도 어려워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의 주요 기업체 건물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54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국내 은행들과 기업 간의 불안한 상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 대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제도적으로 대출 및 이자 상환이 유예된 규모도 커 ‘비 올 때 우산 뺏기’ 시도조차 어렵게 됐다. 불안한 상생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착륙 없는 기업대출, 올해 5월까지 34.2조원↑

금융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와 5월까지 기업대출 증가액은 총 3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1조6000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기업대출은 지난 한 해에만 104조6000억원 확대됐다. 2020년엔 107조4000억원, 2021년엔 89조3000억원 증가했다. 보통 기업대출이 한 해에 40조~50조원씩 증가하던 추세와 비교하면 2020년 이후부터는 증가세가 강해진 것이다.

올해 5월 기준으로 기업대출 총 잔액은 1204조5000억원으로, 가계대출의 1056조4000억원보다 많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 문제로 지적되는데 기업대출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기업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지난 4월 기준으로 전체 잔액의 65.3%인 만큼 고금리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어 부실 우려도 높다.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올해 들어 5월까지 20조1000억원 증가한 97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40조원 가까이 확대되고 있어, 현재 속도라면 연말에는 사상 처음으로 총 가계대출 규모마저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금융지원 기업대출 85조원…최대 5년 유지해야

기업의 이자보상비율 [제공 한국은행]
은행권의 기업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기업의 매출과 이익 개선은 반대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은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서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3만129개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영업이익률과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p, 2.4%p 모두 하락했다. 안정성을 의미하는 부채비율은 101.0%에서 102.4%로, 차입금의존도는 27.6%에서 28.2%로 늘어났다. 

특히 지닌해 외감기업의 순현금흐름은 업체당 2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6억원보다 급감했다. 그만큼 영업으로 창출되는 현금 유동성이 떨어졌고, 나머지는 대출 등을 통해 기업을 유지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자보상비율은 654.0%에서 455.4%로 크게 낮아졌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것을 의미 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곳은 전체의 35.1%를 기록했고, 0% 미만인 적자기업은 전체의 25.7%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업의 경영 악화에서도 올해 기업들이 대출을 더 늘리고 있어 기업의 안정성은 갈수록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과거라면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에 대출 상환 등을 요구하며 ‘비 올 때 우산 뺏기’라는 비판을 들었겠지만, 현재는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을 위해 실시됐던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잔액은 올해 3월 현재 총 85조원에 달했다. 당국은 만기연장은 2025년 9월까지, 상환유예는 2028년 9월까지 분할상환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만기연장·상환유예 연착륙 지원방안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계속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혀, 은행 입장에서 오는 9월 코로나로 지원된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돼도 향후 최대 5년은 지금까지 급증한 기업대출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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