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신혼희망타운, 입주 코앞인데 초등학교 배정 '뒷전'
[신혼‘절망’타운] ① 고양 지축 A2 수피움, 7월 입주지만 초교 개교일 지연
고양시교육청, 입주 한달 전 개교 지연 통보…“레미콘 파동으로 공사 연장”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이 수분양자들 사이에서 신혼‘절망’타운이라는 자조섞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신혼희망타운 단지 곳곳에서 사전청약으로 공급할 당시에 계획했던 초등학교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개교가 지연되거나 과밀 학급 문제로 기존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등의 문제를 겪고 있어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30일부터 9월 30일까지 2개월 동안 경기 고양 지축 A2블록 신혼희망타운 수피움 아파트에서 행복주택을 포함해 583가구의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3년 전 해당 아파트 사전청약 당시 약속됐던 지효초등학교 개교 일정은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고양 지축 A2 수피움 입주예정자 A씨는 “당장 다음달부터 입주를 시작하는데 아이들 학교 문제가 해결이 안돼 입주예정자들이 이사 날짜를 언제로 정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LH와 고양시교육청에 5월부터 개교 문제를 질의했는데 6월 중순에 들어서야 공사 지연으로 개교가 미뤄진다는 공식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전국적인 시멘트 부족으로 레미콘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LH 건설 현장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 당시 3월 한달 동안 공공주택 공사 42개 현장 가운데 레미콘을 정상적으로 공급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지효초등학교 건설 현장 공정률은 60%대에 그치고 있다.
입주를 눈앞에 뒀는데 공사가 미뤄지면서 고양 지축 A2 수피움 신혼희망타운 입주예정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예정이거나 재학 중인 자녀를 두고 있는 입주예정자의 경우 개교일정이 미뤄지며 차선책이 필요해져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입주예정자들은 고양시교육청에 대안 마련을 요청했고, 교육청에서는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단지와 인접한 기존 지축초등학교로 배치하는 방안 ▲단지 옆 동네인 삼송 지역 초등학교 3곳으로 분산 배치하는 방안 ▲LH 유보지에 모듈러 건축물을 설치해 학교로 활용하는 방안 ▲지축초등학교 운동장 부지에 모듈러 건축물을 설치해 학교로 쓰는 방안 등이다.
고양 지축 A2 수피움 입주예정자들의 투표 결과, LH 유보지에 모듈러 건축물을 설치해 학업을 유지할 수 있는 안이 선택됐다. 하지만 모듈러 건축물 설치에 필요한 경기도교육청과 고양시교육청의 예산 부족 문제와 안전 문제 때문에 모듈러 설치 방안들은 좌초된 상황이다.
최종적으로 고양시교육청은 지효초등학교 개교 예정 시기를 기존 올해 9월에서 내년 3월로 미룬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하고, 고양 지축 A2 수피움 단지와 인접한 지축초등학교 기존 학급에 입주예정자 자녀들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축초등학교와 협의를 통해 지효초 개교 전까지 고양 지축 공공주택지구에 입주하는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례·수서에서도 초등학교 문제 발생
신혼희망타운에서 학교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성남 위례 A2-7블럭 신혼희망타운에서도 성남고운초등학교 증축을 둘러싸고 기존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착공 전 교육환경평가 승인을 조건으로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는데 기존 학부모들이 학교 증축에 반발하면서 착공이 미뤄진 것이다.
또 수서역세권 A1‧A2와 A3 일부 구역 신혼희망타운에서도 입주민 자녀들을 기존 주변 학교로 분산배치하는 데 안전문제와 과밀학급 문제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혼희망타운 입주예정자들은 신혼부부들을 위한 신혼희망타운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초등학교 문제인데, LH와 교육청이 공식적으로 진행 과정이나 대안 마련 등에 소극적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고양 지축 A2 신혼희망타운 입주를 앞둔 B씨는 “신혼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학교 설치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고양시교육청은 3월부터 공사가 지연됐다면 개교 일정이 뒤로 미뤄질 것이라는 충분한 공식적인 설명 없이 입주자들이 전화로 문의를 해야 지연 가능성이 크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LH에 문의해도 학교 건설 문제는 지역 교육청이 결정할 사항이라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놔 막막했다”며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인 만큼 수분양자들에게 진행 절차를 제대로 알리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신혼‘절망’타운 꼬리표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H는 학교 배정 문제에 대해 교육청 관할이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학교 착공 및 개교 지연 등 사안들은 각 단지가 위치한 교육청에서 관할한다”며 “LH에서도 입주예정자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지역교육청에서 정보를 공유해줘야 알 수 있었기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고양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화물연대 파업부터 올해 3월 레미콘 수급 불안정 문제까지 겹쳐 피치 못하게 공사가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고양시교육청 관계자는 “입주예정자들에게 일일이 진행 과정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개교 지연 심의 등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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