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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기로에 선 철강·석유화학

[불안 감도는 신용등급 정기평가] ③
장기간 불황에 흔들리는 철강·석유화학 업계
등급 하락에 자금 우려↑…업황 개선 언제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 롯데케미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철강과 석유화학의 업황 악화로 주요 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우려했던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롯데케미칼, 여천NCC 등의 신용등급이 최근 한단계씩 하향됐고, 현대비앤지스틸은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하반기까지 업황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신용등급마저 흔들리자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케미칼 등 신용등급 줄줄이 하락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0일 롯데케미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업황 악화로 재무 안정성이 저하됐고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한기평은 이번 정기평가에서 여천NCC의 무보증사채 및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부정적’, ‘A2+’에서 ‘A,안정적’, ‘A2’로 하향 조정했다. 한화토탈에너지스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철강 산업 역시 중국 내 제조업 위축에 따른 수요산업 부진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신용등급에 대한 우려를 놓지 못하고 있다. 한기평은 지난 6월 13일 세아베스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신용등급이 대부분 내려간 석유화학 업계와는 달리 철강 업계는 기업에 따라 신용등급 평가 결과는 갈리는 모양새다. 앞서 3대 신평사들은 지난 3월부터 5월 사이 현대비앤지스틸의 등급 전망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세아베스틸은 철강 업황의 약세 전환에도 시장 내 높은 지위와 원가절감 노력 등을 바탕으로 수익성이 일정 수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현대비앤지스틸은 철강 업황 하락으로 수익성이 저하돼 불리한 영업환경이 계속되는 가운데 재무안정성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석유·화학, 철강업계 불황에 실적도 ↓

최근 잇따르고 있는 기업들의 신용등급 변동은 석유·화학, 철강 업계에 찾아온 불황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의 봉쇄 정책과 공급망 경색 및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수요 위축을 겪었다. 중국 중심의 증설 확대 등으로 공급 과잉이 심화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주 원료인 납사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

철강 업계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 글로벌 수요 감소, 철강재 가격 하락, 전기료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철강재 수요가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업황 악화는 실적 부진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 매출(연결기준)은 4조93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액 5조4483억원 대비 11.7% 감소했다. 2022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 565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영업손실 262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여천NCC는 투자, 배당 부담 및 영업현금창출력 약화로 재무안정성이 큰 폭으로 저하됐다. 올해 1분기 매출 1조5119억원, 영업손실 458억원을 기록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매출 2조654억원 영업이익 213억원을 기록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89.1% 줄어든 수치다.

현대비앤지스틸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1조2802억원, 영업이익은 329억원을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1748억원으로 전년말 202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기평은 전방산업의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저하됐고 사업양수 및 지분출자 등으로 차입부담이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포스코홀딩스는 2023년 1분기 매출액 19조3819억원, 영업이익 704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동기 대비 8.9%, 69.6% 감소한 수치다. 현대제철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조389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6조9797억원 대비 8.46% 줄었고,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2.12% 급감한 3339억원을 기록했다. 

흔들리는 석유화학, 철강…업황 회복은 언제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업황이 2023년 이후 반등할 수 있으나 실적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적 회복이 되더라도 재무안정성 회복까진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2분기 이후부터 나타날 수 있으나 경기 성장 둔화나 신증설 부담 등으로 인해 수익성 회복이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2024년 이후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이 개선되겠지만, 중국의 저성장기조, 중국 자급률 상승 등 수급상의 제약 요인을 감안할 때 직전 호황기(2015~2018) 수준의 수익성을 시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한기평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 전망이 우세한 점이 석유화학 및 석유 제품 마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중국 신증설 부담이 수급 회복을 제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 업계는 최근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하반기 실적 반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해 1조 위안 규모의 국채 발행를 검토하는데다 기준금리 인하, 철강재 감산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선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 소식에 중국 현지 철강재 가격이 3주 연속 완만한 상승을 이어가고 있고, 이는 국내 철강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실적 반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철강 유통가격이 3주 연속 상승해 중국 경기 부양책 발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부양책이 발표되면 철강 실물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 철강 수요 개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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