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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실적 개선에도 웃지 못한다…노조 임금 인상 ‘청구서’ 암초 만나

[반복되는 夏鬪, 재계는 전전긍긍]②
조선사 노사, 임금 협상 놓고 ‘평행선’…극적 타결 가능성은
주요 조선사 노조 공동 행동…삼성重, 첫 현장직 노조 출범

HD현대중공업의 골리앗 크레인이 해무에 덮여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오랜 불황의 ‘고리’를 끊고 올해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돌입한 국내 조선업계가 ‘임금 협상’이란 암초를 만났다.

조선사 노사가 올해 임금 협상을 두고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 불황 당시 ‘고통 분담’에 동참해 왔다고 주장하는 조선사 노동조합은 실적 개선 조짐을 보인 지난해부터 “사실상 삭감된 임금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실적이 좋아질 전망이라, 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어렵다”며 난감함을 표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대형 조선 3사(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이 속한 조선업종노조연대가 공동 요구안을 제시하는 등 조선사 노조의 조직력은 강화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에선 창립 이후 처음으로 현장직 근로자로 구성된 노조가 출범했다. 

조선사 노조 “대폭적인 임금 인상” 한목소리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사 노사는 올해 임금 협상을 두고 이견을 보인다. 지난 5월 16일 올해 임금 협상에 대한 상견례를 가진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입장차가 확연하게 다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이하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등을 비롯해 사회연대기금 출연·근속 수당 인상·우수 조합원 해외연수 등이 담긴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 측은 기본급 9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성과금, 격려금(약정 임금 100%+50만원) 지급 등의 협상안을 마련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회사가 제안한 협상안에 대해 “현장과 조합이 요구하는 의견과 많은 차이가 있어 반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의견을 개진해 준다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했다. 

다만 한화그룹에서 새롭게 출범한 한화오션의 경우 임금 협상을 두고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가 최근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이하 한화오션 노조) 측은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근속 수당 일괄 1만원 인상, 정년 1년 연장(만 61세) 및 임금 100% 보전, 사무직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는데,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한화오션 노조는 기본급 11만1223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격려금 300만원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 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진행, 찬성 가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 규모에 차이가 없는 등 사실상 한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라며 “조선사 노조들이 힘을 모아 올해 임금 협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HD현대중공업 노조, 한화오션 노조 등을 포함해 국내 8개 조선사 노조가 모인 조선업종노조연대는 6월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동으로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7월 4일~11일까지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같은 달 12일 금속노조 총파업 일정에 맞춰 파업을 전개했다. 조선업종노조연대 측은 올해 공동 요구안으로 ▲조선업종노조연대와 업종 교섭 진행 ▲정년 연장 및 정규직 신규 채용 ▲임금 피크제 폐지 ▲상여금 지급 시기 원상회복 등을 제안한 상태다. 조선업종노조연대 측은 “우리 8개 사업장 노조는 이번 2023년에 대폭적인 임금 인상과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혁신을 기대한다”며 “만약 8개 사업장 경영진이 4월부터 시작한 교섭을 계속 불성실하게 진행한다면 8개사(社) 동시 파업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한화오션 노조) 조합원들이 7월 17일 거제 사업장에서 파업을 벌이는 모습. [사진 한화오션 노조]

인력난 조선사…생산 차질 우려에 전전긍긍

국내 조선사 노사가 올해 임금 협상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 등의 실력 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주요 조선사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쟁의 행위 찬반투표 찬성 가결 등으로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12일 금속노조 총파업에 참여, 3시간 부분 파업에 나섰다. 한화오션 노조는 14일 4시간 파업, 17일 7시간 파업을 감행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조선사 노조가 공동으로 대폭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공동 파업에 나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며 “조선업 인력난 와중에 대규모 파업이 벌어지면 생산 차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초호황에 진입한 조선사의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현재 실적을 고려하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3~4년 치 일감을 무기로 수익성 높은 선박만 골라서 수주하고 있지만, 현재 수주하는 물량이 실제 매출에 반영되려면, 최소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조선사들이 당장 임금을 대폭 인상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수주 산업인 조선업의 경우, 선박 건조 계약 체결 시점이 아닌 실제 선박을 인도하는 시기에 수익을 실현하는 구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사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HD현대중공업 724억원, 삼성중공업 383억원, 한화오션 –149억원 등이다.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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