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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말고 이과 대세지만”…첨단학과 인재 여전히 ‘빨간불’ [임성호의 입시지계]

이과 선호도 급등…반도체, 첨단학과 인재 부족 상황
수능서 물리Ⅱ, 화학Ⅱ 응시생 1000명대로 급감 우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된 고교 수학 참고서. [사진 연합뉴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최근 우수 인재들의 의대 집중 현상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2023학년도 전국 의대 정시 합격자 평균 백분위 점수는 국어·수학·탐구영역(국수탐) 평균으로 98.2점이다. 

서울대 자연계열 합격자 평균 백분위 점수는 93.9점으로 의대 합격 점수가 4.3점 앞선다. 서울대 이공계 합격하고도 의대에 동시 합격할 경우 의대로 빠져나가고, 정부와 대기업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반도체 특성화 학과에 합격하고도 의대로 빠져나 가는 상황이다. 

연간 3000명, 첨단학과 인력 필요…문·이과 비율 역전 

의대 집중 현상이 심화할수록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 등 첨단학과 인력은 크게 부족해 정부가 나서서 집중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학과와 관련된 모집인원은 전국 35개 대학에서 1624명을 선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민간 경제연구원 등에서는 연간 3000명 정도의 첨단학과 인력이 필요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 학생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이과 선호 현상은 긍정적 신호다. 문과보다 취업에 유리하고, 의대뿐 아니라 반도체 등 첨단학과와 관련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5학년도 문·이과 비율은 문과 63.5%, 이과 36.5%에 그쳤다. 2015학년도에는 문과 59.1%, 이과 40.9%로 이과 비중이 소폭 늘었고 2023학년도엔 문과 50.0%, 이과 50.0%였다. 2024학년도의 경우 최근 치른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문과 49.6%, 이과 50.4%로 입시 사상 최초로 문·이과가 역전되는 상황이 예상된다. 모두 사탐(문과), 과탐(이과) 기준으로 분류한 수치다.

수학 기준으로 봐도 이과 수학 선택자가 더 많은 첫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이과 수학 선택자(미적분 또는 기하 응시)가 52.2%, 문과 수학 선택자(확률과통계 응시)는 47.8%로 집계됐다. 

통합수능에서 문과 학생들도 점수에서 유리한 이과 수학을 선택하는 점이 일정 부분 가미됐지만 이제 국내 고등학생들은 이과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문과 수학보다 결과적으로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올해 고3 학생들이 탐구 기준이든, 수학 기준이든 이과 학생이 많아진 것은 명확하다. 최근 종로학원에서 실시한 초중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에서 향후 이과를 희망하는 선택 비율이 88.2%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라면 현재 고3 이하 전 학년에서 이과 선호 현상이 더 급등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의대 쏠림 현상이 다소 완화되고 이공계 쏠림 현상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면 반도체학과 등 첨단학과에서인재 부족 문제들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오히려 관련 산업 분야 경기 상황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서울대 과탐Ⅱ 의무 지정에서 빼…과탐Ⅰ 쏠림↑

문제는 이과 수학 학생도 늘어나고 과학 탐구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의 첨단학과 인력 집중 육성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수능에서 이과 학생들은 과학탐구 8과목 중 2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Ⅱ, 물리Ⅱ, 화학Ⅱ, 지구과학Ⅱ 등 이들 8과목 중 2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심화과목에 해당하는 과탐Ⅱ 과목에 대한 응시생 수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2023학년도 대입 수능 응시생 수는 44만7669명이다. 과학탐구 중 응시생 수가 가장 많은 과목은 지구과학Ⅰ으로 14만6060명이다. 생명과학Ⅰ은 14만978명, 화학Ⅰ 7만745명, 물리Ⅰ 6만2309명이다. 

하지만 물리Ⅱ 응시생 수는 2628명, 화학Ⅱ는 2841명에 불과했다. 2020학년도 과탐Ⅱ 과목 응시 비율은 4.6%, 2021학년도 4.1%, 2022학년도 3.9%, 2023학년도 3.0%로 매해 줄어들고 있다. 어려운 과탐Ⅱ 과목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운 과탐Ⅰ 과목을 선택하고 있고, 이 중 물리Ⅱ, 화학Ⅱ 선택자는 2000명대이고, 2024학년도에서는 1000명대까지 하락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올해부터 서울대에서 과탐Ⅱ를 의무 지정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공계 우수 학생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쉬운 과탐Ⅰ 과목에 더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2차 전지, 첨단학과 등에 지원하는 학생들 중 과탐Ⅱ 과목 응시생 수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물리Ⅱ, 화학Ⅱ에 대한 현재 고교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한 번쯤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2017학년도에 한국사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제로 바뀌었다. 한국사 선택 학생 수가 다른 사탐 과목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사 응시생 수가 현저히 줄어든 직접 원인은 어려운 과목이어서가 아니라 당시 서울대가 한국사를 필수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많은 수험생이 서울대 지원자들과 상대평가에서 경쟁하기를 피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수능에서 한국사는 50점 만점 중 40점 이상이면 1등급, 35점 2등급, 30점 3등급, 25점 4등급으로 사실상 주요 대학에서 4등급 이내만 들어오면 불이익이 없다. 지난해 4등급 이내 비율은 전체 응시생 중 73.1%였다. 반도체 등의 첨단분야 고급인재가 필요한 현시점에서 화학Ⅱ, 물리Ⅱ에 대한 현재 문제점 진단과 해결 방법은 한국사 접근방식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련분야에 있는 산업계, 대학, 연구단체 등에서 각별히 들여다 볼 것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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