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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F&B 유니콘 되려고 인도 갔죠”…‘피자계 맥도날드’ 꿈꾼다 [이코노 인터뷰]

[‘포스트 차이나’ 인도가 뜬다]⑤ 임재원 고피자 대표
1인 기업서 시작해 185개 넘는 점포 운영…해외에만 55개 매장 열어
2019년 첫 해외 진출지로 인도 택해…“무한한 가능성 지닌 시장”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고피자 글로벌 본사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유니콘이 되고 싶어서요.”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왜 인도인가’란 질문에 간결하게 답했다. 그는 인도 시장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곳”이라고 했다.

고피자는 유니콘을 꿈꾼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한다. 상장하지 않고도 ‘1조원 덩치’로 기업을 키우는 일은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다는 비유에서 나온 말이다.

고피자의 꿈은 ‘상상 속의 일’보다 어렵다. 국내 시장에서도 핀테크·정보통신기술(ICT) 분야나 바이오·화장품 영역에선 종종 유니콘이 탄생하곤 했다. 그러나 식음료(F&B) 분야에선 지금껏 유니콘이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다. 고피자가 가는 길에 참고할 만한 선행 사례가 없다는 의미다. 유니콘 등극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모든 사안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고된 여정인 셈이다.

“어렵지만 꾸준하게 목표로 향해 가고 있다”고 말한 임 대표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2017년 1인 법인으로 시작한 고피자를 현재 185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경험에서 나온 자신감이다. 직원은 도우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까지 합쳐 500명 수준으로 늘었다. 그간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450억원에 달한다. 임 대표는 이 같은 성과가 “2016년 야시장 푸드트럭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고객만을 생각하고 피자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잃지 않은 결과”라고 했다.

고피자는 ‘한국 첫 F&B 유니콘’ 달성에 가장 가까운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6월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예비 유니콘’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200억원 기술보증기금 특별보증과 기술특례상장 자문 서비스 등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고피자는 2020년엔 중기부 선정 ‘아기 유니콘’에 외식 기업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스스로 “성실함과 끈기가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한 임 대표의 뚝심이 한국에 없던 사례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고피자가 국내 첫 F&B 유니콘 등극에 근접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기술 개발’과 ‘해외 진출’이 꼽힌다. 임 대표가 시장에 주고자 했던 가치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피자를 버거처럼’으로 요약되는 고피자는 시장에서 충분한 차별화가 됐다. 비싸고 느리고 무거운 피자를 가벼우면서도 빠르게 제공하겠단 목표로 사업을 꾸려왔다. 임 대표가 고피자를 ‘한국에서 탄생한 피자계 맥도날드’라고 비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피자가 고안한 푸드테크는 세상에 없던 ‘1인 피자’를 탄생케 하는 요인이 됐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한 기기들은 고피자의 일정한 품질 보장은 물론 매장 운영의 효율화도 이룰 수 있게 했다. 기술력으로 내실을 다진 고피자는 ‘유니콘 등극’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해외로 시선을 돌렸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고피자 글로벌 본사 1층에 마련된 매장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그의 뒤에 설치된 고봇(GOBOT)은 고피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로봇으로, 아이스크림을 자동으로 퍼준다. 회사는 이외에도 로봇 기술을 활용해 피자를 자동으로 잘라주고 소스를 뿌려 온열기로 보내는 ‘고봇 스테이션’(GOBOT STATION)과 카메라가 토핑의 정확도를 인식해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인공지능(AI) 스마트 토핑 테이블’ 등을 개발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위험성’에도 인도 진출 결단…성장 원동력 된 선택

고피자가 현재 운영하는 해외 매장은 55개. 진출한 국가도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등으로 다양하다. 매출도 2019년 45억원에서 매년 빠르게 성장해 2022년에는 200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전체 매출의 32%를 해외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해외 진출 성과는 예비 유니콘 선정에서나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임 대표는 “기술은 고피자를 걷게 했고, 해외 진출은 날개가 됐다”며 웃었다. 인도는 그래서 그에게 더 특별하다. 고피자란 단어가 해외에서 처음으로 알려진 시장이기 때문이다.

고피자 인도 1호점이 문을 연 시점은 2019년 5월. 국내 점포 수가 50개도 넘지 못했고, 시리즈A 투자도 마치지 못한 시점이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과론적으로 진출 약 4년 만에 점포가 26개로 늘었고, 이달 중 30호 개점이 확정돼 있다. 임 대표는 연내 인도 시장서 60호점을 개점하는 게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했다. ‘국내 사업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시점에 왜 인도로 눈을 돌렸는가’부터 물었다. 현재 인도 사업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진출 당시엔 ‘위험한 확장’으로 여길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고생스러워서 후회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문을 연 임 대표는 “해외 시장 진출은 ‘한국 졸업 후’라면 너무 늦는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지금 인류 역사상 문화가 이렇게 동시성·즉시성을 두드러지게 가진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 어디서든 유튜브를 볼 수 있고, K-팝(POP)을 들을 수 있다. 문화가 세계적으로 비슷해지고 있단 의미다. 이런 현상의 긍·부정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해외 진출을 노린다면, 사업을 직렬적이 아니라 병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은 확실히 알고 있다. 국내 사업에서 성과를 올린 뒤 해외에 나가면 이미 비슷한 게 나와 있으리라고 봤다. 국내 사업과 해외 진출을 동시에 추진한 이유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고피자 글로벌 본사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첫 해외 진출 시장으로 인도를 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론 ‘무한한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고피자를 맥도날드처럼 만들고 싶다는 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점포를 늘리는 게 중요한데, 여러 요인을 고려해 보면 인도보다 더 적합한 시장을 찾기 어려웠다”며 “인도는 고피자가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10만명당 식당 수가 한국(1300개)에 비해 인도(100개)가 현저히 적다는 점 ▲평균 연령이 28세인 젊은 국가인 점 ▲높은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인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는 “경제 성장에 따라 인도엔 서구 문물이 빠르게 들어오는 추세”라며 “종교적 이유로 소고기를 안 먹는 국가라 버거 소비가 적다. 그렇다면 서구 문물을 대표하는 음식은 피자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피자가 진출하기 적합한 국가라고 판단한 이유다.

그러나 그를 움직이게 만든 건 이런 ‘자료’보다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인도는 국내에 퍼진 인식처럼 더럽고 복잡하고 어떤 지점은 미개하다. 그러나 반대 모습도 명확하게 있다. 신호가 없는 도로에 소가 다니는 반대편엔 롤렉스·나이키·스타벅스·도미노피자 매장이 즐비했다. 그 매장 모두 사람으로 ‘빠글빠글’했다. 심지어 스타벅스 한 잔에 5000원인데도 장사가 잘됐다. 사업만 염두에 두고 편견 없이 인도를 바라보니 ‘이거 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현지 팀 믿어라”

‘심사숙고’ 끝에 인도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사업이 시작부터 순탄한 건 아니었다. 첫 매장을 낸 뒤로 우여곡절 끝에 점포를 3개까지 늘렸지만, 흥행이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매출은 월 1000만원을 넘기지 못했다. 인건비가 워낙 싸 손실을 겨우 면한 정도. 지금은 한 매장에서 월 매출 1000만원이 넘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상황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짐작게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출 1년도 안 돼 코로나19 대유행이 찾아왔다. 임 대표는 “철수 말곤 답이 없어 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임 대표가 이런 상황에서도 인도에서 발을 빼지 않은 건 현지에서 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인도 철수 직전, 귀인을 만났다. 현지 유명 카페 브랜드의 창업 멤버와 연이 닿았다. 그 브랜드는 현지에 2000개 넘는 매장을 운영했을 정도로,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이디야와 같은 위상이다. 다수 매장을 관리했던 마헤시 레디의 경험을 믿고 시장 철수보다 그에게 인도 지사장을 맡기는 선택을 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기간 레디 지사장과 소통하며 인도 사업 내실을 다졌다. 인구 대부분이 채식주의자란 그의 조언에 맞춰 메뉴를 전면 개편하고, 매장 시스템도 현지에 맞춰 최적화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하자마자 ‘준비된 사업’은 곧장 성과로 이어졌다. 30개로 매장을 확대한 건 최근 1년 6개월간 이뤄졌다.”

임 대표는 그래서 ‘인도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에 조언을 건네달라’는 요청에 “현지 팀을 믿어라”고 답했다. 그는 “인도는 문화적 특성이 너무 강해 진입 장벽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적합한 인재를 발굴하고 충분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인도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고피자 글로벌 본사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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