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중국 ‘판호’…중국 게임업계 자신감 높아졌나?
[중국 판호에 울고 웃는 게임사들]①
판호…중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서비스 인허가권
지난 6년간 국내 게임사 판호 받지 못해
올해부터 국내 게임사들 중국 진출 본격화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올해부터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중국이 본격적으로 한국 게임들에 대한 판호 발급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판호가 뭐길래 게임사들이 중국 판호 획득에 사활을 거는 것일까.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판호에는 크게 내자판호(중국 내 게임에 부여하는 판호)와 외자판호(해외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가 있다.
중국 시장은 오래전부터 국내 게임사들이 활발히 진출하던 곳이다. 특히 PC 온라인게임의 경우 한 때 중국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중국 게임사들도 높은 경쟁력을 보유,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지난 2017년 이후 최근까지 국산 게임들의 중국 시장 진출이 사실상 제한받아 왔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 2017년 3월 이후 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거부해 왔다. 국산 게임 판호 불허와 관련해 중국은 그동안 공식적인 이유를 밝힌 적이 없다. 다만 게임 업계는 2016년 벌어진 한중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사드 갈등 이후 판호 발급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국산 게임이 판호를 다시 발급받은 것은 2020년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가 판호를 획득하면서부터다. 2017년 3월 이후 근 4년 만에 판호를 받게 된 것이다. 이후 2021년 6월 핸드메이드게임즈가 개발한 ‘룸즈: 불가능한 퍼즐’과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판호를 획득했다.
2022년 7월에는 넵튠의 자회사 님블뉴런이 개발한 ‘이터널 리턴’의 모바일 버전 ‘이너털리턴: 인피니트’가 11월에는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IP를 활용한 ‘신석기시대’가 추가로 판호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게임들은 중국 게임사가 IP 라이선스를 받아 게임을 직접 제작, 중국 정부가 자국 게임에 부여하는 ‘내자판호’를 발급받은 사례다.
한국 게임이 ‘외자판호’를 본격적으로 발급받기 시작한 것은 2022년 12월부터다. 중국 정부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의 ‘샵 타이탄’,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에 외자판호를 허용했다. 아울러 2023년 3월에는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 넥슨 ‘메이플스토리H5’ 등에 외자판호를 추가로 발급했다.
중국이 그동안 판호를 통해 한국 게임들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산 게임들이 중국 시장을 사실상 잠식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위메이드의 ‘미르’ 시리즈,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이 중국에서 ‘국민’ 게임 대접을 받았다.
실제로 중국은 기존에 판호를 발급했던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 대해 지난 2020년 중국 출시를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서비스 정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표면적인 이유는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지만, 일각에서는 던전앤파이터의 영향력을 두려워한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 1~2위를 다투는 중국 시장 진출이 막히면서 국내 게임사들은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중국 진출이 막힌 지난 6년 동안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대신 북미 시장이나 동남아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중국 시장 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MMORPG 장르가 다른 나라에서는 크게 선호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MMORPG 장르가 인기를 끄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대만 정도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에서조차 국산 게임이 크게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다.
국내 게임사들이 그동안 콘솔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서 왔던 것도 중국 판호 발급 제한과 무관하지 않다. 모바일게임과 PC 온라인게임이 사랑받고 있는 중국 시장과 달리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는 콘솔 게임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의 판호 대거 발급과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자국 게임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게임은 중국 게임과 비교해 기술적으로나 게임성으로나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역전됐다. 더 이상 국산 게임이 중국 게임보다 낫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7년 이후 최근까지 중국산 게임들은 한국에 출시돼 왔지만, 국산 게임들은 중국 시장 출시에 제한받아 왔다”며 “그 사이 중국 게임들은 한국 유저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반면 국산 게임들은 중국 유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과거처럼 중국 시장에서의 무조건적인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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