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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심사에 ‘쓴 맛’ 보는 기업들…IPO 밀리고 쏠린다

[GO&苦 IPO]②
증권신고서 제출한 38개 기업 모두 정정해
상장 앞둔 틸론, 증권신고서 세 차례 수정
일정 밀리고 청약 쏠려 예비 상장사 ‘한숨’
금감원 “일정 변경 최소화 위해 1주일 내 심사”

IPO를 앞둔 예비 상장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약 일정이 몰린 데다가 금융감독원에서 증권신고서를 깐깐하게 들여다보면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들의 증시 문턱 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등으로 상장 일정이 수차례 밀리면서다. 일정이 미뤄지면서 7월 셋째주와 넷째주에 총 10개 회사가 청약을 진행하는 등 ‘청약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은 시장에서 수요 예측 등 상장 일정이 밀린다는 불만이 커지자 증권신고서 제출 1주일 내로 집중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하반기 청약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상장 예정 기업들이 원활하게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중 상장했거나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38개의 기업 중 38건 전부에 대해 정정신고서가 제출됐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모든 기업이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38건 중 22건(57.9)의 수요 예측 및 청약 일정이 변경됐다.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최소 7일에서 최대 125일의 청약 일정이 뒤로 밀린 것이다. 평균 26일이 늦어졌다. 

특히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증권신고서를 가장 많이 정정한 횟수는 총 네 번이다. 나라셀라(405920)와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는 네 번이나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상장 일정이 약 한 달 정도 뒤로 밀렸다. 이외에도 증권신고서를 3회 이상 정정한 기업이 8곳에 달했다. 

기업들 입장에선 증권신고서 제출로 청약 일정이 밀리는 것이 달갑지 않다. 일정이 과도하게 변경되면 기업 평판이 악화될 수 있고 향후 투심과 증거금을 끌어모으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특히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일 직전에 기업이 정정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듣지 못하고 정정 요구를 받는다면, 금감원이 상장을 허용하지 않는 게 아니냐 등 오해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신고서는 제출(수리) 후 15영업일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해 이후 절차 진행이 가능하고 정정신고서 제출 시 원칙적으로 효력이 제출일로부터 재기산된다. 

최근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면 효력발생일까지 또 시간이 걸린다”면서 “만약 수요 예측일 등도 변경되면 투자자들도 혼란스럽고 기업 입장에서도 향후 일정 등 신경 쓸 것들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올해 들어 증권신고서 정정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면서 “바이오 기업이나 기술특례상장 등 실적 입증이 중요한 경우에는 정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주관사에서도 실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일정이 밀리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청약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청약 일정이 몰리면 단독으로 진행할 때보다 목표한 청약 증거금이 적게 들어올 수 있다. 투자자들도 어떤 기업에 청약을 넣을지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오는 7월 셋째 주(17∼21일)와 넷째 주(24∼28일)에는 각각 4개 기업, 6개 기업이 공모주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7월 마지막 2주 동안에만 10개 회사의 청약이 몰린 것이다. 특히 마지막 주엔 시지트로닉스·틸론·스마트레이더시스템·엠아이큐브솔루션·파두·시큐레터 등 6개 기업의 청약이 예정돼 있다.

1주일 내 심사 최소화…투자자 보호는 ‘깐깐’ 

금감원은 이에 IPO 과정에서 상장 일정이 밀리지 않도록 일정 변경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신고서 제출 1주일 내에 기업을 집중 심사하고 최소 1회 이상의 대면 협의(발행사·주관사)를 원칙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일정 변경을 최소화해 기간 변경을 최대 1주일로 줄이고 상장사들이 향후 상장 절차를 예측할 수 있도록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만큼 깐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신고서의 역할은 투자자 보호로, 투자 판단에 중요한 내용이 제대로 기재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상장을 앞둔 기업 중 세 번이나 증권신고서를 정정한 틸론은 투자 위험 요소인 대표이사의 배임 가능성을 마지막 정정 때 추가했다. 금융당국은 최백준 틸론 대표이사의 ‘배임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대표이사 배임은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어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형법‧상법상 법률위배 가능성이 있는 틸론과 대표 간 자금거래 사안은 ▲대표이사와의 무이자 및 무담보 거래 ▲대표이사와의 영업 목적 선급금 거래 ▲대여를 통한 대표이사 사모전환사채(CB) 매도청구권 지정 및 행사 등이다.

틸론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 대표와 총 23건의 무이자‧무담보 거래를 했다. 틸론은 “최백준 대표이사와의 일련의 자금거래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행된 것이라 판단하지만, 법무법인의 검토 의견처럼 향후 법적인 제재 처분을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횡령·배임, 회계처리 위반 등 향후 상장 및 상장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거나, 근거 없는 과도한 영업·매출 전망 기재 등 투자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 등은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는 상장을 위해 최초로 제출하는 공시서류로, 기업과 투자자 간 정보비대칭성이 존재하므로 회사 현황 및 투자위험이 정확하고 상세히 기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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