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은 로또가 아냐… ‘틈새시장’ 노려야 당첨”
[불붙는 청약] ③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첫술에 배부를 수 없어, 갈아타기 중요”
‘청약 만능론’은 경계…분양가 철저히 따져야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월용(월급을 용돈으로)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아파트 청약 및 분양권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스스로 내 집 마련 및 갈아타기를 위해 시도했던 아파트 청약과 분양권 거래가 나름의 성공을 이어가며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그는 청약강사로선 최초로 ‘35세 인서울 청약의 법칙’이라는 청약 전문서적을 내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만난 박 대표는 ‘청약 신중론’을 폈다. 청약만 당첨된다고 무조건 ‘로또’가 아니며 입지부터 주변 시세, 대출규제까지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Q.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수방사나 흑석자이 등이 청약 열풍을 일으켰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 사람들이 스마트해졌다. 이미 오른 가격에 추격매수를 하는 것은 원치 않고 3~5년 정도 전에 저렴했던 분양가에 가까운 가격은 용인한다. 수방사나 흑석자이는 현재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분양해 수요가 엄청나게 따라 붙은 케이스다. 또 서울은 분양 자체가 없어 이곳에 더 쏠린 측면이 있다.
Q. 지금이 청약하기 좋은 때일까?
A. 지역에 따라 다르고 같은 지역이라도 답변이 갈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원주 같은 지역은 지난해 이맘때와 요즘 분양가 차이가 1억원가량 난다. 지금 들어가기는 위험하다. 과거 분양했던 단지에 프리미엄(웃돈)이 없거나 마이너스일 경우, 또는 500만원~1000만원만 붙여서 분양권을 살 수 있다면 새로운 단지 청약보다는 분양권 매수가 낫다.
‘적정한 분양가’라는 기준은 지역마다 다르다. 서울은 평(3.3㎡, 공급면적 기준) 당 분양가가 외곽지역이면 3000만원 정도로 고정돼 있다. 33평(전용면적 84㎡)이면 10억~11억원 수준이 용인되는 가격이다. 하지만 인천 송도는 8억~9억원, 검단신도시는 5억원, 인천 정비사업은 6억원 정도에 분양이 나온다. 인천에서 6억원이면 가성비가 떨어지는 편이나 송도나 검단쪽은 아직 분양가가 괜찮다고 본다.
경기도 도시 중 수원은 지역 내 분양이 거의 끝나 이제 8억~9억원선인 고분양가가 책정된다. 용인에선 수지와 기흥이 선호도가 높다. 얼마 전 기흥에서 나온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2억원이었는데 그 정도면 프리미엄이 붙기 어렵다. 고양에선 최근 분양이 없었는데 덕은지구가 9억원까지 ‘완판(계약마감)’돼 그 정도 선이면 수요가 좀 있고 그 이상은 힘들다. 성남과 부천도 신축수요가 많은데 서울처럼 2020년도 가격에 나오면 완판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미분양도 날 수 있다.
Q. 올 하반기나 내년 분양예정 단지 중 추천할 곳이 있나?
A. 서울은 정비사업 조합에서 분양가를 끝까지 올리려 해도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고분양가를 용납 안 해주다보니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0억원 선이다. 이문휘경뉴타운, 청량리 등 서울 중위가격에 가까우면서 교통이 편한 곳을 추천한다. 강남도 반포·대치·청담·압구정 같은 곳은 당첨되면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새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 송파와 방배는 시세가 못 따라 주는 경우가 있어 분양가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경기도는 2기신도시 중 평택 고덕신도시와 파주 운정을 꼽겠다. 평택은 반도체 클러스터라인, 운정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노선 등의 호재가 있다.
Q. 추천 단지들의 청약 당첨 전략이 있다면?
A. 서울이 좋다고는 하지만, 인기단지는 일반공급 가점이 60점이 넘어야 한다. 추첨제 물량 역시 경쟁률이 높아 떨어질 확률이 99%다. 생애최초,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선 60㎡ 이하 타입에 30% 추첨제가 있는데 이 또한 경쟁이 심하다. 저렴한 입주권을 노리거나 신축을 찾는 게 낫다.
서울사람도 경기도 청약이 가능한 곳을 추천하고 싶다. 해당지역 경쟁률이 낮으면 기타지역으로 물량이 넘어오는 등 기회가 생긴다. 지금까지는 광명이 괜찮았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광명 더샵자이포레나’ 같은 단지나 수원에선 ‘수원성 중흥S클래스’가 기축 시세 대비 공급가격이 좋았다. 광명4구역은 이보다 15% 정도 분양가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인근 아파트 고점 대비해서 30% 낮은 분양가면 괜찮다고 본다.
‘비인기 타입’이라는 틈새시장에 도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59㎡와 84㎡ 사이에서 애매하다는 이유로 인기가 적은 74㎡ 타입을 노릴 수 있다. 아예 전용면적 59㎡보다 작은 초소형 타입도 가격이 저렴해서 괜찮다. 광명 더샵자이포레나 39㎡ 타입도 4억원 초중반에 분양했다. 타워형을 판상형보다 무조건 안 좋게 볼 필요가 없다. 막상 거주를 하면 그 부분에 크게 신경을 안 쓰게 되고 집값 상승기에는 어차피 같이 오른다.
Q. 지금 내 집 마련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무주택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금수저가 아니면 내가 원하는 동네면서 평수가 넓은 아파트로 단번에 가기란 무리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며 연봉이 오르고 연륜이 쌓이듯, 주택매수 역시 첫 단추를 잘 끼운 뒤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젊은 맞벌이 가구는 우선 5000만원이 있으면 5억원짜리 소형 아파트를 분양 받아 계약금을 내고, 비규제 지역은 70%(담보인정비율)까지 대출이 가능하니 입주까지 2~3년간 나머지 필요한 1억원을 마련하면 된다.
요즘 말하는 슬로건이 ‘청약은 거들 뿐’이다. 청약은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청약만 기다리다 내 집 마련의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 국내 정세와 관계없이 내게 집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면 비싸지 않고 저렴한 가격을 포착하면 된다. 가점 ‘초고스펙’이 아니라면 기축 아파트나 분양권, 입주권을 둘러보고 청약도 공급가격이 저렴하다고 생각할 때 넣어 보는 식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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