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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정지·폭락 직전 팔았다…‘그들’의 기막힌 매도 타이밍 [허지은의 주스통]

메리츠증권, 이화전기 매도 시점 의혹
김익래 전 회장, 도의적 책임 지고 사퇴
“신기에 가까운 매매…불법 여부 밝혀야”

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최근 주식 시장에서 거래정지, 폭락 직전 대량 매도에 성공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메리츠증권이 이화전기 주식을 거래정지 직전에 팔고 나건 것을 우연으로 보느냐,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6월 15일)

“김익래 회장이 주가 조작을 알았을 가능성은 0.0001%도 없다. 공교롭게 (하한가 직전) 그때 매각을 했던 것이고 사실 그 전부터 팔려고 했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 4월 28일)

최근 주식 시장에서 기막힌 매도에 성공한 이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거래정지 직전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하는데 성공한 국내 대형 증권사와 무더기 하한가 폭탄이 터지기 직전 시간외매매로 보유 지분을 처분해 수백억원을 현금화한 오너 일가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우연히 시점이 맞은 것 뿐’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메리츠증권, 거래정지 직전 지분 32.22% 전량 매도

이화그룹 상장 계열사인 이아이디(093230)와 이화전기(024810), 이트론(096040)은 지난달 10일 주식거래가 정지됐습니다.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인데요. 거래소의 답변 요구에 대해 이화전기와 이아이디는 구속영장청구서상의 횡령 금액은 약 8억원으로, 이트론은 횡령 및 배임의 피의 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회사 측의 해명을 들은 거래소는 이아이디와 이트론은 11일부터, 이화전기는 12일부터 각각 거래 재개 조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12일 오후 한국거래소는 다시 이들 3개 종목을 거래정지했습니다. 앞서 전달받은 회사 측의 해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뒤늦게 판단한 겁니다. 이화전기의 경우 거래 재개 6시간만인 오후 2시 22분에 거래가 다시 정지된 건데요. 통상 거래정지 후 재개는 투자자들에겐 큰 호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거래 재개 이후 해당 3개 종목의 거래량이 폭증했는데요. 이 기간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은 난데없는 거래 재정지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 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이 대량 매도에 성공했다는 부분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거래정지 직전 4거래일에 걸쳐 보유 중이던 이화전기 주식 5848만2142주(32.22%)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고 지난달 10일 공시했습니다. 이날은 이화전기 주식거래가 정지된 날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 중이었는데, 거래정지 직전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보유 지분을 전부 팔고 엑시트에 성공한 셈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1년 10월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 BW에 투자했습니다. 발행 당시 BW 행사가액은 2029원이었는데, 이화전기 주가가 하락하면서 행사가액도 하향 조정됐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4월 4일부터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5월 4일부터 4거래일간 지분 전량을 매도했습니다. 매도 가격은 4일(1082원), 8일(893원), 9일(930원), 10일(756원)까지 총 237억원 규모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BW에 400억원을 투자해 1년 8개월만에 약 100억원의 차익을 냈습니다. 400억원 중 240억원은 콜옵션 행사로 연 4.5%의 이자율을 적용해 약 15억원의 이자를 받았고, 나머지(160억원)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뒤 장내매도해 237억원을 현금화하며 87억원을 남겼습니다. 2번의 거래정지 폭풍을 맞이하기 직전에 말이죠. 

“타이밍이 맞은 것 뿐…내부정보 알 수도 없다”

매도 시점에 대해 메리츠증권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4월 초부터 신주인수권 전환을 시작해 주식을 매도하기까지 한 달여의 시차가 있었는데, 거래정지를 예견해 매도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또 이화그룹 주식이 2차전지 테마를 타고 급등한 만큼 수익·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전환 청구를 결정하고 매도를 했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메리츠증권 측은 “4월 4일이 전환 청구 최초 시점이고, 주식 전환은 10영업일이 걸려 주식을 받자마자 처분을 하게 된 것”이라며 “거래량이 많지 않은 종목이기 때문에 분할 매도를 한 것이다. 김영준 회장 구속 시점은 5월 중순인데, 시점을 알고 매도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주 성명서를 내고 “메리츠증권은 거래정지 직전 지분 전량을 처분해 90억원 이상의 대규모 수익을 확정했는데 이는 신기에 가까운 기막힌 매도가 아닐 수 없다”며 “매도 실행에 있어 한국거래소 및 3개 회사의 중요 내부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거래정지 전에 모두 처분한 불법 내지 편법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기막힌 매도 타이밍으로 주목받은 이들은 또 있습니다. 지난 4월 증시를 강타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 직전 지분을 매도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그룹 회장 등입니다. 김익래 전 회장과 김영민 회장은 다우데이타(032190)와 서울가스(017390) 주식이 하한가를 맞기 직전 지분 일부를 매도해 각각 605억원, 457억원을 현금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너 일가의 매도 직후 벌어진 하한가 사태는 논란을 증폭시켰습니다. 결국 김익래 전 회장은 하한가 사태 일주일여만인 지난달 4일 회장직에서 전격 사퇴했습니다. 다우데이타 주식을 매각해 얻은 차익도 사회에 환원하겠다죠 밝혔죠. 당시 김 전 회장은 “매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모든 분께 상실감을 드린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메리츠증권이 이화전기 주식을 거래정지 직전에 팔고 나건 것을 우연으로 보느냐,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절차에 따라 필요한 것들을 조치한 부분이 있고, 앞으로도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원장은 “전환사채(CB) 관련 여러 불법 행위에 대해 작년부터 중점 조사사항으로 증선위와 조치했고, 조사한 것도 많다”며 “제도는 제도대로 보되 집행할 것은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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