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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벌어질 금리차, 악재일까...예상 시나리오는?

[한미 금리차 2.0%p 온다] ② 기준금리, 연준은 올리고 한은은 고민
전문가들 “중장기적 리스크 없애야”...금리 조정 전망은 엇갈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이용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25~2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3.50%)과 미국(5.00~5.25%)간 금리차가 더 확대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물가가 확실히 잡히지 않았고 가계부채 부담도 여전하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러면 연준만 기준금리를 올려 한미 금리차가 2.0%p로 벌어질 전망이다. 

최근 금리차가 1.75%p로 확대됐지만 우려했던 외국인 자본 유출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차가 2.0%p가 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갈수록 국내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어 리스크를 제거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한다. 

금리차 지금도 ‘최대치’...자금 유출 왜 없었나 

현재 한미 금리차는 1.75%p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역대 한미 금리차 최고치는 지난 1996년 6월~2001년 3월까지 기록된 1.50%p다. 이후 약 20년간은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금리차가 나더라도 1.00%p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연준의 강력한 물가잡기 정책으로 기준금리는 지난해 3월 이후 올 5월까지 무려 10회 연속 인상됐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7월 FOMC서 기준금리를 또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며 한미간 금리차는 사상 처음으로 2.0%p 시대를 맞이할 것이 유력해졌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금리가 높은 나라에 돈을 예치하는 것이 수익률 면에서 유리해서다. 또 한국은 군사적으로도 불안정해 미국보다 투자매력도가 떨어진다. 여기에 금리차까지 벌어지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진다. 

또 한국에 투입됐던 자금까지 인출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유동성 문제로 곤혹을 치뤘던 국내 금융권 입장에서는 한미 금리차 확대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국내 물가다.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원화 가치는 하락한다. 이러면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고 결국 국내 소비자물가까지 출렁일 수 있다.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질수록 국내 경제 악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환율리스크는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업계와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다만 아직까지는 금리차 확대가 국내 경제에 급격한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은 분위기다. 일단 수출 부문에서도 한미 금리차가 1.75%p로 벌어진 5월 이후, 급격한 부작용은 없었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발표한 경제동향 7월호에 따르면 지난 6월 수출은 1년 전보다 6.0% 감소했지만 감소율은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오히려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도 환율 리스크에 적응한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환율 변동으로 기업들이 수출에서 워낙 죽을 쑤다보니 수출국 다변화에 나서 환율 리스크를 상당 부분 줄였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들어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지만 우려했던 외국인 자금 유출은 없었다. 금리차가 최고치로 벌어진 지난 5월에도 외국인의 국내채권 순투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과거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됐던 2000년, 2005년, 2018년에도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달라져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한미간 금리가 역전됐어도 한국이 높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이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자금유출 측면에서는 국내 금리가 미국보다 높은 것이 유리하지만, 탄탄한 재정건전성을 유지한다면 한미 금리 역전 상황에서도 치명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 4인이 본 ‘한미 금리차’

전문가들은 금리차 확대가 당장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금리차 리스크’를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금리차 확대에도 외국인 자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미국의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달러 인덱스(세계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평균 가치)는 지난해 10월 113에서 이달 17일 기준, 99.90으로 하락했다. 

김영익 교수는 “달러 인덱스가 100 이하로 하락했는데 이는 외환시장의 시선으로 봤을 때 미국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리차 확대를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울러 김영익 교수는 외국인 자금 유출이 심하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에 대해 국내 채권시장 특성을 꼽았다. 그는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미국계 자금이 40% 이상”이라며 “하지만 채권은 외국인 자금이 약 10% 수준인데 아시아계, 특히 중국자금이 대부분이라 한미 금리차에도 별로 타격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차 확대가 가진 위험성을 감안하면 이 리스크를 서둘러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지하철, 전기 등 억눌렀던 공공요금들이 하반기에 인상되면 또 물가 상승 문제가 닥칠 수 있다”며 “현재 국제유가는 안정적이지만 또 어느 순간에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이후 국내 경제가 나름 선방하고 있지만 언제든 ‘우크라이나 사태’나 국제유가 변동 같은 변수가 등장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금리차 확대 리스크는 서둘러 안정화시키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이론적으로 금리차 확대를 줄이려면 연준이 금리를 내리거나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 방법 밖에는 없다. 하지만 올해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p씩 2번 정도 더 올릴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한은이 계속 동결을 선택하면 금리차가 2.25%p까지 벌어진다. 이와 관련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 가치가 너무 하락해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은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원/달러 환율은 현재의 1300원대보다 낮은 1000~1100원 수준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환율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대외 구매력, 삶의 소득 수준 등 이런 것들이 많이 하락한 상황이라 (금리 인상을 통해)이런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인상 시 새마을금고 같은 2금융권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지금과 같은 기준금리 동결 국면이 오히려 2금융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금리를 동결하면 기본적으로 낮은 금리가 형성되고 당연히 투자 자금을 2금융권에서 은행권으로 이동시키려는 수요가 강해진다"며 "실제로 최근 새마을금고 이슈도 있었지만 금리 동결이 시작된 이후 2금융권 자금이 은행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2금융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김대종 교수는 “앞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p씩 2번 정도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한은이 한 번은 올려야 한다”라며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해 한은이 동결을 선택해왔겠지만 금리 격차가 2.0%p 이상 벌어지면 자금 유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제 시선은 한은에 쏠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 연준의 7월 금리 인상은 이미 예견됐던 일로 굳이 ‘금리차 숫자’에 너무 집착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다만 최근 이 총재는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9000억원 늘어난 106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증가 규모는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 총재는 이달 포럼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등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했더니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었다.”,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가계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연착륙하도록 통화정책 목표로 갖고 대응하자는 생각.”이라고 발언하는 등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한은이 국내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성 교수도 “가계대출 증가는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 있는데도 금리를 묶어두는 것(동결)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동결이 가계대출 리스크를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반면 김영익 교수는 한은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1.4%,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3%다. 반면 김영익 교수는 각각 1%, 2.5% 수준을 예상했다. 경제성장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오히려 김영익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경기가 나빠지며 4분기 말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양 교수는 연내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시장참여자들은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풀어서 부동산, 주가를 올리려 하지만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볼 문제”라며 “연준도 올해 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단언하고 있는데 우리도 거기에 비춰보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 교수도 “지금은 금리 인하를 논의할 만한 상황 자체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달 열린 금통위 때 이 총재는 “물가 목표에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하의 선제 조건은 일단 안정된 물가 수준인 셈이다.  

이와 관련 ING은행은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올해 내내 2%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이 맞다면, 한은은 올해 4분기에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한다면 이 총재의 말처럼 금리 인하가 진행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올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는 다시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까지 금리 인하의 선제 조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ING은행은 금리 인하와 관련해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와 한미간 금리차 확대가 금리 인하 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물가가 안정 수준을 보이더라도 가계부채, 한미 금리차 등이 변수 등이 금리 인하 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또 보고서는 적어도 9월까지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NG은행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으나 인플레이션 향방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9월까지는 기존과 같은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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